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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거리 미사일 아시아 배치, 한국은 검토 대상 아니다”

중앙일보 2019.08.07 05:00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예산평가센터(CSBA)가 지난 5월 제안한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 개념도. 일본 규슈, 오키나와, 필리핀 루손 섬에서 중국의 주요 군사시설과 거리를 표시했다. 중국 우주시설 및 위성공격 시설들은 가장 멀리 내륙 종심에 위치해 있다.[CSBA 보고서]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예산평가센터(CSBA)가 지난 5월 제안한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 개념도. 일본 규슈, 오키나와, 필리핀 루손 섬에서 중국의 주요 군사시설과 거리를 표시했다. 중국 우주시설 및 위성공격 시설들은 가장 멀리 내륙 종심에 위치해 있다.[CSBA 보고서]

볼턴 "중국 수천기 중거리 배치 때문, 한·일 동맹과 미군 방어 논의"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의 중거리 순항미사일 아시아 배치 발언과 관련해 미국이 "한국은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한 것으로 5일(현지시간) 전해졌다. 전문가들도 미사일 배치 1순위는 미 해·공군이 중거리 타격 능력을 갖춘 동북아 지역이 아니라 동남아라고 분석했다. 다만, 대중·대북 압박 차원의 정치적 고려에 따라 선택지가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역 미군과 한국·일본 등 동맹국 방어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 "미 정부 측, 한국 정부에 설명"
"미사일 배치 개념 단계, 협의도 없어"
베넷 "동북아 아닌 동남아 배치 의도"

워싱턴의 소식통은 이날 중앙일보에 "미국 정부 관계자가 지상 발사 중거리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 배치 장소로 한국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우리 정부에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북아 지역 미군과 한국 해군·공군이 중거리 타격 전력을 갖고 있어 중거리 미사일 배치가 불필요한 데다가, 중거리 전력이 한국에 대한 북한 미사일 위협 억지와 별 상관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한·주일 공군과 한국 공군이 보유한 F-22, F-35, F-15 전투기가 모두 작전반경 1500㎞ 이상 정밀 타격 능력을 갖추고 있고,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과 잠수함 등도 사거리 2500㎞의 토마호크 함대지 순항미사일을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소식통은 "지대지 미사일을 한국에 근접 배치하면 오히려 중국에 공격받기 쉬운 표적(open target)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자산은 가능한 한 멀리 오키나와나 괌에 배치하는 것이 효율적"이란 말도 했다. 
 
다른 고위 소식통은 "중거리 미사일 배치와 관련, 한·미 간 어떤 협의도 없었다"며 "미국이 중·단거리 핵전력 폐기 협정(INF)을 며칠 전 탈퇴했고 미사일을 개발 중이기 때문에 아시아 배치는 아이디어 단계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INF 협정 이전 1980년대까지 보유했던 지대지 순항미사일의 정밀 타격 능력과 초음속·극초음속(hypersonic)으로 속도를 크게 개선한 첨단 크루즈 미사일을 개발 중이며 올해 내 시험 발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존 볼턴 보좌관은 6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아시아 배치가 지역 군비경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반발한다"는 데 "에스퍼장관이 아시아 배치 검토 의향을 밝힌 건 중국이 이미 중거리 미사일 수천기를 배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거리 배치 구상이 중국의 미사일 위협 때문임을 강조한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또 "중국은 INF 조약의 일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었다"며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INF를 탈퇴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역에 배치된 미군과 한국·일본과 다른 동맹국 방어에 관해서만 얘기하고 있다"며 "군사력을 증강하고 위협을 가한 것은 중국"이라고 거듭 말했다. 구체적으로 배치 국가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한국·일본과 미군 방어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가능성을 남겨둔 것이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미국의 아시아 배치는 이미 미군 함정과 전투기가 수백㎞~수천㎞의 타격 능력을 제공하는 동북아가 아니라 해상수송로인 믈라카 해협을 포함한 동남아 지역 배치를 의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거리 미사일을 동북아에도 배치할 순 있지만, 동북아에는 작전 반경이 500㎞가 훨씬 넘는 무인항공기(UAV)를 배치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베넷 연구원은 하지만 "미국이 동북아에 새로운 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위협할 경우 북한이 협상에 나설 필요성을 느끼게 되고, 중국도 미군 전력의 추가 배치를 막기 위해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비핵화를 시작하도록 북한을 압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예산평가센터(CSBA)는 지난 5월 "이동식 발사 체계는 일본의 규슈·오키나와, 필리핀의 루손·민다나오·팔라완 같은 보다 쉽게 은닉이 가능한 큰 섬들에 배치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태평양 지역의 대중 해상 압박 전략 보고서'에서 "INF 협정 탈퇴 이후 중국이 공군과 미사일 방어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도록 하기 위해 지상 기반 장거리 타격전력을 다시 확보해야 한다"고 하면서다. 
 
반면 게리 세모어 전 국가안보회의(NSC) 대량살상무기 감축 조정관은 "한국과 미국이 이미 북한을 압도할 재래식 전력을 가진 상황에서 중거리 순항미사일을 한국에 배치한다 해도 대북 추가 억지 효과는 별로 없고, 북한이 비핵화를 수용하게 하는 데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거리 순항미사일의 주목표가 중국이기 때문에 베이징을 적대시하기를 원치 않는 한국과 일본 정부가 현시점에선 배치를 수용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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