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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방장관 "한 나라가 인도·태평양 지배 안돼" 중국에 경고

중앙일보 2019.08.05 13:31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왼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4일 호주 시드니에서 장관급 회의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왼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4일 호주 시드니에서 장관급 회의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콩 한 무더기에 영혼을 팔지, 자국민을 보호할지 선택해야 한다.”(폼페이오)

“한 나라가 인도ㆍ태평양을 지배할 수도 없고, 지배해서도 안 된다.”(에스퍼)

 

러시아와의 중거리 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한 미국이 신형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 의사를 밝힌 직후, 미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중국의 위협을 경고한 발언들이다.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유럽 전진 배치에서 촉발된 INF 탈퇴의 불똥이 중국으로 옮겨붙은 모양새다. 신형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는 중국의 중ㆍ단거리 미사일 전력에 대한 억지 차원을 넘어 아시아 패권 차단을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러시아와 INF 탈퇴, 아시아로 불똥 튄 이유
에스퍼 "미국은 태평양국가, 우리 우선 영역"
美 손묶인 사이 중국 중·단거리 2500기 보유
2016년 '괌킬러' 둥펑-26, CJ-10 크루즈도

중국의 중·단거리 미사일 전력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중국의 중·단거리 미사일 전력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폼페이오 장관은 4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에서 미ㆍ호주 동맹에 대해 연설한 뒤 “호주가 강대국 중국을 얼마나 걱정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중국의 예전과 다른 행동에 방심한 채 눈을 감고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인터넷망을 통한 데이터 절도든,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든, 돈을 빌미로 자산이 절실한 국가들을 부채의 늪에 빠뜨려 정치적 통제를 하든 이런 모든 행동을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중 한 나라를 선택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당신은 콩 한 무더기에 영혼을 팔수도 있고 아니면 사람들을 보호할 수도 있다. 중국에 물건을 팔고 무역을 한다고 해서 좋은 일들을 모두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에스퍼 국방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더 직설적으로 말했다. “미국은 태평양 국가이고 미국의 국방전략은 이곳이 우리의 우선적 영역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어느 한 나라도 인도·태평양을 지배할 수도 없고, 지배해서도 안 된다고 굳게 믿는다”고 하면서다. 그는 “우리는 중국의 침략행위와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에 단호히 맞설 것”이라며 “여기엔 지구의 공공재(희토류)의 무기화, 약탈 경제와 부채를 활용한 주권 거래, 국가적 지식재산권 침해가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국은 인도ㆍ태평양에서 한 나라가 다른 나라들을 희생시키면서 지역을 재편하려는 시도를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군사적 패권 뿐 아니라 경제적 패권까지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군사적으로도 미 국방부는 이미 중국 중ㆍ단거리 미사일의 역내 위협을 주시해왔다. 지난 5월 말 '중국의 군사력과 안보 발전' 보고서에선 중국이 2016년 둥펑(东风)-26 중장거리 미사일을 실전 배치한 이래, 중국 인민해방군 로켓군이 역내 미사일 방어(MD)에 맞서는 다양한 정밀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은 1988년 체결한 INF협정에 따라 지대지 미사일을 전량 폐기했지만, 중국은 일본·필리핀을 포함한 동아시아 열도를 겨냥한 중·단거리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중국이 정밀타격용 중·단거리 미사일만 2500기 이상 보유한 것으로 평가했다.
 
'괌 킬러'란 별명이 붙은 중국 둥펑(DF)-26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사진 중국 국방부]

'괌 킬러'란 별명이 붙은 중국 둥펑(DF)-26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사진 중국 국방부]

 
우선 중국은 한반도와 대만이 사정권인 사거리 300~1000㎞의 단거리 정밀타격 미사일(SRBM) 750~1500기를 보유하고 있다. 둥펑(DF)-11, DF-15, DF-16 등으로 모두 이동식 발사형(TEL)이다. 500~1000 kg의 재래식 또는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으며, 오차 10m 이내의 정확도를 가졌다. 사거리 1000~3000㎞인 중거리 미사일(MRBM) 둥펑-21도 150~450기 가량 보유했다. 쿠릴ㆍ일본ㆍ류큐ㆍ필리핀 북부와 보르네오 섬을 잇는 동아시아 제1열도선이 모두 사정권 내다.
 
중국의 사거리 1500㎞ 중거리 크루즈 미사일 창지엔(CJ)-10 열병 모습.[트위터]

중국의 사거리 1500㎞ 중거리 크루즈 미사일 창지엔(CJ)-10 열병 모습.[트위터]

 
중국은 별도로 사거리가 1500㎞인 창지엔(长剑·CJ)-10과 사거리 600~3000㎞인 홍니아오(红鸟·HN)-1, 2, 3 등 지상공격용 크루즈 미사일(LACM) 270~540기를 보유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들 중국의 크루즈 미사일이 오차범위 5m 이내의 정확도를 가진 것으로 평가했다. 중국이 가장 최근에 개발해 배치한 중장거리 미사일(IRBM)이 미국령 '괌 킬러'로 별명이 붙은 사거리 3300~5500㎞의 DF -2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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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협상엔 악영향, 억지 차원 배치 논의해야"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사일에 관한 한 중국, 러시아와 북한의 자제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억지를 위해선 더 능력이 있는 미사일의 실전 배치를 위한 동맹 간 논의의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중국은 미사일에 대한 투자가 우리의 동북아 전력을 무력화하는 좋은 방법임을 알아냈기 때문에 중국을 배울 필요가 있다”라고도 말했다. 그는 북핵 협상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에 대해선 "우리가 의미 있는 협상을 계속 추구하더라도 상대의 군비 증강에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고 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재단 선임연구원도 "북한은 미사일 배치에 틀림없이 반발할 것이고 동맹훈련처럼 협상을 안 하겠다는 구실로 악용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미국과 동맹국의 국가안보 강화에 미사일 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북한의 반발과 협상의 악영향에도 불구하고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자제한다고 해서 북한이 선의로 호응해 비핵화의 길로 들어설 것으로 믿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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