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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최저임금 대신 사회보장책 확충으로 보완"…정책 전환

중앙일보 2019.08.05 12:33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 고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내년도 최저임금을 8천590원으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고시를 관보에 게재했다. [연합뉴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 고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내년도 최저임금을 8천590원으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고시를 관보에 게재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소득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의 전환을 시사했다. 최저임금 대신 근로장려금(EITC)과 같은 사회보장 정책을 확충하는 방식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시급 8590원)을 고시하면서 이런 방침을 공개했다.
 

내년 최저임금 시급 8590원 확정 고시
현 정부 3년 동안 최저임금 33% 올라

월 179만5310원, 수당과 성과급 뺀 기본 연봉 2154만원 

고용노동부는 5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 고시했다. 올해보다 2.87%(240원) 오른 시급 8590원이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시급은 1만318원이다. 월급으로는 179만5310원, 기본 연봉 2154만3710원이다. 성과급이나 각종 수당을 포함할 경우 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받게 된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24일 "내년 최저임금이 어떤 합리적 근거도 없고, 절차와 내용 모두 하자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고용부, "절차상 하자 없고, 경제사정 고려한 결정"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한국노총의 이의제기서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했다"며 "심의·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없고, 독립성·중립성을 견지하면서 이뤄졌다"며 이의제기에 대한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에 앞서 이재갑 고용부 장관도 중소상공인과 근로자와의 간담회 등을 통해 "내년 최저임금 결정액은 경제사정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최저임금을 결정한) 지난 33년간 표결 없이 합의하거나 최저임금 위원 전원이 참여해 의결한 적이 많지 않았다"며 "내년도 최저임금은 노사·공익위원이 끝까지 심의에 함께 해 도출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EITC 등 사회안전망 확충으로 소득격차 해소" 

임 차관은 최저임금을 고시하면서 "근로장려금(EITC)의 내실있는 집행과 사회보험료 지원 등을 통해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소득격차 해소와 빈곤 정책의 방향 전환을 시사한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은 최저임금 인상 대신 EITC 확대와 같은 사회보장책으로 전환할 것을 주문해왔다. 임 차관의 발언은 늦었지만 OECD 등이 권고한 정책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동안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구현한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강력히 추진해왔다.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은 3년 만에 32.8%나 올랐다. 노동시장의 협약임금인상률이 평균 3%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고공행진이다.
 
이로 인해 아르바이트 자리가 줄어드는 등 청년·여성과 같은 저숙련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흔들렸다. 소상공인도 큰 어려움을 겪으며 '불복 운동'과 같은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최저임금 인상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최저임금 인상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현 정부 최저임금 33% 올려…일자리 안정자금 땜질 처방으로 시장 교란 논란

시장의 혼돈과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정부는 수조 원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중소상공인에게 지원했다. 국가가 소득격차를 줄이려 사업주에게 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해 지급토록 강제하다 문제가 생기자 국가가 대신 임금을 지불하는 국가 주도 시장 정책의 등장이다. 최저임금발 시장교란에 땜질식 교란책이 더해진 꼴이다.
 
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두 해가 지나서야 속도조절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첫번째 조치가 EITC였다. 매년 1조원 정도이던 EITC 예산을 9월부터 4조9000억원으로 확 늘렸다. 일자리 안정자금(3조원)을 EITC로 대체하려는 뜻도 담겨 있다. 일자리 안정자금이 사업주에게 한 번 주고 마는 것이라면, EITC는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을 지속적으로 보전해준다는 점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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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규모별 차등적용, 주휴수당, 결정체계 개편 등 과제 산적

내년 최저임금이 확정됐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첩첩산중이다. 업종·규모별 차등 적용과 주휴수당 등 논란거리가 수두룩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 최저임금이 최종 결정된 뒤 이런 제도의 개선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빨리 논의를 시작하자"며 다그치고 있다.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최저임금위원 사퇴 카드를 내밀며 반대한다. 자칫하면 내년에도 이 사안을 둘러싸고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
 
최저임금 결정방식 개편도 난제다. 개편안은 현재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방안이다. 최저임금 공익위원을 위촉하는 방식도 현재 정부 주도에서 국회와 노사정으로 바꾸는 형태다.
 
고용부 고위 관계자는 "올해 안에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담은 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내년 최저임금위원회 구성 등에 시간을 갖고 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개편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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