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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그날 그곳에···느닷없는 이해찬 사케 촌극, 문제는 'TPO'

중앙일보 2019.08.05 05:00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청주 논란’은 왜 이렇게 커진 걸까.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한·일 경제전쟁 중이지만 우리는 한국에 있는 일식집에 갈 수 있다”고 항변한 것처럼, 그다지 문제될 일이 아닐 것 같은데 말이다. 민주당이 4일 “반주한 건 사케가 아닌 국산 청주인 ‘백화수복’이었다”고 정정했는데도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일본경제침략 관련 비상대책 연석회의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중앙포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일본경제침략 관련 비상대책 연석회의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중앙포토]

 
이 대표를 비판하는 야권의 논리는 이렇다. “이해찬 대표는 일본이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한 바로 당일, 일식집에서 그것도 사케까지 곁들이며 회식을 했다.”(김현아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 “죽창으로 반일 감정을 선동할 때는 언제고 여당 대표가 화이트리스트 배제 직후 백주대낮에 술 마신 것은 괜찮은지 묻지 않을 수 없다.”(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

 
요컨대 일식집 반주 사실 자체보다는 반주의 때(Time)와 장소(Place), 상황(Occasion) 이른바 TPO가 적절치 않았다는 주장이다. 논란이 벌어진 2일을 시간순으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오전 10시 일본 각의,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내용 의결→▶오전 11시 이해찬 대표, ‘당 일본경제침략 관련 비상대책 연석회의’에서 “안하무인인 일본의 조치에 정말로 분노를 금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규탄→▶낮 12시(추정) 이해찬 대표, 여의도 모 일식집에서 청주 반주.  
 
이번 논란처럼 정치권에선 TPO에 걸맞지 않는다는 연유로, 논란이 되곤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오얏나무 밑에서 갓을 다시 고쳐 쓰지 말라’(이하부정관·李下不正冠)는 경우다.
7월 12일 광주 시립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회식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눈을 감고 있다. [뉴시스]

7월 12일 광주 시립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회식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눈을 감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난달 12일 ‘2019년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꾸벅 졸았다가 뭇매를 맞았다. 함께 참석했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역시 바로 옆자리에서 졸고 있는 모습이 같이 포착됐지만, 유독 황 대표에게만 비판 여론이 컸다. 황 대표가 이날 오전 당 행사에서, 졸고 있는 참석자를 향해 “조는 분이 계시네요. 곤란한 일입니다”라고 지적한 것이 거론되면서다. 손 대표와 때와 장소는 같았지만, 상황(Occasion)이 달랐다. 
 
지난 6월 4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유공자, 보훈 가족과의 오찬 행사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손을 맞잡은 사진이 담긴 책자를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게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사진을 받아 든 김한나(제2연평해전 전사자 고(故) 한상국 상사의 아내)씨는 유튜브에서 “책자를 받고 충격을 받아서 급체했다”고 말했다. 야권은 “생때같은 아들을 하루아침에 잃은 유족들을 위로하는 행사에 원수의 사진을 보여준 것”(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이라고 비판했다.  
6월 4일 청와대가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 260여명을 초청한 오찬 행사에서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책자. [사진 김한나씨]

6월 4일 청와대가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 260여명을 초청한 오찬 행사에서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책자. [사진 김한나씨]

 
국민적 애도 기간이었던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도 TPO 논란이 있었다. 4월 16일 사고 당일 구조 학생과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전남 진도실내체육관 진료소에 방문한 서남수 당시 교육부 장관은 이른바 ‘황제라면’ 논란으로 끝내 장관직에서 경질됐다. 서 장관이 의전용 의자에 앉아 탁자 위의 라면을 놓고 먹고 있는 모습이 피해 학생과 가족이 바닥에 앉아있는 상황과 비교됐다.
2014년 4월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서남수 당시 교육부 장관. 서 장관은 이날 세월호 사고 당일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컵라면'을 먹은 것과 관련, "보여드리지 말았어야 할 모습을 보여드린데 대해 대단히 민망하고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14년 4월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서남수 당시 교육부 장관. 서 장관은 이날 세월호 사고 당일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컵라면'을 먹은 것과 관련, "보여드리지 말았어야 할 모습을 보여드린데 대해 대단히 민망하고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양 후보자가 세월호 참사 당일날 노래방을 갔는지 여부를 두고 공방이 있었다. 의혹을 부인하던 양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법인카드 내역이 공개되자 “당일 제 법인카드로 제가 결제했다. 국민께 송구하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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