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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체 매출 300% 뛰었다…웃을 수만 없는 '노노재팬 특수'

중앙일보 2019.08.06 17:02
ABC마트 대체 업체로 지목되면서 호재를 맞은 신발 멀티숍 슈마커

ABC마트 대체 업체로 지목되면서 호재를 맞은 신발 멀티숍 슈마커

국내 신발 멀티숍 체인 ‘슈마커’는 지난 2일 하루 매출이 지난해 같은날보다 126% 치솟았다. 오프라인 매장(120개)과 온라인 몰에서 동시에 일어난 현상이다. 이날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한다는 발표를 한 당일로 소비자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지난 3~6일 사이에도 매출 상승은 이 수준(123~129%)을 유지하고 있다. 슈마커의 7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 전월 대비15% 뛰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 사이트 ‘노노재팬’에서 일본 제품을 대체할 ‘토종 업체로’로 지목된 기업의 매출이 급등하고 있다. ABC마트 대체 업체로 지목된 슈마커도 그 중 하나다. 슈마커 관계자는 “예상하지 못한 호재이긴 하지만 애국심을 너무 상업적으로 이용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며 “잠재고객을 끌어오고 각 매장 점장 교육을 다시 하는 등 발전 계기로 삼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BYC가 유니클로 불매 운동 특수를 맞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일 시작한 겨울 속옷 할인 행사. [사진 BYC]

BYC가 유니클로 불매 운동 특수를 맞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일 시작한 겨울 속옷 할인 행사. [사진 BYC]

‘노노재팬 특수’ 현상은 특히 패션 업계에서 두드러진다. 유니클로와 ABC마트의 대체 업체로 지목된 10여개의 국내 업체는 일제히 매출이 상승했다. 특히 유니클로 여름 속옷 ‘에어리즘’ 대체품을 판매하는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BYC 여름 속옷 라인 ‘보디드라이’는 지난달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53% 증가했다. 이 업체의 일반 속옷 라인 ‘심리스’의 매출은 239%(직영점과 공식온라인몰) 뛰었다. 이랜드 계열의 캐주얼 브랜드인 스파오의 여름 속옷 ‘쿨테크 라인’도 지난해 동기보다 매출이 300% 상승했다. 
 
슈마커와 함께 ABC마트 대체 업체로 뜬 신발 멀티숍 ‘폴더’도 지난달 매출이 10% 증가했다. 일본의 패션 브랜드 꼼데가르송 대체 브랜드로 꼽히는 럭키슈에뜨(코오롱 FnC)도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상승(10%)했다.  
 
패션업계는 일본 불매 운동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호재를 겨울까지 이어갈 준비에 들어갔다. BYC는 발빠르게 겨울상품을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역시즌 페스티벌’을 5일 시작했다. 목표는 수년간 유니클로의 ‘히트텍’이 독차지했던 발열 내의 제품이다. 31일까지 보디히트ㆍ에어메리ㆍ스콜피오를 최대 8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패션업계는 다운패딩, 남성용 캐주얼 면바지 등 유니클로가 특히 강세였던 제품군 정비에 나섰다.         

 
국내 패션 업체들은 유니클로가 강세를 보여온 품목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스파오]

국내 패션 업체들은 유니클로가 강세를 보여온 품목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스파오]

아사히·기린 등 일본 맥주 불매 운동의 반사이익은 다수의 맥주제조사가 나눠가져가고 있다. 편의점에서 ‘1만원에 4캔’  묶음 행사에서 일본 맥주가 사라지면서 수입맥주와 국산 맥주의 매출이 고르게 올랐다. ‘절대 승자’가 없는 셈이다. 
편의점 CU에서 지난달 일본 맥주 매출은 51% 줄면서 반토막이 났다. 이 기간 국산맥주 매출은 전달 대비 7.2% 증가했지만, 수입맥주(일본 맥주 제외)의 매출도 7.5%나 증가했다. 국산 맥주는 가정보다는 주로 음식점이나 유흥업소에서 판매되고 있어 노노재팬 특수 효과를 실감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가정용 주류 시장에서 수입 맥주의 인기가 이어지고 있고 우리 맥주의 판매 증가 추세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수를 맞은 토종 브랜드들은 애국심 마케팅이 자칫 역풍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조심하는 분위기다. 진행 중이던 일본 브랜드와의 협업을 모두 중단했다는 한 패션 브랜드 관계자는 “너무 토종 브랜드라는 것을 강조할 경우 반발심을 살 수도 있다“며 “전혀 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은 방식이라 고민도 있다”고 말했다. 
 
전영선·곽재민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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