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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저랬나 놀라"…CCTV본 교사 진술 아동학대 증거였다

중앙일보 2019.08.05 12:00
[일러스트 김회룡]

[일러스트 김회룡]

"아동학대 의도가 없었더라도 아동학대에 해당한다"
 

대법원 아동학대 벌금형 확정, 배심원 "감정담아 때려"

대법원이 지난달 24일 1세 이하 아동들을 학대한 혐의로 벌금형이 선고된 보육교사 A씨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며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7년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에서 1세 이하 영아가 잠을 자지 않으려 하자 머리와 몸을 손바닥으로 누르고, 밥을 먹지 않는 영아의 입술과 머리를 손바닥으로 두드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아동학대 혐의가 인정돼 벌금형 500만원이 선고됐다. 2심에선 250만원으로 감형됐으나 아동학대 혐의는 유지됐다. 
 

A씨 "내가 저렇게 행동했나 놀라" 아동학대 근거돼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아동 학대 의도가 없었다"며 억울함을 드러냈다. 김영미 변호사(법무법인 숭인)는 "A씨는 무죄나 단순폭행 혐의를 받길 바랐던 것으로 보인다"며 "아동학대 혐의가 인정되면 보육 교사직을 유지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 말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에게 학대 의도가 없을지라도 아동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다면 아동학대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2018년 4월 광주의 한 어린이집(CCTV)에서 아동학대 의심 정황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 [연합뉴스TV 캡쳐]

2018년 4월 광주의 한 어린이집(CCTV)에서 아동학대 의심 정황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 [연합뉴스TV 캡쳐]

법원은 아동학대를 인식한 근거로 A씨가 경찰조사에서 자신의 행동이 담긴 CCTV를 본 뒤 "내가 저렇게 행동했나 놀랐다"고 진술한 내용을 근거로 삼았다. 본인 스스로도 놀랄만한 행동을 했다면 당시 영아에게 위해를 가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법원은 또한 피해 영아들이 1세 전후로 나이가 매우 어리고 A씨가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이수했다는 점을 들며 A씨가 주장한 '가볍게 터치한 행위'가 아동 발달을 저해할 아동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학대의 정도가 중하지 않아 벌금형을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 1심, 배심원들 "토닥이지 않고 감정담아 때려"

이번 사건의 1심은 배심원단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당시 A씨와 그의 변호인은 "평소 피해 아동들을 정성스럽게 돌보던 피고인이 아이를 보육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일"이라며 "신체를 접촉한 사실은 있으나 아동의 신체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배심원 7명의 판단은 달랐다. 배심원은 만장일치로 A씨를 유죄라 평결했다. A씨의 행위가 "아이를 토닥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담아 때린 행위"라며 "그후 아이들을 달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신고를 독려하는 시민 참여형 이색 홍보물이 10일 부산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에 설치돼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송봉근 기자

최근 잇따르고 있는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신고를 독려하는 시민 참여형 이색 홍보물이 10일 부산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에 설치돼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송봉근 기자

배심원단은 "A씨의 행위만으로 아이들의 신체 발달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배심원 7명 중 2명은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의 중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머지 5명은 벌금 500만원의 양형 의견을 밝혔다. 1심 재판부(이영환 부장판사)는 A씨에게 벌금형 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전문심리위원 "아동학대라 볼 수 없다"고 밝히기도

A씨가 항소해 진행된 2심의 쟁점도 1심과 같았다. A씨의 행위를 '아동의 발달을 저해할 학대 행위로 볼 수 있냐'는 것. 
 
재판 과정에서 전문심리위원이 출석해 "A씨의 행위가 아동학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법원은 전문분야 소송에선 해당 분야 전문가(전문심리요원)의 의견을 청취하기도 한다.
 
2심 재판부(오석준 부장판사)는 "A씨에게 아동학대 의도가 없을지라도 그 결과 아동의 신체적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A씨의 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전문심리요원의 의견을 반영해 학대 행위가 중하지 않고 A씨가 일부 부모와 합의한 점을 들어 벌금 액수를 1심의 절반으로 감형했다. 
 
지난 6월 7일 인천 미추홀경찰서에서 생후 7개월된 딸을 6일간 홀로 집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로 긴급체포된 B양(18)이 인천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 [뉴스1]

지난 6월 7일 인천 미추홀경찰서에서 생후 7개월된 딸을 6일간 홀로 집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로 긴급체포된 B양(18)이 인천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 [뉴스1]

엄격해지는 아동학대 판결 "훈육이란 말 안 통해"

김영미 변호사는 "지난 3~4년 전부터 아동 학대가 사회의 중요한 이슈가 되며 판결이 점점 더 엄격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많은 피의자들이 학대가 아닌 정당한 훈육이라 반박하지만 법원은 그런 주장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장덕현 미디어팀장은 "아동 학대에서 중요한 것은 의도가 아닌 그 결과로 피해를 입는 아이들"이라며 "폭력에 길들여진 아이는 폭력을 하나의 해결수단으로 생각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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