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 포동 오른 ’가짜 고기‘ 시장…한국에서 가능성은?

중앙일보 2019.08.05 11:49
미국 비욘드 미트의 햄버거 제품. 육안으로는 일반 햄버거와 구분이 어렵다. [사진 비욘드 미트]

미국 비욘드 미트의 햄버거 제품. 육안으로는 일반 햄버거와 구분이 어렵다. [사진 비욘드 미트]

 
세계 ‘가짜고기’ 시장에 포동포동 살이 오르고 있다. 고기 덜 먹기가 의미 있는 소비로 떠오르면서 기존 식품회사도 인공 고기에 앞다투어 투자하면서 판을 키우고 있다. 환경과 건강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 주체로 떠오르면서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육업계의 ‘신데렐라’ 비욘드 미트의 지난 2분기 매출은 6730만 달러(약 800억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1740만 달러)보다 무려 4배가 올랐다. 식물 단백질을 추출한 뒤 섬유질과 효모 등 여러 식물성 원료와 혼합해 실제 고기와 같은 맛과 식감을 낸다. 줄줄 흐르는 육즙도 느낄 수 있다. 코코넛 오일과 채소즙으로 그럴듯한 맛을 낸다. 
 
미국 비욘드 미트의 햄버거 패티. 전세계적으로 약 2500만개가 팔렸다. 국내에선 동원몰 등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가격 장벽이 높아 판매량이 많지 않다. [사진 비욘드 미트]

미국 비욘드 미트의 햄버거 패티. 전세계적으로 약 2500만개가 팔렸다. 국내에선 동원몰 등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가격 장벽이 높아 판매량이 많지 않다. [사진 비욘드 미트]

비욘드 미트 버거를 지난 3월부터 수입해 판매하는 동원 F&B 관계자는 “말을 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콩을 갈아 만든 기존의 가짜 고기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가격은 소고기보다도 3~5배 비싸다. 온라인 동원몰에서 팔리는 버거(227g) 1 팩(패티 2개)에 1만2900원이나 한다. 지난 3개월 동안 1만팩(패티 2만개)이 팔리는 데 그쳤지만, 동원 F&B는 앞으로 성장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동원 관계자는 “지난해 말 비욘드 미트와 계약할 때보다 회사가 너무 빨리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시장 가능성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가짜고기로 비욘드 미트와 쌍벽을 이루는 미국 푸트테크 기업 임파서블 푸드도 최근 날개를 달았다. 고기 맛 내는 첨가물 헴(heme)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으면서 음식점에 이어 일반 마트에서도 제품 판매가 가능해졌다. 유기 철분의 일종인 헴을 사용해도 좋을지를 두고 한동안 논란이었다. 결국 FDA가 임파서블 푸드의 손을 들어주면서 다음 달부터 대형 마트에서 비욘드 미트와 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됐다. 다국적 식품회사 네슬레도 하반기에 완두콩 단백질을 이용한 인공 고기 패티인 ‘어썸 버거(Awesome Burger)’를 내놓는 등 기존 식품 업체에서도 시장을 잡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푸드테크 기업인 임파서블 푸드의 햄버거. 임파서블 버거는 버거킹과 맥도날드와 계약해 채식 버거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 나가고 있다. [사진 임파서블 푸드]

푸드테크 기업인 임파서블 푸드의 햄버거. 임파서블 버거는 버거킹과 맥도날드와 계약해 채식 버거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 나가고 있다. [사진 임파서블 푸드]

 
임파서블 푸드는 구글이 3억 달러 인수 제의했다가 “너무 싼 가격”이라며 거절한 일화가 유명하다. 전 세계 식물성 고기 시장 규모는 현재 42억 달러(4조7500억원)지만 6년 뒤인 2025년엔 75억 달러(8조52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인공 쇠고기에 이어 인공 생선, 인공 달걀 등으로 확장되고 있어 대체육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비욘드 미트의 최대 주주는 미국 최대 육류 가공 회사인 타이슨푸드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구글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미래 식량’ 가능성을 보고 거액을 투자했다. 비욘드 미트는 기업공개 3개월 만에 주가가 700% 이상 뛰고 지난달 말 발표한 실적도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투자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미국 푸드테크 기업 임파서블 푸드의 햄버거 패티 제품. 고기맛을 모방하는 첨가물 '헴'을 넣어 고기 특유의 '피맛'을 재현하는 게 특징이다. [사진 임파서블 푸드]

미국 푸드테크 기업 임파서블 푸드의 햄버거 패티 제품. 고기맛을 모방하는 첨가물 '헴'을 넣어 고기 특유의 '피맛'을 재현하는 게 특징이다. [사진 임파서블 푸드]

 
가짜고기 열풍은 패스트푸드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버거 양대 라이벌인 맥도날드와 버거킹이 채식 버거 전쟁이 임박했다.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회사인 맥도날드는 최근 임파서블 푸드와 계약을 하고 내년 초부터 채식 버거를 내놓을 예정이다. 버거킹은 이미 지난 4월부터 임파서블 푸드의 패티를 사용한 ‘임파서블 와퍼’를 판매하고 있다.     
 
한국에선 가짜고기 시장이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다. 동원F&B가 들여온 비욘드 미트의 버거 제품도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진 않다. 국내 채식 인구는 지난해 기준 전체 인구의 2~3%인 100만~150만명에 달한다. 2008년 15만명에서 대폭 늘었지만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채식 전문 식당은 2010년 150여곳에서 2018년 기준 전국 350여곳으로 늘어났다. 최근엔 풀무원, CJ 제일제당, 롯데푸드 등 주요 식품회사는 콩을 이용한 대체품을 선보이고 있다.    
 
식물 단백질을 이용해 만든 가짜 고기가 반드시 건강에 좋은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고기 맛을 흉내 내기 위해 들어가는 첨가물이 고기만큼 나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최근엔 실험실에서 고기 세포를 배양해 만들어지는 고기도 나오고 있어 건강에 대한 보다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