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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미사일 방관하는 미국에 한일 갈등까지…新애치슨라인 생기나

중앙일보 2019.08.06 18:00
북한이 이틀 만에 또다시 동해 상으로 미상의 발사체들을 발사했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한 신형전술유도무기(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이 이틀 만에 또다시 동해 상으로 미상의 발사체들을 발사했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한 신형전술유도무기(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이 6일 또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지난달 25일 이후 네 번째다. 이번에는 격을 높여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내고 대화 판을 깰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북한의 폭주는 단거리 발사체를 용인하는 듯한 미국의 방관자적 입장, 한ㆍ일 간 대립 심화 등 지역 정세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과민반응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지난 세 차례 발사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반응이다. 상황을 주시하겠지만 이를 이유로 추가 제재를 가하는 등의 고강도 대응은 하지 않겠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분위기다.  
이를 두고 미국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미 본토에 위협이 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 제거만 목표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3일 올린 트윗에서 “김정은과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쏜 것은 싱가포르 합의 위반이 아니다. 거기서 우리가 악수할 때 단거리 미사일에 대해서는 논의되지도 않았다”고 했다. 지난해 6ㆍ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단거리 미사일 위협은 아예 테이블에 오르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싱가포르에서도 의제로 다루지 않은 단거리 미사일 문제가 ‘노딜’로 끝난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다뤄졌을 가능성은 작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발사체를 쏜 뒤인 6일 오전 10시23분부터 11시4분까지 트윗 3개를 올렸는데, 북한과는 상관없는 내용이었다. 3개 모두 구글이 선거 조작을 하려 한다는 주장과 그와 관련된 보수 성향 폭스뉴스의 방송 내용에 대한 짧은 코멘트였다.  
미국이 사실상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용인하고 있지만, 단거리 미사일은 한국과 일본에겐 직접적 위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 이를 북한과 논의하지도 않았고, 더 나아가 단거리 정도는 괜찮다는 식의 입장이라면 이는 한ㆍ미 상호방위조약과 미ㆍ일 상호방위조약의 기본 취지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이 북ㆍ미 비핵화협상에서 북한의 중ㆍ단거리 미사일 위협 제거도 적극적으로 다루라고 미국에 함께 촉구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인한 양국 간 갈등 격화로 이런 공동대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달 25일에 이어 31일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한국은 뺀 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북한은 이처럼 분열하는 한ㆍ미ㆍ일 안보협력 틈새를 노려 단기간 내 집중적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셈이다.
동맹국 안보도 비용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트럼프가 ‘동맹 순위’를 재정비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이 미국 외교전략의 핵심인 인도ㆍ태평양 구상에서 주축을 맡은 반면, 한국은 중국을 의식해 동참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동맹순위에서 일본을 한국보다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신(新) 애치슨 라인(1950년 미국이 그은 극동 방위선)에 대한 우려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우리에게 일본의 보통국가화는 위협이지만, 미국에는 군사적으로 태평양에서 중국 견제를 위해 함께 싸워줄 나라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지지한다”며 “미국에 일본은 상수, 한국은 변수인 셈인데 이걸 한데 묶어주는 한ㆍ미ㆍ일 협력이 흔들리면 다음 수순은 제2의 애치슨 라인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아시아 안보 경계에 한국이 확정적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지혜ㆍ이유정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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