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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남의 영화몽상] 진짜와 너무 닮은 가짜

중앙일보 2019.08.06 00:24 종합 27면 지면보기
이후남 문화에디터

이후남 문화에디터

디즈니의 최신작 ‘라이온 킹’은 첫 장면부터 마치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 주인공인 사자들을 비롯해 동물 캐릭터와 풍경 모두 100% 컴퓨터로 만들어낸 것인데도, 그 생김새와 움직임이 워낙 사실적이어서 실제 아프리카 초원에서 찍어온 영상처럼 보인다.
 
한데 이 놀라운 기술력은 감탄보다 엉뚱한 의구심을 부른다. 자연을 빼닮은 동물들이 실제 자연과 달리 인간의 언어로 말을 하고 노래한다는 것부터 좀 이상하게 느껴진다. 나아가 최강 포식자인 사자의 왕위계승자가 발표됐다고 그 먹잇감인 초식동물들까지 환호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25년 전 평면적인 기법으로 그려진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이 나왔을 때는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 허구의 픽션을 즐기는 당연한 전제로 받아들였던 지점이다.
 
450만 명 넘게 관람한 영화 ‘라이온 킹’.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450만 명 넘게 관람한 영화 ‘라이온 킹’.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새로운 ‘라이온 킹’에 대한 반응은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 불쾌한 골짜기)를 떠올리게 한다. 로봇공학자들이 만든 이 표현은 로봇이 인간과 닮을수록 사람의 호감도가 증가하다 어느 순간 뚝 떨어지고, 오히려 불쾌감을 느끼는 현상을 가리킨다. 인간형 로봇이나 사이보그가 나오는 영화가 종종 거부감을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로 설명되곤 한다.
 
그럼 더 정교한 기술력과 표현력이라면 언캐니 밸리를 넘어설 수 있을까. 사실 실화를 다루는 영화라고 해도 실제를 고스란히 모사하는 건 아니다. 창작자의 주관적 관점이 개입되는 점에서다. 우리가 현실을 인식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가 최근 펴낸 『당신의 뇌, 미래의 뇌』는 ‘감각’과 감각기관의 정보를 뇌가 종합적으로 해석한 결과인 ‘지각’이 다르다는 점을, 우리의 뇌가 일정한 맥락 아래 그럴듯한 이야기를 지어내기도 한다는 점을 설명한다.
 
어쩌면 ‘라이온 킹’이 예전의 애니메이션보다 덜 재미있게 느껴진 것도 그런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 너무 진짜 같은 사자를, 하지만 진짜는 아닌 사자를 보면서 내 뇌의 상상력은 잠시 작동을 쉰 것 같다.
 
이후남 문화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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