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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사일은 중국 견제용 “일국이 인도·태평양 지배 안 돼”

중앙일보 2019.08.06 00:03 종합 8면 지면보기
미국의 국무 및 국방장관이 4일(현지시간)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국인 호주에서 중국의 위협을 경고하는 직설적인 메시지를 냈다. 러시아와의 중거리 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한 미국이 신형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 의사를 밝힌 직후다.
 

에스퍼 “아시아 배치” 하루 뒤 강조
“동맹국도 중국 패권 안 두고볼 것”
인도·태평양 구상 강화 내비쳐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시드니에서 미·호주 동맹에 대해 연설한 뒤 “호주가 강대국 중국을 얼마나 걱정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중국의 예전과 다른 행동에 방심한 채 눈을 감고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인터넷망을 통한 데이터 절도든,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든, 돈을 빌미로 자산이 절실한 국가들을 부채의 늪에 빠뜨려 정치적 통제를 하든 이런 모든 행동을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중 한 나라를 선택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당신은 콩 한 무더기에 영혼을 팔 수도 있고 아니면 사람들을 보호할 수도 있다. 중국에 물건을 팔고 무역한다고 해서 좋은 일들을 모두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에스퍼. [AP=연합뉴스]

에스퍼.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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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퍼 장관도 “미국은 태평양 국가이며 우리의 국가 방어 전략은 이곳이 우리가 최우선을 두는 현장(priority theater)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앞으로도 국제법이 허용하며 어느 곳에서든 비행하고, 항해하고, (군사)작전을 펼칠 것”이라면서다. 또 “지구의 공공재(희토류)의 무기화” 등도 거론하며 “미국은 인도·태평양에서 한 나라가 다른 나라들을 희생시키면서 지역을 재편하려는 시도를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구상 강화를 통해 중국의 군사적·경제적 패권 도전을 막겠다는 의도를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미 국방부는 지난 5월 말 ‘중국의 군사력과 안보 발전’ 보고서에서 중국이 2016년 둥펑(东风)-26 중장거리 미사일을 실전 배치한 이래, 정밀타격용 중·단거리 미사일만 2500기 이상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했다.
 
미국은 1988년 체결한 INF협정에 따라 지대지 미사일을 전량 폐기했지만 중국은 일본·필리핀을 포함한 동아시아 열도를 겨냥한 중·단거리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는 뜻이다.
 
중국의 중·단거리 미사일 전력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중국의 중·단거리 미사일 전력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에스퍼 장관은 그러면서 “우리의 동맹과 파트너들도 그렇게 두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안다”고 말했다. 아시아에 재래식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중국 압박에 동맹국도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밝힌 셈이다.
 
한·일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중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총력 대응하는 것도 버거운 상황에서 ‘미·중 싸움에 새우등’ 구도의 외교 난제가 또다시 반복될 조짐이다. 중국은 5일 환구시보(環球時報)의 협박성 사설을 시작으로 한국과 일본에 대해 미국 요구를 받아들이지 말 것을 압박하고 나섰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특히 5G와 관련, “호주는 용감하고 자주적으로 중국의 5G 야욕 위험에 대해 우리가 간파하기도 전에 먼저 경종을 울렸다. 호주가 5G 네트워크 주권 보호를 위해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밝혔다. 호주가 지난해 8월 자국 기업들이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와 ZTE로부터 5G 통신장비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결정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는 지난달 3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특별히 5G와 화웨이에 대해선 우려하고 있다. 중국 안보기관이 정보를 달라고 하면 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콕 짚어 언급하며 (한국 정부에)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정효식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유지혜 기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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