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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빼돌리기, 비품 사용…소형 건축물 부실 이유 있었네

중앙일보 2019.08.06 09:00

[더,오래]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27) 

얼마 전 한 건물의 철근 배근 검사를 나갔다가 설계도면보다 넓게 시공한 의도적인 철근 누락을 발견했다. 사진은 한 아파트 공사장의 총면 철근구조 공사 현장. [중앙포토]

얼마 전 한 건물의 철근 배근 검사를 나갔다가 설계도면보다 넓게 시공한 의도적인 철근 누락을 발견했다. 사진은 한 아파트 공사장의 총면 철근구조 공사 현장. [중앙포토]

 
얼마 전 감리자 자격으로 지상 10층, 지하 2층 건물의 지하층 철근 배근 검사를 나갔다가 생긴 일이다. 건축설계 도면에는 지하 외벽 철근을 18㎝ 간격으로 설치하게 돼 있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철근 간격을 재어보니 20㎝로 설계도면에서 지정한 철근 간격보다 2㎝ 넓게 시공되어 있었다. 지하층 면적이 상당히 넓었으므로 공사비 절약을 위한 의도적인 철근 누락이 분명했다.
 
시공된 철근을 전부 해체하고 재시공할 것을 주문했다. 당장 내일 아침에 레미콘을 타설해야 한다면서 현장소장은 화를 냈다. 게다가 설계도면 보다 겨우 2㎝ 넓게 시공되어 있으니 구조적으로 별문제가 없지 않으냐며 오히려 감리를 설득, 회유하려 들었다. 단호한 감리의 태도에 결국 현장소장은 도면대로 시공하겠다는 확약서를 썼다.
 

건축자재 정품보단 비품 사용 다반사

이미 시공된 철근을 다 철거하고 재시공하려면 최소 며칠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다음 날 아침 재시공을 완료했으니 검사해달라는 전화가 왔다. 놀랍게도 공사가 완료돼 있었다. 20㎝ 간격으로 시공된 철근을 철거하고 재시공하는 대신에 사이사이에 철근을 한 가닥씩 더 넣어 결과적으로 철근 간격이 10㎝가 되도록 만들어 놓았다.
 
레미콘 타설이 예약돼 있기도 했지만 철거하고 재시공하는데 소요되는 시간, 비용을 고려하면 이런 방식이 더 경제적이라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결국 이 건물의 지하층은 설계도면보다 철근이 두 배가량 들어간 튼튼한 구조가 되었다.
 
건설 경기가 좋을 때는 건축자재가 부족해진다. 여기저기 벌어지는 토목, 건축공사에 필요한 자재 수요가 크게 늘기 때문이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므로 당연히 자재 가격이 오른다. 어떤 경우는 돈을 주고도 필요한 자재를 살 수 없어 공사가 지연되기도 한다. 이럴 땐 정품 자재보다는 비품 자재가 평상시보다 음성적으로 더 활발히 유통된다. 특히 규모가 작은 현장에서 비품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 상주 감리 대상이 아니어서 건축주의 눈만 피하면 된다.
 
대형 공사에서 상주 감리자가 현장에 있어도 부실공사를 하거나 부적절한 자재를 사용해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경우는 감리자가 부실감리를 했거나 부실공사를 묵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공사현장에 사고가 발생하거나 하면 비로소 시공이나 감리가 제대로 수행되었는지 책임소재를 따져 들어간다.
 
그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건축설계도면이다. 시공된 상태가 설계도면 대로 돼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다. 요즘은 측정 장비가 좋아 콘크리트로 시공된 구조물 안에 있는 철근의 굵기나 개수, 시공 상태까지도 훤히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철근 누락 시공은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다.

 
철근콘크리트 구조에서 콘크리트는 근육, 철근은 뼈대와 같은 역할이다. 이 골조는 교체공사가 불가능한 중요한 구조다. 그런데도 철근을 빼돌리는 공사현장이 아직도 존재한다. [중앙포토]

철근콘크리트 구조에서 콘크리트는 근육, 철근은 뼈대와 같은 역할이다. 이 골조는 교체공사가 불가능한 중요한 구조다. 그런데도 철근을 빼돌리는 공사현장이 아직도 존재한다. [중앙포토]

 
철근콘크리트 구조에서 콘크리트는 근육의 역할이고 철근은 뼈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마감자재가 좀 부실하다면 교체하면 되지만 골조는 교체공사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아직도 철근을 빼돌리는 신도시 아파트나 공공시설물이 계속 나타난다.
 
적정한 이윤을 책정한 공사비를 가지고 공사를 수행하는 건설회사의 이러한 후진국형 부실이 계속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솜방망이 처벌이다. 발각되지 않고 넘어가면 이익이 크고 설사 부실이 드러나도 그 처벌 수위가 미미하니 이러한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것이다. 골조의 부실은 건물의 수명을 단축하는 문제를 넘어 자칫 대형 참사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소형 건축물, 철근 부실 공사 많아

대형 건설회사가 이 지경이니 작은 근린생활시설이나 다가구, 다세대주택 공사 등 소형건축물의 철근배근 공사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실제 소형 건축물 현장에 가보면 구조물 공사, 특히 철근 공사에서 부실공사가 많다. 시공자가 철근 배근 도면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철근 개수는 도면에서 지정한 대로 넣는다고 하더라도 기둥, 보, 슬래브 등 구조부위마다 철근 배근 방식을 정확히 지키지 않아서 구조적으로 충분한 강도를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이러한 후진국형 골조 부실공사는 확실하게 근절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시공자의 윤리의식이 우선하겠지만, 공사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기술자로서의 재교육 시스템도 절실해 보인다.
 
손웅익 프리랜서 건축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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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웅익 손웅익 프리랜서 건축가. 수필가 필진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 더위와 추위를 피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한 집, 투자와 과시의 대상으로의 집에서 벗어나 집은 살아가는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건축가이자 수필가인 필자를 통해 집의 본질에 대해, 행복한 삶의 공간으로서의 집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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