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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175명, 백인 민족우월주의자의 혐오범죄에 스러졌다

중앙일보 2019.08.05 11:57
텍사스 엘패소 총격 용의자 패트릭 크루시어스가 포착된 CCTV 장면. [AFP/KTSM9 방송=연합뉴스]

텍사스 엘패소 총격 용의자 패트릭 크루시어스가 포착된 CCTV 장면. [AFP/KTSM9 방송=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와 오하이오주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지난 주말 29명이 사망한 가운데, 8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175명이 백인 민족 우월주의에서 촉발된 혐오범죄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브레이빅 사건 이후 16건 175명 사망
온라인·정치인 토론 통해 그릇된 '확신' 얻어
"더이상 외로운 늑대는 없다" 연쇄범죄 방아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4일(현지시간) 분석기사에서 "2011년부터 백인우월주의자 및 극우주의자들이 벌인 총기난사 사건은 총 16건으로, 사망자만 175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부상자를 포함하면 인명 피해는 훨씬 늘어난다.  
 
가장 대표적 사건은 2011년 7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발생한 극우성향의 백인우월주의자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 사건이다. 보수적 기독교인인 브레이비크는 당시 오슬로 정부청사에서 폭탄 테러를 일으킨 후 우퇴위아섬으로 이동해 노동당 여름 캠프에 참가한 청소년들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이날 발생한 테러로 77명이 사망했다. 이후 미국과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 등지에서는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예배를 보고 있는 무슬림에 대한 무차별 공격이 발생하거나, 교회 예배 중인 흑인을 향해 총기를 난사하는 등의 모방범죄가 이어졌다. 
 
가디언은 "백인 민족주의자들은 이민자와 혼혈인종을 '침략자'라고 인식하며, 이들이 백인의 생존에 위협이 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이런 인식들의 영향으로 곧 백인에 대한 대학살이 벌어질 것이란 음모론에 빠지기도 한다"고 진단했다. 또 범죄자들 대부분이 이전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범행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진술하는 등 서로가 범행을 부추기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에서 국토안보부 차관보를 지낸 줄리에트 카옘도 사건 직후 워싱턴포스트(WP)에 ‘더 이상 외로운 늑대는 없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카옘은 "백인 민족주의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그들의 분노를 극대화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힘을 얻는다"며 과거 홀로 내재하고 있던 다른 인종에 대한 분노를 범죄를 통해 표출하는 외로운 늑대와는 다른 형태의 혐오범죄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옘은 또 이민자 및 혼혈인종이 급격히 많아지면서 20~30대 백인 남성들이 자신들이 인구구성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란 두려움에 빠져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백인들이 수적 열세에 빠지면서 사회 주류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공포감 때문에 '다른' 것들에 대한 거부심리가 극심하다는 것이다. 또 이런 백인들의 그릇된 인식을 이용하는 정치인들의 레토릭(화법)으로 인해 더욱 자극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인 우월주의를 자극하는 연설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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