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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때 아스팔트 52.8도···"물 뿌리면 불쾌지수 더 높일수도"

중앙일보 2019.08.05 10:00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국립기상과학원 연구팀이 모바일 기상관측차량을 이용해 노면 온도와 기온 등을 집중 관측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국립기상과학원 연구팀이 모바일 기상관측차량을 이용해 노면 온도와 기온 등을 집중 관측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지난 2일 오후 전북 전주시 홍산로에서 시민들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길을 건너고 있다. [뉴스1]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지난 2일 오후 전북 전주시 홍산로에서 시민들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길을 건너고 있다. [뉴스1]

여름철 국내 아스팔트 도로의 노면 온도는 최대 52.8도까지 상승해 주변 기온보다 17도까지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폭염에 대비해 도로에 물을 뿌리지만 기온을 낮추는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5일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 재해기상연구센터는 “지난해 8월 16~17일 서울 등에 폭염이 발생했을 때 서울 강남·강북 지역과 강원도 강릉, 영동고속도로 등지에서 도로 노면 온도를 측정한 결과, 기온보다 최대 17.9도나 높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온도·풍속·습도·강수량 등을 측정할 수 있는 ‘모바일 기상관측 차량’을 시속 30~40㎞ 속도로 운전하며 도로 노면 온도와 차량 지붕 위 높이의 기온을 1초 단위로 측정했다.
국립기상과학원 재해기상연구센터의 모바일 기상관측차량. 장진영 기자

국립기상과학원 재해기상연구센터의 모바일 기상관측차량. 장진영 기자

모바일 기상관측 차량. 차량 앞쪽 8번으로 표시된 장비가 도로 노면 온도를, 차량 지붕 위 6번으로 표시된 장비가 기온을 측정한다. [자료 기상청]

모바일 기상관측 차량. 차량 앞쪽 8번으로 표시된 장비가 도로 노면 온도를, 차량 지붕 위 6번으로 표시된 장비가 기온을 측정한다. [자료 기상청]

측정 결과, 영동고속도로에서 짙은 색깔의 아스팔트 노면 온도는 최대 52.8도, 평균 51.4도로 측정됐다.
당시 기온은 최대 34.9도, 평균 34.1도를 나타냈다. 노면 온도가 기온보다 무려 17.9도까지 차이를 보인 것이다.
 
같은 영동고속도로에서도 콘크리트 도로 구간에서는 노면 온도가 최대 47.5도, 평균 44.6도였다. 기온보다는 평균 10.4도 높았다. 아스팔트보다 색깔이 옅어 햇빛 흡수를 덜 한 것으로 풀이됐다.
도로 종류별 노면 온도와 기온 측정 결과(평균값) [자료: 기상청 재해기상연구센터의 발표 논문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

도로 종류별 노면 온도와 기온 측정 결과(평균값) [자료: 기상청 재해기상연구센터의 발표 논문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

서울 시내 도로의 노면 온도는 최대 48.5도, 평균 41.7도로 관측됐다. 이에 비해 기온은 최대 35.4도, 평균 34.3도를 보였다. 기온보다 노면 온도가 평균 7.4도 높았다.
 
서울 시내 도로에서도 공사로 인해 철판이 깔린 구간에서는 노면 온도가 최대 52.1도, 평균 51.7도를 기록했다.
철판 구간에서는 노면 온도가 기온보다는 16.6도 높았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측정한 도로노면 온도와 기온. 왼쪽 위 그래프는 기온 측정 결과, 오른쪽 위 그래프는 도로 표면 온도, 왼쪽 아래 그래프는 노면온도와 기온과의 차이, 오른쪽 아래 그래프는 태양에너지의 강도를 각각 나타낸다. [자료 기상청]

서울 강남지역에서 측정한 도로노면 온도와 기온. 왼쪽 위 그래프는 기온 측정 결과, 오른쪽 위 그래프는 도로 표면 온도, 왼쪽 아래 그래프는 노면온도와 기온과의 차이, 오른쪽 아래 그래프는 태양에너지의 강도를 각각 나타낸다. [자료 기상청]

연구팀은 강릉 시내에서 도로 물 뿌림 효과도 조사했다. 도로에 물을 뿌리지 않았을 때는 노면 온도가 평균 45.1도였는데, 물을 뿌렸을 때는 노면 온도가 평균 36.4도로 8.7도가 떨어졌다. 기온은 평균 33.2도로 물 뿌림 전후에 차이가 없었다.
 
김백조 재해기상연구센터장은 “물을 뿌리면 도로 표면의 온도는 뚜렷하게 낮아졌지만, 30분 후에는 다시 원래 온도로 되돌아갔다”며 “물 뿌림으로 인해 주변 공기의 습도가 상승해 시민들이 불쾌감을 느끼는 등 역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다만 물을 뿌리면 심리적인 면에서 시원함을 느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도시 빌딩에 의한 햇빛 차폐 효과도 확인했다. 서울 시내에서 남북 방향의 도로보다 동서 방향 도로의 노면 온도가 높았다.
 
남북 방향의 도로에서는 도로 양쪽의 빌딩이 햇빛을 차단하지만, 동서 방향 도로에서는 햇빛을 차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산 3호 터널 내에서는 노면 온도가 25.5도로 떨어진 반면, 기온은 30도 이상을 유지했다.
빌딩 숲에 의한 태양광선 차폐 효과를 보여주는 사진. 남북 방향 도로의 경우 그늘이 져 노면 온도가 낮은 편이다. [사진 기상청]

빌딩 숲에 의한 태양광선 차폐 효과를 보여주는 사진. 남북 방향 도로의 경우 그늘이 져 노면 온도가 낮은 편이다. [사진 기상청]

재해기상연구센터의 이번 조사 결과는 지난 6월 국제학술지인 ‘애트모스피어 앤드 오션 사이언스 레터스(Atmospheric and Oceanic Science Letters)’에 게재됐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5일 오후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된 이 사진에서는 높은 온도는 붉은 색으로, 낮은 온도는 푸른색으로 표시된다. 건물벽과 도로는 붉은색으로 표시된 반면 물이 흐르는 바닥 분수 주변은 파란색으로 표시됐다. [연합뉴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5일 오후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된 이 사진에서는 높은 온도는 붉은 색으로, 낮은 온도는 푸른색으로 표시된다. 건물벽과 도로는 붉은색으로 표시된 반면 물이 흐르는 바닥 분수 주변은 파란색으로 표시됐다. [연합뉴스]

한편, 재해기상연구센터는 5일부터 7일까지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한국외대·서울기술원·공주대·강원대·KT 연구팀과 함께 모바일 기상관측 차량을 활용한 폭염 집중 관측을 진행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도시 빌딩 숲이 주변 기상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조사하게 되는데, 모바일 측정 차량으로 하루 4~8회 광화문 일대를 순회하면서 도로 노면 온도와 기온·풍향·풍속 등을 측정한다.
 
또, 이동형 카트를 활용한 보행자 맞춤형 모바일 관측시스템을 활용, 보행자들이 느끼는 온도와 주변 관측소 기온과의 차이를 조사하게 된다.
 
아울러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미세한 물방울을 뿌리는 '쿨링 포크(Cooling Fog)'의 효과도 검증할 방침이다.
수도권 지역의 기온이 30도 안팎까지 오른 지난 6월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쿨링 포그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수도권 지역의 기온이 30도 안팎까지 오른 지난 6월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쿨링 포그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5~7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집중 관측에 나선 모바일 기상관측차량. 노면온도와 기온뿐만 아니라 풍향, 풍속, 기압, 강수량, 태양복사에너지 등도 측정할 수 있다. 장진영 기자

5~7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집중 관측에 나선 모바일 기상관측차량. 노면온도와 기온뿐만 아니라 풍향, 풍속, 기압, 강수량, 태양복사에너지 등도 측정할 수 있다. 장진영 기자

이번 조사에서는 특히 KT의 도움을 받아 주변 빌딩의 고도별 온도와 습도, 미세먼지 농도 등에 대한 데이터도 확보할 계획이다.
 
김 센터장은 “사흘 동안 총 17회 관측을 통해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시간대별로 도심의 기온과 노면 온도 변화를 관측하고, 건물의 벽면 온도 변화 데이터를 얻을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폭염 상황 때 도심의 기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상원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이번 관측을 통해 폭염 대응 방안의 효과를 검증함으로써 앞으로 효율적인 폭염 대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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