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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이 만나야 풀리는데…물밑에서 뛰는 메신저는 누구?

중앙일보 2019.08.05 16:22
 "국민들간 감정 대립을 완화하는 것도 리더의 역할이다. 지금의 한·일 갈등은 두 정상의 상호 불신이 배경에 있다. 결국 정상회담 밖에 없다. 그 타이밍을 찾으면서 환경 정비에 나서는 게 외교다."
 

7월 물밑채널 2차례 가동 "누군지는 말 못해"
김진표-강창일 의원 등 자민당 의원과 접촉
"지한파 의원과 외무성,아베총리엔 안 먹혀"
"청와대와 총리관저 직접 핫라인 만들어야"

3일 일본의 유력 민방 TV아사히의 뉴스 해설자 고토 겐지(後藤謙次)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실제로 "양국 정상들이 움직이지 않는 한 출구는 없다"는 게 많은 양국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하지만 일본에선 "징용문제 등에서 한국이 건설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일본은 당분간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산케이 신문)이란 보도가 나오고 있다. 
 
9월초 러시아 동방경제포럼, 9월말 유엔총회,10월말 아세안 정상회의, 11월 APEC 등의 기회가 있지만 실제로 두 정상의 개별 회동 가능성은 아직까진 크지 않다.
 
대화가 가능한 무대로는 연내 중국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있는 한ㆍ중ㆍ일 정상회의 정도가 꼽히지만 관련 협의에 큰 진전은 없다고 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양국간 가장 큰 문제는 정상간 대화는 커녕, 정상간 대화를 위해 필수적인 간접 대화 채널까지 막혀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간 공식 라인 외에 청와대와 일본 총리관저 사이의 핫라인은 없다는 게 정설이다. 
 
정의용 안보실장과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전보장국 국장간엔 정기적인 대화가 끊긴지 오래이며, 한때 가동됐던 서훈 국정원장과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내각정보국장간 소위 ‘스파이 채널’도 원활치 않다고 한다.
 
이와관련, 최근 주목을 끈 건 지난 2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의 언급이었다.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각의에서 한국을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강행한 직후 그는 우리 정부의 외교 노력을 설명하며 "7월 중 두 차례 우리 정부 고위 인사의 파견이 있었다"고 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달 30일 국회대표단 방일 관련 간담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여야 5당 10명으로 구성된 국회 방일대표단은 오늘(31일)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왼쪽부터 조배숙·김진표 의원, 서청원 한·일의회외교포럼 회장, 문 의장, 강창일 한·일의원연맹 회장. 임현동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달 30일 국회대표단 방일 관련 간담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여야 5당 10명으로 구성된 국회 방일대표단은 오늘(31일)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왼쪽부터 조배숙·김진표 의원, 서청원 한·일의회외교포럼 회장, 문 의장, 강창일 한·일의원연맹 회장. 임현동 기자

 
“우리 측 요청에 따라 고위 인사가 일본을 방문해 일본 측 고위 인사를 만났고,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우리측 입장을 상세히 설명하고 모든 사안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도 전달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누가 도쿄에 와서 누구를 만났는지 세부 내용에 대해선 일체 함구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김 차장의 발언을 두고 "청와대가 파견한 인사가 일본의 총리관저와 직접 대화를 나눴다기보다는 정치인을 통한 간접 대화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총리 관저 사정에 밝은 일본 소식통도 "현재 아베 총리 주변의 분위기로 볼 때 총리관저에서 직접 한국과 대화에 나섰을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한ㆍ일 의원연맹측 핵심 관계자는 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문희상 국회의장과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등과의 교감 속에서 일본 도쿄를 방문했다"며 "그는 일ㆍ한 의원연맹 간사장인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전 관방장관 등 자민당 관계자들과 만나 한국측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경우 지난 5월부터 수시로 일본을 찾아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 등과 접촉해왔다.
 
또다른 국회 관계자는 “김 의원 외에 7월 일본을 찾은 이는 한ㆍ일 의원연맹 회장인 강창일 회장으로, 그 역시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일·한 의원연맹 회장 등을 개별적으로 만났다"고 했다.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해법 모색을 위해 일본 도쿄를 찾은 무소속 서청원 의원(앞줄 왼쪽 두번째) 등 국회 방일단이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민주평화당 조배숙·무소속 서청원·바른미래당 김동철·자유한국당 원유철·김광림 의원. [연합뉴스]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해법 모색을 위해 일본 도쿄를 찾은 무소속 서청원 의원(앞줄 왼쪽 두번째) 등 국회 방일단이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민주평화당 조배숙·무소속 서청원·바른미래당 김동철·자유한국당 원유철·김광림 의원. [연합뉴스]

 
현재 양국 간에 가동중인 채널은 외교부-외무성간 공식라인, 또 정치인들 사이의 물밑협의 정도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으로는 아베 총리와 문 대통령을 움직일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도쿄의 일본 언론 소식통은 “일ㆍ한 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은 아베 총리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외무성 역시 이번 수출규제 강화의 내용과 시행 시기를 정확히 몰랐을 정도로 핵심에서 배제돼 있다"며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신뢰하는 청와대와 총리관저의 직접 소통 없이는 양측간 대화의 진전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우리 국회 소식통에 따르면 실제로 청와대는 “일단 8월 15일 문 대통령의 광복절 연설 때까지만이라도 화이트국가 배제 조치를 미뤄달라”는 메시지를 일본에 보내려 했지만, 총리관저에 제대로 전달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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