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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압박 아니라면서…美 "우리 동맹국, 中 야망 좌시 안해"

중앙일보 2019.08.05 16:01
4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에서 미국과 호주 간 2+2 장관회의 뒤 양국 외교ㆍ국방 장관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에서 미국과 호주 간 2+2 장관회의 뒤 양국 외교ㆍ국방 장관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ㆍ일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ㆍ중의 움직임 또한 심상치 않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총력 대응하는 것도 버거운 상황에서 ‘미ㆍ중 싸움에 새우등’ 구도의 외교 난제가 또 다시 반복될 조짐이다.

“태평양 어디서든 군사작전" 

호주를 방문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4일(현지시간) 호주와의 외교ㆍ국방(2+2) 장관회의 뒤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에스퍼 장관은 “우리는 공격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중국의 행동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한 국가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들을 희생시켜 지역의 구도를 재편하려는 시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동맹과 파트너들도 그렇게 두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안다”고 말했다. 

美 외교ㆍ국방 수장, 호주서 中 향해 포문
한국 ‘미ㆍ중 싸움에 새우등’ 반복 우려

아시아에 재래식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중국 압박에 동맹국도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밝힌 셈이다.
에스퍼 장관은 “미국은 태평양 국가이며 우리의 국가 방어 전략은 이 곳이 우리가 최우선을 두는 현장(priority theater)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앞으로도 국제법이 허용하는 어느 곳에서든 비행하고, 항해하고, (군사)작전을 펼칠 것”이라면서다. 인도ㆍ태평양 구상 강화를 통해 중국의 패권 도전을 막겠다는 의도를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화웨이 겨냥 “호주, 中 5G 야욕에 경종” 

폼페이오 장관도 가세했다. 그는 중국이 남중국해에 건설한 인공섬의 군사기지화 등을 지적하며 “우리는 우리의 친구들을 빚과 부패의 진흙탕으로 끌어들이는 투자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 전략의 핵심인 일대일로 구상이 아시아 국가들의 과도한 부채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5G와 관련 “호주는 용감하고 자주적으로 중국의 5G 야욕 위험에 대해 우리가 간파하기도 전에 먼저 경종을 울렸다. 호주가 5G 네트워크 주권 보호를 위해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호주의 정책 결정을 지지했다.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회견 모두발언에서다.  
아시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MWC19 상하이'의 화웨이 전시장. [연합뉴스]

아시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MWC19 상하이'의 화웨이 전시장. [연합뉴스]

이는 호주가 지난해 8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자국 기업들이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와 ZTE로부터 5G 통신장비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결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5G 화웨이 장비와 관련해 미국의 우방국 중 처음 내린 조치였다. 호주는 2012년에도 광대역 구축을 위한 국가 프로젝트에서 화웨이의 입찰을 차단했다.

“한국도 화웨이 장비 사용 마라” 요구  

미국은 한국에도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도 지난달 31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미국과 한국 시민에 이익이 되는 경제관계를 중국과 맺지 말라는 게 아니라, 특별히 5G와 화웨이에 대해선 우려하고 있다. 중국 안보기관이 정보를 달라고 하면 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콕 짚어 언급하며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다른 나라들에 미ㆍ중 사이에 선택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 미ㆍ중 간 패권 다툼 틈바구니에 끼었던 한국 입장에서는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반복되는 “미ㆍ중 사이 선택” 압박 

 
한국은 2013년 중국의 일방적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미ㆍ중 갈등이 격화하자 독자적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는 방법으로 어느 편도 들지 않고 빠져나갔고, 2015년 미ㆍ일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맞서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설립할 때도 마지막까지 버틴 끝에 참여를 결정하며 미국의 이해를 구하느라 애썼다. 그러다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THHADㆍ사드) 체계 도입 결정으로 중국으로부터 대대적 보복 조치를 당했다. 정부가 미국의 인도ㆍ태평양 구상에 대해 신남방정책과의 연계성을 전제로 협력하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외교ㆍ국방 수장이 이런 발표를 한 곳이 호주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호주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안보의 중심은 미ㆍ호주 동맹에 두지만, 경제적으로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호주가 반(反) 화웨이 전선에 앞장선 이후 중국은 호주산 석탄 통관 불허, 호주산 보리 반덤핑 조사 등 사실상 보복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현재 호주는 미국과 함께 인도ㆍ태평양 구상을 지탱하는 4개국 중 하나로 참여하고 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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