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출근하는데만 4시간… 전세계 최악의 교통지옥 도시는?

중앙일보 2019.08.06 05:00
 
지난 5월 나이지리아 라고스의 오이오타지역 도로가 차들로 가득차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5월 나이지리아 라고스의 오이오타지역 도로가 차들로 가득차 있다. [AFP=연합뉴스]

 

"새벽 5시 30분에 집에서 출발했는데, 오전 9시 10분에 회사에 도착했다. 이건 출근이 아니라 고통이다. 사장님, 제발 집에서 일하면 안 될까요?"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통근하는 직장인 잉카 오군누비가 직접 겪은 일이다. 오군누비가 트위터에 적은 사연은 CNN의 2일 보도로 소개됐다. 
 
라고스의 교통체증 실태를 보면 서울 시내 교통 체증은 문제도 아니다. 50㎞가 채 안 되는 통근 거리를 차로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8시간. 차가 꽉 막힌 명절 서울에서 부산(약 400㎞)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한국의 명절 귀성길 고통이 라고스에선 일상인 셈이다.
 
라고스는 아프리카 전체에서 경제 규모 5위에 손꼽히는 경제 도시다. 나이지리아의 정치·행정 수도가 아부자라면 라고스는 경제적 수도 역할을 해왔다. 그런 라고스가 이런 교통체증에 시달리면서 CNN은 이 도시를 세계에서 가장 교통 상황이 심각한 도시로 꼽았다. 경제적 이유로만 보자면 라고스가 아프리카인이나 해외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지만, 실제로 라고스에 거주한다면 교통문제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나이지리아 라고스의 도로가 기차와 차량 사람들로 뒤엉켜 혼란스러운 모습. [AFP=연합뉴스]

나이지리아 라고스의 도로가 기차와 차량 사람들로 뒤엉켜 혼란스러운 모습. [AFP=연합뉴스]

 
실제 지난 2017년 영국의 생활스트레스 저감기술개발 스타트업인 '지프제트(Zipjet)'이 세계 150개 도시의 스트레스 지수를 분석한 결과, 라고스는 150개 도시 가운데 148위를 차지했다. 149위는 아프가니스탄의 카불, 150위는 이라크의 바그다드다. 내전 및 전쟁을 겪은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아프리카 5대 경제도시인 라고스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이유가 뭘까. 인구 과밀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라고스는 나이지리아에서 면적이 작은 도시에 속하지만, 2200만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인구밀도로 따지자면 미국 뉴욕이나 영국 런던의 두 배를 넘는 수준으로 추산된다. CNN은 "하루 평균 800만명의 이동인구가 500만대의 차를 타고 거리로 나오는데, 도로가 약 9100개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라고스 시민들은 지난 2018년 기준 일주일에 평균 30시간을 교통체증에 갇혀 도로에서 보낸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1년으로 환산하면 1560시간이다. 반면 미국 로스앤젤레스나 러시아 모스크바는 각각 128시간과 210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역시 예전부터 교통체증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지난 2000년 의정부시 신곡고가차도의 교통 정체 모습. [중앙포토]

한국 역시 예전부터 교통체증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지난 2000년 의정부시 신곡고가차도의 교통 정체 모습. [중앙포토]

 
이에 따라 도로 시설 등 인프라 확충이 라고스의 최대 과제로 꼽힌다. 교통 시설 정비가 되기 전까진 원격 근무시스템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루페미 올루와타요 정신과 전문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라고스와 같은 도시의 직장인들은 스트레스와 번아웃 증후군에 쉽게 노출된다"며 "통상 새벽 4시에 집을 떠나야 하루 동안 주어진 업무를 마칠 수 있기에 많은 사람이 압박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통체증은 환경오염이나 소음 등과 함께 근로자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주요 요소로, 이는 도시의 자살률 증가와도 연관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도시의 생산성 자체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나이지리아 현지 언론 '펄스'는 '당신이 라고스에서의 취업을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이유'라는 기사에서 "하루 평균 6시간씩 차 안에 갇혀있는 사람이 어떻게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한 바 있다. CNN은 "교통체증으로 인한 손실이 나이지리아의 1년 예산과 맞먹는 상황"이라며 "원격근무 프로그램을 이용한 교통체증 해결과 동시에 인구과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