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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불매, 롯데는?"···한달맞은 보이콧 재팬의 딜레마

중앙일보 2019.08.06 10:00
“여기 상인들끼리 하는 말로는 3재(災)가 겹쳤다고 해요. 날 더워서 회 안 먹지, 경제 불황이지, 게다가 일본 식당이라고 꺼려하지…”
 

한달 맞은 'No No Japan' 어디까지 왔나

5일 오후 1시쯤 서울 마포구의 한 초밥집에서 만난 점주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가게가 위치한 곳은 합정역 5번 출구 부근 거리로, 일본풍 건물에 일본식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어 ‘신(新) 재팬타운’으로 불린다.
 
5일 일본 불매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 '재팬타운' 거리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박사라 기자.

5일 일본 불매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 '재팬타운' 거리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박사라 기자.

 
이날 점심 시간이어서 직장인들로 붐비어야 할 가게는 썰렁했다. 5~6개의 테이블에는 한 그룹만이 앉아있었고, 바 좌석에는 아무도 없었다. 점주는 “꼭 한ㆍ일 관계 악화의 영향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전체적으로 거리에 사람이 줄면서 체감 매출이 20~30%는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은 대부분의 식자재를 국내산으로 쓴다. 점주를 포함해 가게에서 일하는 직원 모두 한국인이다. 15년 넘게 일본 요리를 공부해왔다는 한 직원은 “불매운동에 자체에 대해 반대할 생각은 없고 국민으로서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가게를 찾아주는 손님에게까지 손가락질을 하는 건 삼가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국 "전국의 일식집이 다 망할 순 없다"

일본 불매 운동이 한 달을 넘긴 가운데, 일식집과 이자카야 등이 타격을 입고 있다. 문제는 국내에 있는 대부분의 일식당 업주와 종업원이 한국인이라는 점이다. 최근 올라온 한 온라인 커뮤니티 글에는 “모든 일식집을 불매해야 하느냐, 주인이 한국인이고 이익이 일본에 가는 게 아니라면 괜찮지 않으냐”며 고민을 토로하는 글이 올라왔다.
 
최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케 오찬’ 논란도 이런 딜레마를 보여준다. 야당의 비판에 민주당은 “일식집에서 우리 술인 청주를 마셨다”고 해명했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 전국 일식집이 다 망해야 하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한일 경제전쟁 중이지만, 우리는 한국에 있는 일식집에 갈 수 있다. 전국의 일식집 업주와 종업원들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정치공세”라고 썼다.
 
서울 시내 한 다이소 매장. [사진 다이소]

서울 시내 한 다이소 매장. [사진 다이소]

 
억울함을 호소하는 건 소상공인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국 기업’이라며 입장문을 낸 한국 다이소가 그 예다. 다이소는 일본 다이소로부터 일부 지분 투자를 받았지만 매장 내 제품 상당수는 680여 국내 중소기업이 납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만난 한 다이소 점장은 “확실히 경제 불황과 겹쳐 손님이 줄긴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 지점은 손님들이 미리 정보를 접하고 와서 ‘이건 한국 제품이니까 괜찮다’고 이야기하곤 한다”며 “다이소까지 무차별적으로 불매의 타깃이 될 경우 타격받는 건 소상공인들이라는 걸 이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 개 살 거 하나만, 한국인 점주는 OK"

시민들 사이에선 불매 운동의 적정선이 어디까지인지를 두고 토론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일본식 식당에도 발길을 끊는 게 맞는지, 한국과 일본으로부터 모두 투자를 받은 기업의 제품은 어떻게 할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최근 올라온 “롯데 기업도 한국에 세금을 내는데 무조건 욕을 먹어야 하는 거냐”, “미리 구매했던 물건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의 글에는 대부분 “주요 일본 기업 제품만 피하면 된다” “불매 운동이 별거냐, 두 개 살 거 하나 사면 된다”는 식으로 시민들 각자의 기준을 공유했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일본 불매 운동'이라고 검색했을 때 나오는 글. 불매를 어디까지 벌여야 할 지 고민하는 내용이 많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 포털사이트에서 '일본 불매 운동'이라고 검색했을 때 나오는 글. 불매를 어디까지 벌여야 할 지 고민하는 내용이 많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김모(30)씨는 “일본이 먼저 경제로 압박하는데 우리도 경제(불매)로 맞대응하는 게 잘못된 건 아닌 것 같다”면서도 “물건을 살 때나 식당에 갈 때 한 번 더 고민하는 건 맞지만 사회생활에 지장을 미치거나 한국인 상인에게 피해를 주는 정도까지는 가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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