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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욕심 내려놓으니 여행이 놀랍도록 풍성해졌다, 어떻게?

중앙일보 2019.08.06 07:00

[더,오래] 강하라·심채윤의 비건라이프(7)

여행 중 저녁식사는 샐러드를 사서 과일과 함께 숙소에서 먹기도 한다. 식당에서 유명한 음식을 먹지 않아도 여행은 행복할 수 있다. 간소한 식사를 함께 하며 소중한 시간을 누릴 수 있다. [사진 강하라 심채윤]

여행 중 저녁식사는 샐러드를 사서 과일과 함께 숙소에서 먹기도 한다. 식당에서 유명한 음식을 먹지 않아도 여행은 행복할 수 있다. 간소한 식사를 함께 하며 소중한 시간을 누릴 수 있다. [사진 강하라 심채윤]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계절, 잠시 모든 것을 놓아둔 채 낯선 곳으로 훌쩍 가고 싶어진다. 사람들은 낯선 장소에 머무는 경험을 통해 일상에서 쌓였던 마음의 피로를 풀게 된다. 좋은 것들을 얻고,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들로부터 잠시 거리를 둔다는 의미에서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삶을 다시 환기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하지만 때로는 여행 자체로 스트레스를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바로 욕심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 동안 소문난 관광지와 맛집을 더 많이 다니고 싶은 마음, 더 특별하게 옷을 입고 싶은 마음, 더 예쁜 사진을 남기고 싶은 마음을 느끼기도 한다. 여행지에서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인 것처럼 쇼핑하게 된다. 필요치 않은데도 많은 물건을 산다.
 
여행 사진을 남기기 위해 혹은 세일을 한다고 무리하게 옷 쇼핑을 하기도 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넘치는 짐을 싸느라 여행의 마지막 날을 분주하게 보낸다. 우리도 여행 가방을 여러 개 챙기던 시절이 있었다. 즐겁고 가벼운 마음이어야 할 여행이 시작도 전에 무거운 가방을 챙기느라 피곤해진다. 모든 것은 마음에 따라 달라진다고 해도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란 이처럼 어렵다.
 
먹는 것이 바뀐 후 우리의 여행 모습도 바뀌게 되었다. 물건을 소유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저절로 바뀌게 되었고, 적게 소유하고 더 많이 경험하는 것에 가치를 두게 되었다. 단지 식사를 간소하게 바꾸었을 뿐인데 우리의 변화는 식탁에서 멈추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며 생각지 못했던 것들까지 바뀌어갔다.
 
없이 사는 것은 생각도 못했던 자동차를 팔았고, 집의 물건들을 정리하게 되었다. 식사가 간소해지면서 살림이 간소해졌고, 집이 간소해지면서 빈 공간에서 좋은 생각들이 흘러나왔다. 없이 살아도 되는 수많은 물건들의 소비를 멈추게 되고 가공되지 않은 과일과 채소, 곡식을 먹으니 생활비 지출이 놀랄 만큼 줄어들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모인 예산으로 가족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모든 것을 멈추고 무모한 도전 같았지만 간소한 여행을 통해 더 큰 것들을 마음에 채워올 수 있었다.
 
먹는 음식으로 시작해서 삶 전반의 모습이 바뀌면서 이전에는 결코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이 다가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쇼핑도, 호화로운 숙소도 없는 여행이다. 고급리조트의 수영장에서 보내는 하루도 없다. 그렇지만 여행의 매 순간마다 자유롭고 홀가분했다. 이전보다 더 큰 긍정의 에너지들이 채워졌고 가족들과의 연결감도 깊어질 수 있었다.
 
이전과 달리 여행지에서도 소문난 식당을 찾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지도 않았고, 비싸기만 하고 기억에서 사라지는 관광지 식당에도 지갑을 열지 않게 되었다.
 
호텔에 머무르면서 과일을 넉넉하게 샀다. 아침을 과일로 시작하고 숙소를 나서면서 잘 씻은 과일을 가방에 챙겨 나간다.

호텔에 머무르면서 과일을 넉넉하게 샀다. 아침을 과일로 시작하고 숙소를 나서면서 잘 씻은 과일을 가방에 챙겨 나간다.

 
비건라이프의 즐거운 변화는 여행에서도 빛을 발한다. ‘먹는 행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여행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달라진다. 여행에서 식사의 경험이 중요할수록 그것에 할애하는 시간은 길어지게 마련이다. 무엇을 먹을지, 어디에서 먹을지, 만들어서 먹을지, 식당을 이용할지를 결정하는 것조차도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식당을 찾고 맛집을 검색하는 것도 만족스러운 경험을 위해서는 모두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여행을 가서 먹는 즐거움을 빼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삶에서 먹는 행위 이외 즐거움을 얻는 무수한 경험들이 있듯이 여행에서도 소문난 맛집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현지의 시장에서 신선한 과일을 사서 맛보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공원을 거닐 수도 있다.
 
신선한 채소를 가득 채워 동네 빵집의 바게트를 사서 샌드위치를 만들고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공원이나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도 좋다. 간식은 넉넉하게 구입한 과일로 대신한다. 먹는 일이 간결해지면서 얻게 되는 여유로운 시간들은 여행을 만끽하는 데 기대 이상의 충만한 만족감을 준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는 낯선 곳에서의 시간, 책을 읽고, 새소리를 듣는 시간, 가족들과 집에서는 하지 못했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비건라이프를 시작하면서 유명하다는 관광지를 보기 위해 안달하지 않게 되었고 기념품을 물건으로 사는 일도 사라졌다. 스스로 발이 달려 집을 나갈 수 없는 물건들을 구입하는 것에 더 신중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사진을 많이 남기기보다 마음에 많은 순간을 담는다. 아름다운 장소에서 가족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여행 중에 간단한 과일과 빵, 허머스나 잼 등을 챙기면 어디서나 점심을 먹을 수 있다. 땅콩버터나 허머스, 잼을 발라 과일과 야채를 담은 도시락을 준비해도 좋다. 좋아하는 공원이나 해변, 미술관 앞 벤치에서도 어디서나 식사를 해결할 수 있고 더 많은 여유와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여행 중에 간단한 과일과 빵, 허머스나 잼 등을 챙기면 어디서나 점심을 먹을 수 있다. 땅콩버터나 허머스, 잼을 발라 과일과 야채를 담은 도시락을 준비해도 좋다. 좋아하는 공원이나 해변, 미술관 앞 벤치에서도 어디서나 식사를 해결할 수 있고 더 많은 여유와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밥과 고기, 기름진 음식들로 배를 채워야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여행지에서의 체력은 놀랍도록 좋아진다. 소화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우리 몸의 에너지는 가벼운 음식을 먹으면 더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가뿐한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우리는 여행 중에 과일을 많이 먹는다. 요리를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호텔에서 머물러도 과일 식사를 할 수 있다. 과일은 냉장고가 작거나 없더라도 보관이 가능하고 소화에 무리가 없다.
 
수분이 많은 과일은 다양한 영양소를 가지고 있으며 어디서나 구입할 수 있고 비용도 저렴하다. 과일은 빵이나 샐러드와 함께 먹을 수도 있고 장소에 제약 없이 어디서나 먹을 수 있다. 지금의 인류는 반드시 고기를 먹어야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다는 단백질 신화를 믿는다. 현대인들은 적당한 단백질이 아니라 과한 단백질과 기름지며 고도로 가공된 음식을 먹는다. 잘못된 음식으로 인하여 만성피로와 여러 질병에 시달린다.
 
단백질은 아미노산 형태로 섭취하고 만들어지는 영양소이며, 코끼리나 고릴라 등 체구가 큰 초식동물들도 식물을 통해 아미노산을 섭취하고 거대한 몸을 유지한다. 지금까지 강하게 믿고 있었던 음식과 건강에 대한 많은 정보들이 사실과 달랐다. 단지 그렇다고 믿어져 내려오는 전통이나 관습,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우리는 자연에서 얻은 원형의 채소와 과일, 곡식의 이로움을 알게 되었다. 
 
호텔에서 머무르면서 과일로 저녁식사를 했다. 가족들과 둘러앉아 과일을 많이 먹고 배가 더 고프면 호밀빵을 먹기도 했다. 식사의 고정관념을 벗어나면 더 적은 예산으로 더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호텔에서 머무르면서 과일로 저녁식사를 했다. 가족들과 둘러앉아 과일을 많이 먹고 배가 더 고프면 호밀빵을 먹기도 했다. 식사의 고정관념을 벗어나면 더 적은 예산으로 더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음식에 대한 본질을 찾게 되면서 삶의 모습도 달라질 수 있었다. 여행은 이국적인 어떤 곳에서 얻을 수 있는 어떤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의 창을 발전시키는 일이다.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마음크기가 늘어나는 기회이기도 하다.
 
마음의 서랍 속에 차곡차곡 쌓아 두었다가 살면서 어려울 때, 외로울 때, 마음이 아플 때 혹은 평화로울 때 다시 꺼내어 곱씹어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여행에서의 따사롭고 좋은 기억으로 마음의 행복 계좌를 채웠을 때,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순간마다 그것을 꺼내어 힘을 채울 수 있다. 그 기억들에는 유명한 왕궁이나 건축물, 미술품 앞에서 찍은 인증 사진은 없을 것이다. 그런 사진들은 그저 컴퓨터나 카메라의 어느 폴더에 저장되어 기억 저편으로 떨어져 있을 뿐이다. 유명한 식당에서의 식사는 그저 아스라한 기억만으로 남을 뿐이다.
 
더 간소하게 먹고 그로 인해 아낀 시간들은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음악을 듣고 가족들과 대화를 하는 시간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먹는 것의 변화로 모든 것이 좋은 방향으로 변하게 된다. 음식이 사람을 구성하는 가장 본질적인 힘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레시피
제철 과일 오픈 샌드위치
여름철 간단한 식사나 손님상으로 도시락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과일 샌드위치를 소개한다. 불을 쓰지 않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으면서 풍미와 식감, 맛의 조화가 좋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고 다양한 과일의 조합으로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

여름철 간단한 식사나 손님상으로 도시락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과일 샌드위치를 소개한다. 불을 쓰지 않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으면서 풍미와 식감, 맛의 조화가 좋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고 다양한 과일의 조합으로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

 
재료

통밀이나 호밀빵, 땅콩버터나, 제철 과일(복숭아, 블루베리, 자두, 멜론 등), 딜, 바질 등 약간의 허브
 
1. 통밀이나 호밀빵을 한입 크기로 먹기 좋게 자른다.
2. 땅콩버터를 빵에 펴 바른다. 땅콩버터는 설탕이나 팜유가 들어가지 않은 100% 땅콩버터를 선택하자. 아몬드 버터, 캐슈 버터 등 다양한 견과류 버터를 활용해도 좋다.
3. 수분이 많은 과일을 먹기 좋게 잘라 빵에 얹는다.
4. 바질이나 딜을 함께 먹을 수 있도록 곁들인다.
 
강하라 작가·심채윤 PD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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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라 강하라 작가 필진

[강하라·심채윤의 비건 라이프] ‘요리를 멈추다’ 저자. 음식을 바꾸면서 간결한 삶을 살게 된 부부가 유럽 주요 도시들에서 경험한 채식문화와 가족이 함께 하는 채식 실천 노하우를 소개한다. 음식을 통해 삶이 얼마나 즐겁고 홀가분할 수 있는지 그 여정을 함께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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