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트북을 열며] 개인의 시대, 당신은 준비가 됐습니까

중앙일보 2019.08.07 00:29 종합 28면 지면보기
임미진 폴인 팀장

임미진 폴인 팀장

한 중학생 학부모와 교육에 대한 대화를 하던 중이었다. 아이는 학원에서 선행 학습을 충실히 따라가고 있다고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부터 밤늦게까지 숙제하는 습관을 잘 익혔다고도 했다. 숙제를 하다 보면 새벽 한 시에 자는 것은 기본이라고 한다. “어린아이가 그 시간까지 공부에 집중할 수 있어요?”라고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옆에서 엄마가 함께 진도를 잡아주는 게 중요해요. 어디까지 문제를 풀어야 할지 미리 체크했다가 아이가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게 문제집을 들이미는 거죠.”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게…. 대화를 마치고 이 부분을 곱씹었다. 지식 플랫폼 폴인을 운영하며 많은 직장인을 만나고 있다. 변화를 읽어내고 성장하고 싶어하는 이들이다. 이들 상당수는 외부 변화보다 오히려 자기 자신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느낀다. 내가 걸어온 이 길이 내 길이 맞는가. 어찌 보면 ‘다른 생각’에 빠져있는 것이다.
 
노트북을 열며 8/7

노트북을 열며 8/7

 
대기업에 다니다 최근 퇴사를 고민하는 A씨가 그렇다. 핵심 부서를 옮겨 다니던 그는 마흔을 넘기고서야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하고 있다. “회사 일이 늘 즐거울 수는 없다는 건 알아요. 동기보다 더 빨리 승진하면 나은 삶일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상무님 전무님도 즐거워 보이지 않아요. 저렇게 나이 들고 싶지 않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에요.” 더 큰 문제는 본인이 원하는 삶이, 꿈꾸는 일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거다. “마흔이 넘어서 ‘뭘 하고 살아야 할까’ 고민하게 될지 몰랐어요.”
 
개인의 시대를 살기 위해서는 개인도 준비가 필요하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발견하는, 아주 기본적인 일이다. 조직의 시대에, 우리는 어떤 조직에 몸담고 있는가로 가치를 평가받았다. 치열하게 경쟁해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다른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다.
 
A씨 같이 고민하고 방황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는 건 사회가 개인의 시대로 넘어가기 위한 성장통이다. 폴인에서 공부 모임 ‘퇴사레시피’를 운영하는 원부연 공간기획자는 이렇게 말한다. “직장 생활이나 이직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보다 ‘OO님은 왜 일하세요’라거나 ‘OO님은 어떤 사람이에요’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때 가장 활발하게 토론이 일어난다”며 “많은 이들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답을 찾아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니 뒤늦게라도 직장인들은 성장통을 맘껏 앓을 일이다. 더 중요한 건, 우리의 아이들은 지금부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키우는 것이다.
 
임미진 폴인 팀장
공유하기
광고 닫기

미세먼지 심한 날엔? 먼지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