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백설탕보다 불순물 많은 흑당, 이래도 블랙푸드라고?

중앙일보 2019.08.06 10:00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49)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설탕을 당뇨 유발, 비만, 성인병의 원인으로 보며 하루에 섭취 기준 가이드라인을 정해주고 있다. 또한 설탕 함유량이 높은 음식에는 세금을 붙이면서 설탕을 기피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 pixabay]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설탕을 당뇨 유발, 비만, 성인병의 원인으로 보며 하루에 섭취 기준 가이드라인을 정해주고 있다. 또한 설탕 함유량이 높은 음식에는 세금을 붙이면서 설탕을 기피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 pixabay]

 
세간에는 설탕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당뇨를 유발하고 비만의 원인 혹은 성인병의 원흉으로 치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하루에 50g 이상을 먹지 말도록 가이드라인까지 정해주고 있다. 심지어 설탕 함유량이 높은 음식에 ‘비만세’ 혹은 ‘죄악세’를 매기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다분히 호들갑이다. 너무 값이 싸고 맛이 좋아 인간이 많이 먹어 탈을 낸 대표적 식품이라 그렇다.
 
설탕만큼 빠른 시간에 에너지를 내놓는 식품은 벌꿀 외에는 없다. 피곤할 때 한잔 타 먹으면 피로가 가실 정도다. 왜 많이 먹어 탈을 내놓고 그 탓을 식품에 돌리나. 쌀밥도 많이 먹으면 탈이 난다. 얼마 전만 해도 명절선물로 인기를 끌던 귀중품이 왜 천대받는 신세가 됐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백설탕이 나쁘다면서 흑설탕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정확하게는 흑설탕 아닌 ‘흑당 열풍’이다. 흑당버블티, 흑당밀크티, 흑당커피, 브라운커피 등 모름지기 블랙푸드 광풍이다. 커피에 백설탕도 시럽도 아닌 검디검은 흑당을 넣는다는 거다. 왜 이런 엉터리 마케팅이 주효했을까.
 

백설탕보다 흑설탕이 낫다고? 

 
한땐 백설탕보다 황설탕, 흑설탕이 좋다는 근거 없는 미신이 있었다. 원당을 수입해 설탕을 만드는 과정에서 고열로 당이 변해 ‘달고나’처럼 된 것이 황색, 흑색인데도 이를 좋다고 하면 말이 되지 않는다. 순도가 높은 게 백설탕이고 불순물이 많이 섞인 게 흑설탕인 것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최근 시중에 엄청난 열풍을 일으킨 흑당. 흑당 버블티를 사먹기 위해 손님들이 줄지어 서 있다. [중앙포토]

최근 시중에 엄청난 열풍을 일으킨 흑당. 흑당 버블티를 사먹기 위해 손님들이 줄지어 서 있다. [중앙포토]

 
그럼 시중에 열풍을 일으킨 흑당의 정체는 뭔가. 흑설탕하고 다른가. 나는 “같은 거는 아니지만 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흑당은 설탕의 재료인 사탕수수즙을 졸여(농축) 만든 시럽 혹은 각설탕형이다. 반면 흑설탕은 사탕수수즙을 농축해 만든 원당이라는 것을 수입해 순도를 높이기 위해 정제하는 과정에서 생성돼 나온 캐러멜색소가 과도하게 섞인 것이다. 보통 흑당 쪽이 더 색깔이 검다. 또 설탕보다 흑당이 더 비쌀 이유가 없는데도 비싼 것도 이상하다.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원당(황갈색)을 수입해 물에 녹여 가열, 농축해 설탕을 결정화한 것이 백색설탕이고 나머지 액은 버리기 아까워 재농축한 것이 황설탕이다. 다시 남은 액도 아까워 가열, 재결정해 얻은 게 흑설탕이다. 당연히 이 과정을 거듭할수록 불순물의 혼입은 많아진다. 동시에 갈변현상에 의해 색깔은 더 검어진다. 불순물 속에 인체에 유익한 비타민 혹은 미네랄이 많아 좋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 양은 새 발의 피 정도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재농축하면 색깔이 왜 흑색으로 될까. 설탕을 국자에 넣고 연탄불에 올리면 서서히 녹으면서 갈색으로 변한다. 이게 달고나 혹은 뽑기다. 왜 초등학교 때의 추억이 있지 않나?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이 있다. 이런 변화과정에서 기막힌 향내가 발생한다는 거다. 이게 우리가 초등학교 시절 달고나 할아버지 앞을 그냥 지나치기 힘들게 했던 이유고 추억이다. 그래서 백설탕보다 흑설탕이 더 맛이 좋게 느껴지는 까닭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다양한 브랜드에서 출시되고 있는 흑당 버블티. [사진 각 브랜드 제공]

최근 다양한 브랜드에서 출시되고 있는 흑당 버블티. [사진 각 브랜드 제공]

 
이런 갈변현상을 ‘케러멜화(caramelization)’라고 한다. 시중의 캐러멜색소는 설탕을 가지고 이렇게 만든다. 짜장면과 콜라, 캐러멜 과자에 들어있는 색소 말이다. 세계보건 기구는 캐러멜색소가 인체에 나쁘지 않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논문에 유해물질이 동반된다는 해석이 있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콜라의 캐러멜색소를 줄이라는 시민청원까지 일어났다. 이제 설탕의 흑색이 인체 유해성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설탕도 천연이다. 사탕수수즙을 졸여 물엿 같이 만들어 굳힌 것이 흑당이고 농축하고 정제해 순도를 높인 것이 백설탕이다. 흑당은 괜찮고 백설탕은 몸에 해롭다고 말하면 바보스러운 고백이다. 세상에는 착한 당도 나쁜 당이 따로 없다. 많이 먹으면 나쁘고 적당하게 먹으면 좋은 게 식품이다. 흑당이 향이 좋고 맛이 좋아 먹는 것은 말리지 않겠지만, 건강을 위해 먹는다 하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여겨진다.
 
흑당에 비타민이 많고 미네랄이 풍부해 좋다는 세간의 소문은 엉터리다. 특히 요즘 회자되는 갈변현상 중에 생성되는 유해물질뿐만 아니라 캐러멜색소 자체에도 우려가 높다. 아직 미국의 FDA, 한국의 KFDA는 캐러멜색소에 대해서는 무해하다는 입장이라 현재 식품에의 첨가량에는 제한이 없다.
 

민간 레벨에선 유해성 논쟁

 
그러나 끊임없이 민간 레벨에서 유해성 논쟁이 제기된다. 일부에서는 위험성을 침소봉대해 소비자를 불안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마치 타르색소인 것처럼 말이다. 이도 사실이 아니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전적으로 무시할 수는 없는 부분도 있다. 설탕의 갈변현상에 동반 생성되는 ‘4-MI(4-methylimidazole)’에 발암성이 있다는 문제다. 이 물질은 국제암연구소에서 2군B급(인체 발암성 증거는 불충분하고 동물에 발암성 증거도 제한적)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어서다.
 
2군B급으로 지정된 걸 보면 그렇게 강력한 것 같지는 않지만 유의할 부분은 있어 보인다. 당연 흑당도 이 물질에 자유롭지 못하다. 이 또한 여느 건강식품처럼 유행으로 지나가겠지만 왜 이런 근거가 빈약한 마케팅이 이어지는 지 의아하다.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이태호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필진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 시중에는 건강식품이 넘쳐나고 모든 식품이 약으로 변했다. 허위와 과대광고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함량 부족의 전문가가 TV에 붙박이로 출연하면서 온갖 왜곡정보를 양산하고 소비자를 기만한다. 음식으로 치료되지 않는 질병이 없고 그들의 말대로라면 질병에서 해방될 것 같은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들을 쇼닥터로 지칭하고 규제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이제 그 도를 넘겼다. 노후에 가장 관심사인 건강관리를 위해 올바른 지식을 알리고 시중의 잘못된 식품에 대한 왜곡된 상식을 바로잡는 데 일조하고 싶다.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