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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 되고 누군 안 돼?"…지진 이재민 '이주 대상 선정' 잡음

중앙일보 2019.08.06 11:24
지난 6월 24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 내부에 마련된 대피소 모습. 이재민들이 생활하는 텐트가 줄지어 설치돼 있다. 포항=김정석기자

지난 6월 24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 내부에 마련된 대피소 모습. 이재민들이 생활하는 텐트가 줄지어 설치돼 있다. 포항=김정석기자

경북 포항시가 1년 9개월째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재민 생활을 하고 있는 포항 지진 피해 주민들에 대한 이주 방안 추진에 나섰다. 이주 대상은 주택 소파(小破) 판정을 받아 주거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임시 구호소인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살고 있는 이재민들이다.
 

지진 1년9개월 지났지만 아직 체육관 생활하는 이재민들
포항시 "이주민들 건강 악화 가능성" 주거 지원 논의 돌입
92가구 208명 전체 아닌 41가구 76명만 '실거주' 분류해
이재민 "전체 지원해 달라" vs 포항시 "형평성 문제 우려"

아직까지 체육관에서 이재민 생활을 하고 있는 주민들은 대부분이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미장관맨션 주민들이다. 한미장관맨션은 포항시가 진행한 건물 안전진단에서 ‘수리 후 입주 가능’ 수준인 소파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 맨션 주민들은 “집안 곳곳에 금이 가고 바닥이 솟아 주거가 불가능하다”며 2017년 11월 15일 지진 이후부터 현재까지 돌아가지 않고 있다.
 
현재 흥해실내체육관에 이재민으로 등록된 이들은 92가구 208명이다. 포항시는 체육관 내부에 텐트 221동을 설치하고 매끼 음식을 제공하는 등 이재민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포항시는 최근 이재민들의 건강이 나빠지는 등 더는 장기간의 체육관 생활이 힘들다고 판단하고 이들에 대한 이주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포항시는 이재민들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민임대주택에 임시 거처를 마련할 방침이다.
 
문제는 이주 대상이 이재민 92가구 208명 전체가 아니라 ‘실거주자’로 꼽힌 41가구 76명에 그칠 것이란 점이다. 포항시 지진대책국 주거안정과 관계자는 “지난 5월 열린 포항시 주거안정심의위원회에서 이주 대상 이재민을 ‘대피소 실거주자’로 한정지었다”며 “잠정적으로 파악된 41가구 76명이 실제 거주자와 일치하는지 파악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진영 행정안전부장관이 지난 4월 24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지진피해 이재민 대피소인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집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는 이재민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뉴스1]

진영 행정안전부장관이 지난 4월 24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지진피해 이재민 대피소인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집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는 이재민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뉴스1]

 
이재민들은 반발했다. 익명을 요구한 70대 여성 이재민은 “포항시가 지진 관련 예산을 받으려고 할 때는 ‘체육관에 아직도 92가구나 남아 있다’고 하더니 지금 와서 이주 대상을 정할 때는 실거주자 운운한다”며 “2년 가까이 집에도 못하고 체육관 생활을 한 이재민들을 더는 힘들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소파 판정을 받은 주민이 5만4000여 명이다. 이들 대부분이 주거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불편을 감수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소파 판정을 받은 다른 누군가가 지원을 받게 되면 형평성 문제가 나올 수 있다. 이재민 중 주거 지원 대상을 정할 땐 보다 철저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2017년 규모 5.4 지진으로 소파 판정보다 심한 전파(全破) 또는 반파(半破) 수준 판정을 받은 이재민들은 지난해 주거 지원을 받았다. LH 국민임대주택 또는 가건물 형태의 희망보금자리 이주단지에 입주하거나 1억원 이하의 전세보증금을 지원받는 방식이었다. 포항시 집계 결과 지역 전체에서 지진 피해를 본 5만6566채 가운데 주거지원 대상은 전파 주택 671가구와 반파 주택 285가구를 포함해 956가구였다. 이 중 793가구 1990명이 주거지원을 희망해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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