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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과 진짜 닮은꼴은 트럼프가 아니라 마크롱?

중앙일보 2019.08.05 06:56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A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A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은 기본적으로 도널드 트럼프를 이튼에 보내면 얻을 수 있는 사람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반대하는 영국 자유민주당(LibDem)의 새 대표 조 스윈슨의 말이다. 유명 사립학교 이튼 칼리지를 나온 존슨 영국 총리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비슷하다는 의미다.  
 

英 야당 "트럼프 이튼에 보내면 존슨 나와"
금발에 직설적 화법, 자국 우선주의 비슷
텔레그래프 "친환경, 자유무역, 친이민 등
'존슨 브렉시트' 트럼프 포퓰리즘과 딴판"
기후협약 등 마크롱과 정치적 쌍둥이 주장

 트럼프 대통령의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도 BBC에 “2016년을 돌아보면 브렉시트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보리스 총리 취임을 반기며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존슨을 ‘영국의 트럼프’로 부르더라"고 했다.
 
 트럼프와 존슨은 금발 정치인이자 직설적인 화법을 쓰며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경향을 보인다. 브렉시트를 지지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하지만 존슨이 트럼프와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비슷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보수 성향 매체인 텔레그래프의 암브로스 에반스-프리차드 국제경제에디터는 칼럼에서 “존슨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이 진정한 정치적 쌍둥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문화적으로 이 두 사람과 수천 마일 떨어져 있다"고 했다. 그는 존슨 총리가 지향하는 브렉시트는 친환경, 자유무역, 친이민, 세계주의 이데올로기 등을 갖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포퓰리즘과 공통점이 없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특히 이민 정책에서 차이가 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불법 이민자 추방 등 반이민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와 달리 존슨 총리는 2012년 불법 이민자에 대한 인도적 사면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슬람 금지 주장을 펴자 “실망스럽다"고 반응하기도 했다.
 
 워싱턴 이그재미너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낙태 권리에 찬성하며, 런던 시장 시절 국가 최저 임금보다 높은 생활 임금을 도입하는 데 앞장섰다. 최근 첫 내각 구성에서도 이민자 출신을 핵심 장관 자리에 앉혔다.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민의 근심에 호소하며 범죄 증가나 불법 이민, 무역 때문에 늘어난 실직 등에 대해 사실이 아닌 내용을 주장하지만 존슨 총리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노 딜 브렉시트 추진 시 보수당 내 의원들이 반발해 불신임 투표가 가결되면 총선을 치러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 [A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총리는 노 딜 브렉시트 추진 시 보수당 내 의원들이 반발해 불신임 투표가 가결되면 총선을 치러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 [AP=연합뉴스]

 텔레그래프는 “마크롱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한 조치 중 하나는 이탈리아 회사가 프랑스 조선소를 인수하려던 것을 막은 것인데, EU 단일 시장의 정신과 법률을 위반한 것이었다"며 마크롱도 자국 이익 우선주의를 따르고 있다고 했다. 2016년 실시된 여론조사에 참여한 프랑스 유권자의 61%가 EU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는데, 브렉시트 국민투표 전 영국에서 EU에 대한 부정적 여론보다 높았다는 점도 거론했다. 2017년 대선에서 마크롱이 승리했지만, EU 탈퇴를 지지했던 마린 르펜이34%가량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프랑스가 브렉시트를 마냥 남의 얘기로 치부할 상황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샤를 드골의 회고록을 집무실 책상에 올려놓고 있는데, 윈스턴 처칠을 존경하는 존슨 총리와 만나면 제2차 세계대전의 상징적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한참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예상했다. 런던 시장 시절 자전거 타기를 권장했던 존슨 총리가 마크롱 대통령이 주도하는 파리기후협약을 보완할 적임자여서, 이 협약에서 탈퇴한 트럼프 대통령과 다르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존슨 총리는 지난 1일 치러진 하원 보궐선거에서 패해 타격을 입었다. 영국 웨일스 브레콘 및 레드너셔 지역구 보궐선거에서 웨일스 자유민주당 대표인 제인 도즈가 보수당의 크리스 데이비스 전 의원을 눌렀다. 보수당 연립정부는 하원에서 불과 1석 차이로 다수를 차지하는 지경에 빠졌다.  
영국 자유민주당 조 스윈슨 대표. 자유민주당은 보궐선거에서 존슨 총리의 보수당을 눌렀다. [AP=연합뉴스]

영국 자유민주당 조 스윈슨 대표. 자유민주당은 보궐선거에서 존슨 총리의 보수당을 눌렀다. [AP=연합뉴스]

 
 보수당은 보궐선거를 앞두고 ‘존슨 효과’를 기대했으나 붐은 일어나지 않았다. 존슨 총리는 취임 후 8일 만에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패해, 전후 치러진 보궐선거 사상 ‘총리 취임 후 가장 빠른 패배’를 기록했다.  
 
 집권 연정의 과반이 불안하기 때문에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추진에도 장애가 예상된다. 노 딜 브렉시트 추진 시 정부 불신임에 찬성하겠다는 보수당 의원들이 있어 존슨 총리는 생각보다 일찍 총선을 치러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존슨이 트럼프나 마크롱 중 누구와 비슷할지, 그리고 그가 자신의 색채를 드러낼 만큼 총리직을 수행할 기간을 확보할 것인지 등은 10월 말 브렉시트 추진 과정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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