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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 '보이콧 재팬' 깃발 건 지자체…"무개념 반일" 비판

중앙일보 2019.08.06 12:34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키로 하자 지방자치단체들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대응에 나섰다. 주로 더불어민주당 출신이 단체장을 맡은 지역이다. 하지만 야권을 중심으로 "냉정하고 실효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당국이 졸속·감정적 대응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중구청 관계자들이 태극기와 '노 재팬' 배너깃발을 설치하고 있다. [뉴시스]

6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중구청 관계자들이 태극기와 '노 재팬' 배너깃발을 설치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의 극일(克日) 기치 아래 지방자치단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일본 수출규제 조치 규탄대회’(52개 지자체 참여)를 열고 ‘일본 수출규제 공동대응 지방정부연합’을 출범시켰다. 지방정부연합은 민주당 소속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이 주도하고 있다. 이 연합에 참여하는 지자체 수는 출범 일주일 만에 100곳이 넘었다. 연합의 목표는 ▲지방정부가 구매·임대하는 품목 중 일본산 제품에 대한 거래 전면 중단 ▲민간부문의 일본제품 불매와 일본 여행 보이콧에 대한 동참 ▲일본으로의 모든 공무상 방문과 일본과의 자매결연 활동 중단 등이다. 실제 많은 지자체가 이미 실행에 옮긴 상태다.
 
자체 대책은 내놓은 곳도 있다. 서울 중구청(서양호 청장)은 6일 명동·을지로·남산 등 관내에 ‘NO BOYCOTT JAPAN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고 쓰인 깃발 1100개를 내거는 정책을 시작했다. 서양호 청장은 전날(5일) "중구는 서울의 중심이자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오가는 지역이다. 전 세계에 일본의 부당함과 우리의 강한 의지를 보여줄 것”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정책 추진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당 등 야권에서 “관광지를 찾은 일본인들에게 혐한 정서를 심어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서울 한복판에 NO Japan 깃발을 설치하는 것을 중단해 주십시오’라는 글이 올라왔다. 논란이 거세자 서양호 청장은 6일 오전 페이스북에 직접 “왜 구청은 나서면 안 되지요? 지금은 경제판 임진왜란이 터져서 대통령조차 최전선에서 싸우는 때”라고 항변함과 동시에, 저녁에 예정됐던 깃발 설치 작업을 오전으로 앞당겼다. 
 
그러자 정의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유상진 대변인은 “아베 정권과 일본을 구분하지 못하고 무개념적인 반일과 민족주의로 몰아가는 정치인들의 돌발적 행동은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논평했다. “시민들이 아베 정권을 규탄하고자 나선 자발적 불매운동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장이 나서서 불매운동을 조장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경기도에서 주최하는 ‘새로운 경기 제안공모 2019’ 아이디어 공모전 공고. [홈페이지 캡처]

경기도에서 주최하는 ‘새로운 경기 제안공모 2019’ 아이디어 공모전 공고. [홈페이지 캡처]

 
이달 초엔 경기도(이재명 지사)가 ‘반도체 소재 장비 국산화 아이디어’ 공모를 내놓았다. 1등에겐 상금 500만원을 걸고 나온 정책이다. 
한국당은 “이재명 경기지사 특유의 ‘아무 말 대잔치’가 도정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단순히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면, 차라리 노벨상 수상도 국민 공모전을 통해서 도전하는 것이 어떤가”(장능인 상근부대변인)라고 논평했고,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정부가) 더 이상 대책이 실효적인 게 없나 보구나”라고 썼다.  
 
이밖에 서울 강남구(정순균 청장)는 관내 거리에 설치된 만국기 중 일장기(총 14기)를 철거하는 사업에 나섰고, 서울 서대문구(문석진 청장)는 각 부서에서 사용하던 일제 사무용품을 회수해 보관 상자(타임캡슐)에 넣는 ‘일본제품 사용 중지 타임캡슐 운동’을 벌이고 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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