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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한 미사일 도발' 전략적 외면…북한의 다음 노림수는

중앙일보 2019.08.05 15:35

Focus 인사이드 

 
북한 당국은 방송 매체(조선중앙방송)를 통해 지난 7월 31일 ‘대구경 조종 방사포’를 시험사격 했다는 사실을 밝힘과 동시에 8월 1일에는 관련 사진 15장을 공개했다. 또 이틀(8월 2일) 만에 함경남도 영흥 일대에서 ‘미상 단거리 발사체’를 또다시 2회 발사했다.  

새로운 발사체 군사 위협 키워
정보 공개도 전술적으로 활용
평택 미군기지 정밀 타격 가능
미국은 전략적 무시로 대응해

 
지난달 26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한 신형전술유도무기(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모습. [조선중앙 TV=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한 신형전술유도무기(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모습. [조선중앙 TV=연합뉴스]

 
북한이 2일에 쏜 발사체는 약 30km의 고도로 250km 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우리 군 당국은 밝혔다.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7월 31일 북한이 쏜 발사체가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고도는 약 30km, 비행거리는 약 250km로 추정 발표한 것과 거의 유사하다.  
 
북한은 이들 발사체 발사를 전술적으로 적극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북한은 먼저 ‘미상 발사체’를 발사하고 이어 바로 발사체의 종류 즉 방사포였다는 사실을 밝히고 15장의 사진으로 이를 확인해 주었고, 2일에는 같은 종류로 보이는 발사체를 또다시 쏘아 올림으로써 그들 발표의 신뢰성을 높이는 치밀한 과정을 걷고 있어서다.
 
북한의 방사포는 다연장로켓포(Multiple Rocket Launcher)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차량에 다수의 로켓포(방사탄)를 탑재해 일격에 광범위한 지역을 포격하는 무기체계다. 무기 특성상 요격이 어려워 남한에 대한 최대의 군사적 위협으로 되는 무기라 할 수 있다. 낮은 탄도로 다수의 로켓포가 동시에 날아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간 특사 교환을 위한 8차 남북실무접촉에서 박영수 북쪽 회담 대표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발언했다. [중앙포토]

남북간 특사 교환을 위한 8차 남북실무접촉에서 박영수 북쪽 회담 대표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발언했다. [중앙포토]

 
북한이 과거 수차례나 휴전선에서 50km 정도 떨어진 서울 ‘불바다’ 위협을 가한 것도 사거리 50km의 방사포 전력 과시를 통해서였다. 이후 북한은 방사포 전력을 꾸준히 개발하였고 2015년에는 사거리 200km의 KN-09 300mm 신형 방사포(발사관 8개)를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연달아 쏘아 올린 ‘대구경 조종 방사포’는 30km의 낮은 고도로 250km까지 도달한 보다 발전된 것으로서 우리의 안보를 크게 해칠 수 있는 무기로 다가왔다.  
 
KN-09 방사포는 이미 수도권 전역은 물론 평택의 주한미군기지와 한·미 연합사, 충남 계룡대까지 사정권에 둔 것으로서 그 성능이 진전되었다. 이에 더해 이번 ‘대구경 조종 방사포’는 저고도(30km)와 보다 길어진 사거리(250km)에 더해 정확한 타격이 가능해진 것으로 보여 우리를 더 놀라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달 3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도 하에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뉴스]

지난달 3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도 하에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뉴스]

 
현재 북한 기술로 쉽지는 않지만, 방사포에 탑재 가능한 소형 핵탄두를 개발· 장착하거나 생화학 탄두를 탑재할 경우 그 피해는 엄청나게 커진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런데 미·북 간 물밑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북한은 왜 이러한 무모한 도발을 연이어 감행할까? 물론 겉으로는 한미연합군사 훈련에 대응한다는 명분을 갖추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실제 그 의도는 다른 데 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해 볼 수 있다.  
 
북한 당국은 그들 나름의 프레임으로 대미 핵 협상을 이끌어 가고자 했다. 하지만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로 북한은 미국을 그들의 협상 틀에 들어오도록 하는 데 실패했다. 이후 북한은 미국을 유인하기 위한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한 듯했다. 미·북 간 실무협상을 위한 물밑 접촉은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기에서도 북한은 미국을 그들 의도대로 움직이지 못해 안달하는 조급성을 보인다.  
 
7월 30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했다. 회담을 마친 뒤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 [노동신문]

7월 30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했다. 회담을 마친 뒤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 [노동신문]

 
이에 반해 미국은 좀 더 느긋한 태세를 견지하고 있다. 미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누구나 하는 보다 작은 것들을 시험했다”라거나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식으로 응대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강경 보수파로 알려진 볼턴 보좌관도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두고 “김정은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관련해 대통령에게 한 약속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고 의미를 축소해 버렸다.  
 
미국은 이처럼 북한의 미사일 도발 위협에 대해 무시하는 전략으로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한편으로, 안보리 제재로  봉쇄(containment)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단거리 미사일 도발을 무시(benign neglect)함으로써 북한의 입지를 제한하고자 한다.  
 
북한 신형방사포 발사 공표 내용과 군 당국이 평가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비행 결과 비교[연함뉴스]

북한 신형방사포 발사 공표 내용과 군 당국이 평가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비행 결과 비교[연함뉴스]

 
미국의 봉쇄와 무시 전략이 지속하면 북한의 고립은 더욱 심화할 수 있다. 여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김정은 정권은 일차적으로는 남한을 위협하여 미국이 협상에 임하도록 요구하는 지원환경을 만들고, 주한미군기지 공격 우려를 높여 미 군사 당국을 직접 압박함으로써 미·북 협상의 주도권을 쟁취하고자 기도했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과 방사포 도발로 미국을 자극하는 데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이 예상한 대로라면 미국이 발 빠르게 대응하는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 데 꿈쩍도 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외면해 버려서다. 북한으로서는 ‘날 좀  보소’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관중이 외면해 버려 머쓱해진 꼴이 되었다. 이렇게 볼 때 북한은 ‘날 좀 보소’ 타령(도발)을 더욱 크게 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논리적 판단이 가능해진다.  
 
이 같은 타령(도발)에 미국이 관심을 보이게 된다면 북한 당국은 일단 성공한 셈이 되지만 미국이 북한의 압박 타령에 쉽게 움직일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군과 정보 당국에 따르면 북한이 9일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쏜 단거리 미사일 추정 발사체 2발은 지난 4일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와 동일한 무기로 식별됐다. [연합뉴스]

군과 정보 당국에 따르면 북한이 9일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쏜 단거리 미사일 추정 발사체 2발은 지난 4일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와 동일한 무기로 식별됐다. [연합뉴스]

 
북한의 입장은 ‘셀프’ 비핵화 또는 ‘주체적’ 비핵화다. 북한은 비핵화 과정을 자체적으로 설정하고 자체적으로 이행하는 ‘주체적’ 방식을 견지하고자 하는 완고성을 보인다. 그들은 이미 핵 국가이기 때문에 핵 국가로서 핵 군축 평화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북한의 실질적인 핵 폐기를 목표로 하는 미국으로서는 결코 이 같은 북한의 비핵화 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이 경우 트럼프 정부는 최소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 중단 상태를 연장하는 데 정책적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더 클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주한미군기지에서 주일미군기지와 괌·하와이, 그리고 종국에는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단·중·장거리 미사일 도발을 단계적으로 감행하여 미국을 압박하는 전략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북한 당국이 올 연말까지 지켜보겠다고 한 공언도 장거리 미사일 도발로 올 연말을 장식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우리의 안보환경이 또다시 큰 소용돌이 속으로 빠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정영태 동양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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