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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 가스 체험, '알라딘' 싱어롱…테마파크 변신한 극장가

중앙일보 2019.08.06 08:02
개봉 6일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한 코믹 재난 영화 '엑시트'. 유독가스가 주인공들을 덮치자, 스크린 양옆에서도 흰 연기가 쏟아져 나왔다. 왼쪽부터 주연 임윤아와 조정석이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개봉 6일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한 코믹 재난 영화 '엑시트'. 유독가스가 주인공들을 덮치자, 스크린 양옆에서도 흰 연기가 쏟아져 나왔다. 왼쪽부터 주연 임윤아와 조정석이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스크린 속 독가스가 퍼지니 스크린 밖에도 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주인공 조정석과 윤아(소녀시대)가 가스를 피해 고층건물 외벽을 아슬아슬하게 기어오를 땐 영화관 좌석도 딱 맞춰 덜컹거렸다. 놀이기구를 탄 듯 제법 긴장감 넘쳤다. 지난 토요일(3일) 오전 8시 30분경 서울 신촌 CGV 극장. 재난영화 ‘엑시트’(감독 이상근) 4D 상영관엔 이른 아침인데도 수십 명이 객석을 채웠다. 아이 손 잡고 온 가족, 커플 관객도 눈에 띄었다.  
 

'엑시트' 6일만에 300만 관객 돌파
시원한 액션 부각한 4D도 입소문
'알라딘'은 석달째 4D 싱어롱 불티

보는 곳 넘어 테마파크 변신한 극장가
사운드 특화관은 콘서트장 방불케 해

'엑시트' 4DX, 가스테러·도심질주 생생

지난달 31일 개봉한 ‘엑시트’는 비극이나 신파 코드 없이 시원시원한 액션 스타일이 입소문을 타며 첫 주말 흥행 1위에 올랐다. 엿새째인 5일 오전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주인공 용남이 건물 외벽의 대게 모양 간판에 매달린 모습. 4DX 상영에선 스크린 속 이런 아찔한 동작에 맞춰 객석의 의자가 음직인다. 등받이에서 불어나온 바람이 목덜미를 스칠 땐 솜털까지 쭈뼛 솟는다.[사진 CJ엔터테인먼트]

주인공 용남이 건물 외벽의 대게 모양 간판에 매달린 모습. 4DX 상영에선 스크린 속 이런 아찔한 동작에 맞춰 객석의 의자가 음직인다. 등받이에서 불어나온 바람이 목덜미를 스칠 땐 솜털까지 쭈뼛 솟는다.[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는 도심 가스 테러 현장에 갇힌 청년백수 용남과 대학 후배 의주가 산악동아리 시절 경험을 되살려 탈출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이런 짜릿한 액션을 일반 2D 상영관뿐 아니라 모션체어‧물‧바람 등 특수효과를 더한 4D, 아이맥스 등으로 다양하게 즐기려는 관객도 줄을 잇는다.  
“‘엑시트’ 다들 몇 차 보셨나요? 저는 주중 4DX(CJ CGV의 자체 4D 브랜드) 보면 5회차 될 예정입니다.” 지난 주말 온라인 영화 커뮤니티 ‘익스트림무비’에서 이 영화 재관람 횟수를 묻는 이 글엔 벌써 두세 번 봤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이 세상 흥이 아닙니다…'알라딘' 싱어롱

지난달 19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알라딘' 댄서롱 현장엔 130여명 관객이 모였다. 저마다 자스민 공주, 알라딘 등 극중 캐릭터를 코스프레한 모습으로 춤추고 노래하며 흥을 만끽했다. [사진 CJ CGV]

지난달 19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알라딘' 댄서롱 현장엔 130여명 관객이 모였다. 저마다 자스민 공주, 알라딘 등 극중 캐릭터를 코스프레한 모습으로 춤추고 노래하며 흥을 만끽했다. [사진 CJ CGV]

최근 이런 특수 상영관을 통한 재관람이 새로운 흥행코드로 자리 잡고 있다. 재밌게 본 영화를 다양한 특수관에서 다시 보는 이들이 늘면서 흥행 역주행도 일어났다. 대표적인 예가 디즈니 실사 뮤지컬 영화 ‘알라딘’이다.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했지만, 뒷심을 발휘하며 개봉 53일째인 지난달 14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4일 누적 1223만 관객을 모으며 역대 흥행 12위 ‘신과함께-인과 연’을 바짝 따라붙었다. 특히 원작 애니메이션보다 주체적으로 바뀐 공주 서사에 더해 노래를 따라 부르는 4DX 싱어롱 상영이 20~30대 여성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지난달 19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 '알라딘' 4DX 댄서롱 상영에서 극중 앵무새 이아고와 원숭이 아부 코스프레를 하고 참석한 관객들. "내성적이어서 즐길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목소리가 다 쉴 정도로 재밌게 봤다"며 웃었다. [사진 CJ CGV]

지난달 19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 '알라딘' 4DX 댄서롱 상영에서 극중 앵무새 이아고와 원숭이 아부 코스프레를 하고 참석한 관객들. "내성적이어서 즐길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목소리가 다 쉴 정도로 재밌게 봤다"며 웃었다. [사진 CJ CGV]

지난달 19일 서울 용산 CGV의 ‘알라딘’ 4DX ‘댄서롱’(노래+춤) 상영장은 아이돌 콘서트장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17일간 연속으로 18번 하루도 빠짐없이 봤다” “26번 봤고, 응원상영만 3번째”라는 등 매니어 관객이 가득했다. ‘스피치리스’ ‘어 홀 뉴 월드’ 등 영어 주제가뿐 아니라 대사까지 따라 하며 알라딘과 자스민 공주, 램프의 요정 지니와 시녀 달리아의 로맨스 순간순간 열광했다. 마법 양탄자가 폭포 사이로 날아오른 장면에 맞춰 좌석이 흔들리며 물이 분사되자 각자 준비해온 응원봉과 탬버린‧소고를 두드리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코스프레도 시선을 끌었다. 주인공 알라딘과 자스민 공주뿐 아니라 극 중 원숭이‧앵무새, 심지어 마법 양탄자 의상을 입고 온 관객도 있었다.  
자스민 공주 분장을 하고 '알라딘' 4DX 댄서롱 상영을 찾은 관객, 그리고 양탄자. 극중 마법 양탄자를 코스프레한 것으로 실제 천 안에 사람이 들어가있다. [사진 CJ CGV]

자스민 공주 분장을 하고 '알라딘' 4DX 댄서롱 상영을 찾은 관객, 그리고 양탄자. 극중 마법 양탄자를 코스프레한 것으로 실제 천 안에 사람이 들어가있다. [사진 CJ CGV]

이렇게 다함께 즐기는 분위기가 관객을 끌며 ‘알라딘’은 전국 34개 4DX관에서만 사상 처음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종전 4DX 흥행 1위였던 ‘겨울왕국’의 48만 관객을 5년 만에 두 배 넘게 앞질렀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재관람률도 4DX가 높았다. 일반상영관이 33.8%인데 반해 4DX는 73.6%에 달했다. 지난달 14일까지 집계 기준이다. 개봉 석달째인 지금도 주말 서울 주요 지점 4DX 명당자리는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을 해야 할 정도다.  
 

롯데 4D 관객 70%↑…메가박스 '귀르가즘'

메가박스 사운드 특화관 MX관. 스크린 양옆과 상영관 천장에 줄지어 보이는 푸른빛 박스가 모두 스피커다. 이 스피커를 통해 360도 입체음향을 제공한다. [사진 메가박스]

메가박스 사운드 특화관 MX관. 스크린 양옆과 상영관 천장에 줄지어 보이는 푸른빛 박스가 모두 스피커다. 이 스피커를 통해 360도 입체음향을 제공한다. [사진 메가박스]

극장에서 영화를 단지 ‘보는’ 것을 넘어 특별하게 ‘체험하려는’ 관객은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영진위 결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3D‧4D‧아이맥스 등 특수관 관객 수는 352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만명(9.9%) 증가했다. 일반관보다 관람료가 다소 비싼 특수관 매출이 전년 대비 25억원 늘면서, 전체 평균 관람료도 역대 최고액인 8514원으로, 전년 대비 185원 상승했다.  
롯데시네마 역시 ‘알라딘’이 선전하며 올해 7월까지 4D 관객 수가 지난해 동기간 대비 70% 증가했다. 메가박스는 360도 입체음향을 제공하는 MX관이 수혜를 봤다. 귀가 황홀하단 뜻의 ‘귀르가즘’이란 신조어까지 만든 이 사운드 특화관은 지난해 10월 개봉한 ‘보헤미안 랩소디’ ‘알라딘’ 등에 힘입어 올 상반기 관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스크린X 흥행 이끈 BTS·'보헤미안 랩소디'

CGV는 4DX와 더불어, 스크린 좌우까지 3면에 영화를 상영하는 ‘스크린X’가 올 상반기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였다. 방탄소년단 다큐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이 스크린X 포맷으로 22만, 외국 영화론 지난해 10월 개봉한 ‘보헤미안 랩소디’가 누적 93만, ‘캡틴 마블’이 17만 관객을 모으는 등 전년 동기 대비 관객 수가 26% 늘었다.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 스크린X 화면. 전방의 스크린에 더해 좌우 두 면까지 영상이 확장되어 보인다. 스크린X 포맷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버전을 상영한다. [사진 CJ CGV]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 스크린X 화면. 전방의 스크린에 더해 좌우 두 면까지 영상이 확장되어 보인다. 스크린X 포맷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버전을 상영한다. [사진 CJ CGV]

이런 특수관 열풍은 보고 또 보는 N차 관람문화와도 맞물린다. CGV에 따르면 역대 1000만 영화 중 재관람률 1위는 ‘어벤져스:엔드게임’(10.2%), 이어 ‘알라딘’(8.7%) ‘어벤져스;인피니티 워’(8.2%) ‘겨울왕국’(8.1%) 순으로, 4DX 등 특수관 흥행 순위와 대부분 겹쳤다. 이런 현상의 원조가 바로 마블 히어로물이다. 메가박스 강규진 마케팅팀 차장은 “특수관에 적합한 영화가 나오면 극장이 예매 시기부터 N차 관람 이벤트를 주도하기도 한다”면서 “마블 ‘어벤져스’ 시리즈의 경우 고정 팬층의 수요가 크고 다양한 상영 포맷과 어울려 멀티플렉스 체인별로 자연스레 입맛 따라 골라 보는 특수관 N차 관람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7일 개봉하는 방탄소년단 다큐멘터리 '브링 더 소울:무비'.여러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싱어롱 상영이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7일 개봉하는 방탄소년단 다큐멘터리 '브링 더 소울:무비'.여러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싱어롱 상영이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특수관, OTT 맞선 극장 무기 될까

특수관은 언제 어디서든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된 시대에 극장의 새로운 활로로도 주목된다. CGV 황재현 홍보팀장은 특히 ‘알라딘’ 4DX 열기에 대해 “새로운 상영기술로 영화관이 테마파크 같은 재미를 줄 수 있게 됐다”면서 “모바일, 온라인스트리밍(OTT)과 경쟁하는 시대에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콘텐트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통찰을 얻었다”고 했다. 메가박스 강규진 차장은 “신작뿐 아니라 IPTV‧OTT로 이미 본 영화를 극장에서 제대로 보고 싶은 관객을 겨냥해 특수관에 적합한 기획전을 따로 열기도 한다”면서 “사운드 특화관인 MX관의 장점을 살려 올 하반기 ‘라라랜드’ ‘보헤미안 랩소디’ 등을 다시 보는 음악영화 기획전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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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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