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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의 왜 음악인가] 음악이 없다는 공포

중앙일보 2019.08.06 00:20 종합 29면 지면보기
김호정 문화팀 기자

김호정 문화팀 기자

미국의 내셔널 필하모닉은 웬만해서는 이름을 듣기 힘들었을 오케스트라다. 워싱턴 D.C. 인근 메릴랜드 주의 베데스다를 터전으로 연주하고 있다. 16년 된 이 오케스트라가 문을 닫겠다 선언한 건 지난달의 일. 그 후에 유명해졌다. 오케스트라는 오랫동안 쌓여온 빚과 수입 감소에 따라 다음 달부터 잡혀있던 연주부터 모두 취소하고 해산하겠다 발표했다.
 
파산을 막기 위해 필요한 금액은 15만 달러(약 1억 8000만원). 허탈할 정도로 크지 않은 돈이었다. 크라우드 펀딩이 시작됐고 모금액은 금방 달성됐다. 몇몇 개인 기부자들은 따로 27만 5000 달러(약 3억 3000만원)를 모아주며 운영권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지역 오케스트라의 작은 소동은 흥미로웠다. 워싱턴포스트의 음악 비평가 앤 미지트의 시각이 명확하다. “레스토랑의 폐업이나 자동차 회사의 파산이 음식에 대한 위협이나 자동차의 멸종으로 인식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케스트라가 문을 닫겠다는 것은 베토벤과 브람스(같은 유산에 대한) 공격으로 해석된다.”
 
음악을 듣는 행위는 배를 불려주지도 편리함을 제공하지도 않는다. 별로 쓸모도 없어 보이고 극도로 추상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음악을 들을 수 없다는 가정만큼은 두려움을 불러온다. 미지트가 지적했듯 내셔널 필하모닉의 그간 연주 무대에 대한 리뷰와 뉴스는 수년 동안 누적 수백건 정도 조회됐지만 파산 소식은 몇주 만에 수천 명이 읽고 뜨겁게 댓글을 달았다.
 
미국의 각 지역에서 클래식 음악을 내보내는 라디오 방송국은 시즌마다 기부금을 모으는 캠페인을 한다. 며칠을 정해놓고 돈을 모으는데 노골적으로 모금 캠페인을 벌인다. 이런 식이다. “지금 돈을 보내지 않으시면 이 지역의 유일한 고전음악 방송이 계속되지 못합니다. 모금 목표액이 0000달러 남았습니다. 전화기를 들어 번호를 누르시고 금액을 약속해주세요. 그래야 이 음악을 계속 들을 수 있습니다.” 모금액은 의외로 생각보다 잘 모인다. 음악을 들을 수 없다는 건 공포임이 틀림없다.
 
김호정 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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