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정부 시위, 남탓하는 러 "미 대사관이 부채질"…외교갈등 번지나

중앙일보 2019.08.05 10:25
지난 3일 러시아 모스코바에서 열린 거리행진 시위에 참석한 시위대를 러시아 경찰이 붙잡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3일 러시아 모스코바에서 열린 거리행진 시위에 참석한 시위대를 러시아 경찰이 붙잡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가 러시아와 미국의 외교적 마찰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가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 국가에 시위에 책임이 있다며 항의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다.
 

러시아서 최근 4주째 공정선거 시위
러 외무부 대변인, 방송서 미국 비난
"미국 대사관이 내정 간섭 하고 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5일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4일 로시야1 TV와의 인터뷰에서 "토요일(3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불법 시위에 미국 외교관들과 독일의 국영 언론이 간섭한 일에 대해 러시아 외무부는 워싱턴과 베를린에 공식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최근 러시아에선 다음 달 8일로 예정된 모스크바시의회 선거를 앞두고 공정선거를 요구하는 시위가 4주 연속 열리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한 시위는 지난 3일에도 열려 600여명 이상이 경찰에 연행됐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마리아 대변인은 러시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자료를 공식적으로 주러시아 미 대사관에 제출할 것"이라며 "미 지도부는 자국 외교관들이 어떻게 러시아 내정에 간섭했는지 알게 되면 매우 놀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료에는 미국 외교관들이 러시아 반정부 시위에 관여했다고 의심되는 정황이 담긴 것으로 추정된다.  
 
마리아 대변인은 주러시아 미 대사관이 시위를 부채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리아 대변인은 "주러시아 미 대사관은 토요일 예정돼 있던 '거리 행진'의 경로를 항목별로, 분 단위로 나눈 일정표를 발표했다"며 "이런 정보를 통해 사람들이 행사(시위)에 참여하도록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타스=연합뉴스]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타스=연합뉴스]

 
또 마리아 대변인은 서방의 일부 언론도 러시아 내정에 간섭하려 했다고 지적하며, 그 예로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를 거론했다. 마리아 대변인은 "독일 측에도 우리의 우려를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야권 지지자들은 지난달 20일부터 주말마다 모스크바에서 공정선거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러시아 선거 당국이 다음 달 8일 열리는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에 유력 야권 인사들의 후보 등록을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시위 참가자들은 3일 모스크바 시내에서 거리행진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시 당국이 시위 허가 신청을 거부하며 불법시위로 진행됐다. 경찰은 이날 시위에 약 1500명이 참여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시위 참가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