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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갖춘 주인이 문 여는 작은 식당이 성공한다

중앙일보 2019.08.05 08:00

[더,오래] 이준혁의 창업은 정글이다(16)

노량진 고시원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응시생. 청년층부터 퇴직한 중·장년층까지 누구에게나 먹고 사는 문제는 항상 치열하다. [중앙포토]

노량진 고시원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응시생. 청년층부터 퇴직한 중·장년층까지 누구에게나 먹고 사는 문제는 항상 치열하다. [중앙포토]

 
아무리 자영업이 월급쟁이의 무덤이라지만 퇴직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음식업은 여전히 영순위 창업 아이템인 현실이다. 먹는 장사를 하면 살 수 있겠다 싶은 것 아닐까. TV만 틀면 맛집이 연일 방영되고 먹거리 관련 예능 프로들이 채널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퇴직자들을 노리고 직영점 한 개를 운영할만한 실력도 안 되는 업체들이 너도 나도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방송국 외주제작사 임직원과 친분이 있는 경우 가맹점 모집을 위해 돈을 건네면서까지 방송에 출연해 예비 창업자를 유인하기도 한다.
 
그러나 창업한다는 것은 엄청난 리스크를 안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일단 수년간의 창업 시장에 대한  데이터가 이를 말해 주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창업해 성공할 확률은 10%도 되지 않는다.
 
주5일 근무와 회식 기피 문화 정착, 혼밥, 혼술족의 성장 등으로 점심 영업을 제외하고는 식당을 찾는 손님의 수가 전반적으로 줄고 있다. 시장 자체가 축소되는 사회적 현상은 트렌드로도 극복할 수 없다. [중앙포토]

주5일 근무와 회식 기피 문화 정착, 혼밥, 혼술족의 성장 등으로 점심 영업을 제외하고는 식당을 찾는 손님의 수가 전반적으로 줄고 있다. 시장 자체가 축소되는 사회적 현상은 트렌드로도 극복할 수 없다. [중앙포토]

 

식당 창업 성공 확률 10%도 안 돼

인구 70명당 식당이 한 개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외식시장에서 어지간해선 살아남기 힘들다. 잘못된 정보에 의존해 매년 18만명 이상이 새롭게 식당 문을 열고 19만명 이상이 문을 닫는다. 오죽하면 폐업처리 전문 회사와 간판 집만 돈을 번다는 소리가 나오겠는가.
 
최고의 조리사와 실력을 갖춘 호텔도 이미 십 년 전부터 식음업장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일반 음식점도 주5일 근무와 음주단속 강화로 인한 회식 기피 문화 정착, 혼밥·혼술 시장의 급속 성장 등으로 손님이 줄고 있다. 이처럼 시장 자체가 축소되니 새로운 유행이나 트렌드도 잘 먹히지 않는다.  
 
이제는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에서 무리를 해가며 점포를 남의 돈을 빌려가며 창업한다는 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투입자금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골목상권이나 주택가에서 창업을 한다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지난 4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창업박람회에 모인 사람들이 카페 시스템 부스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창업 열풍이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창업 박람회장은 연일 성업이다. [중앙포토]

지난 4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창업박람회에 모인 사람들이 카페 시스템 부스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창업 열풍이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창업 박람회장은 연일 성업이다. [중앙포토]

 
편의점도 점점 식당화하고 있다.즉석 튀김은 물론 4000~5000원대 도시락도 팔고 심지어 배달까지 한다.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공유주방 시장은 세계적인 대기업인 우버그룹도 클라우드 키친이라는 브랜드로 국내에 상륙할 정도로 뜨겁고 매달 몇 개 업체씩 새로 늘어나고 있다.
 
좋은 입지에 점포를 구해 우수한 조리장을 영입하고 인테리어에 수억원의 돈을 투자해 창업하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왠만하면 외식분야의 창업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래도 창업하겠다면 먼저 적어도 수십 년을 이어오면서 지역에서 사랑받고 인정받는 그런 실력 있는 맛집을 찾아가 그 주방에서 무보수로 일하며 주인에게 한 메뉴라도 제대로 전수받아 보도록 하자. 그런 다음 테이블 두, 세 개 놓고  고객의 평가를 받아보는 ‘스몰 창업’을 권하고 싶다.
 
슬로우 창업을 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남에게 가게를 맡기는 순간 그 가게는 이미 폐점을 예약한 거나 다름없다. 천천히 작품을 만들어 간다는 생각으로 외식업을 바라보아야 한다. [사진 pixabay]

슬로우 창업을 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남에게 가게를 맡기는 순간 그 가게는 이미 폐점을 예약한 거나 다름없다. 천천히 작품을 만들어 간다는 생각으로 외식업을 바라보아야 한다. [사진 pixabay]

 

1% 망하지 않는 길 가야 

부산 당감동에 위치한 A 고깃집은 테이블이 세 개 뿐인 음식점이지만 십수 년째 지역에서 맛집으로 사랑받으며 영업 중이다. 2호점을 내거나 가맹점을 주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예약은 받지 않기에 주중, 주말 가릴 것 없이 언제나 손님들이 줄을 서 있다. 주인 혼자서 고기를 손질하고 서빙하고 소통하는 등 고객 한명 한명이 전부 단골일 정도로 작지만 알찬 영업을 하고 있다.
 
이렇듯 스몰 창업, 슬로우 창업을 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장밋빛 상상은 오판을 낳는다. 더군다나 남에게 가게를 맡기는 순간 그 가게는 이미 폐점을 예약한 거나 다름없다. 창업자 스스로 외식업의 핵심가치인 맛있는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뒤에 스몰 창업을 해야 그나마 성공할 수 있다. 작지만 즐기면서, 보다 천천히 작품을 만들어 간다 생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99%의 성공을 바라기보다 1% 망하지 않는 길을 가야 한다.
 
이준혁 (사)한국공유정책 일자리 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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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이준혁 (사)한국공유정책 일자리 위원장 필진

[이준혁의 창업은 정글이다] 국내 대표적인 외식브랜드와 식당 300여개를 오픈한 외식창업 전문가다. 지난 30여년간 수 많은 식당을 컨설팅하고 폐업을 지켜봤다. 자영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창업강의 등을 통해 폐업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의 갱생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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