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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진핑→푸틴 걸더니···北대사관 돌고돌아 김일성 사진

중앙일보 2019.08.05 05:00
주중 북한 대사관 게시판에 새롭게 걸린 1972년 김일성의 대동문 소학교 시찰 사진. 신경진 기자

주중 북한 대사관 게시판에 새롭게 걸린 1972년 김일성의 대동문 소학교 시찰 사진. 신경진 기자

북한→중국→미국→한국→중국→베트남→러시아→북한. 지난해 초부터 올해 8월까지 북한 주중 대사관이 외부 게시판에 게재한 정상 사진의 국적이 중국을 시작으로 돌고 돌아 북한으로 돌아왔다.  
 

북·중, 남·북·미 회담 사진 무시한 채
김씨 3대 사진 내걸어 주체사상 과시

지난 1일 베이징 차오양구(朝陽區) 북한대사관 정문 동쪽에 있는 게시판에는 ‘조선의 교육’이란 제목으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북한 교육시설 시찰 사진과 북한 교육 실태를 촬영한 사진이 걸려 있었다. 지난 5월 중순 블라디보스토크 북·러 정상회담 사진으로 바꾼 지 두 달 보름만의 교체다.  
 
게시판에는 1972년 9월 대동문 소학교를 시찰한 김일성, 2010년 4월 김일성 종합대학 전자도서관을 시찰하는 김정일, 2013년 11월 평양건축종합대학을 시찰한 김정은 세 명의 사진이 상단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아래에는 유아원부터 소학교 입학식, 어학실의 어학교육, 어코디언 연주, 서예, 미술, 발레 등 각종 학교 교육 장면을 찍은 사진이 게시됐다. 대동강변의 교육자, 과학자를 위한 고층 아파트 등 체재 선전 사진도 눈에 띄었다.
 
주중 북한 대사관 게시판의 체제 선전 사진. ‘조선의 교육’이라는 제목으로 새롭게 교체했다. 신경진 기자

주중 북한 대사관 게시판의 체제 선전 사진. ‘조선의 교육’이라는 제목으로 새롭게 교체했다. 신경진 기자

베이징 외교가에선 지난 6월 20~21일 중국 국가 정상으로 1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가운데 북한 대사관이 어떤 나라 정상의 사진을 게시할 것인가 주목했다.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정상의 사진을 게재하느냐가 북한이 외부에 발신하는 외교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미국·중국 3국 정상의 사진 대신 북한 체제를 과시하는 ‘주체 노선’을 선택했다. 지난 50~60년대 중소 분쟁이 격화되자 양자택일 대신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주체 노선을 창안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주중 북한대사관은 지난해 3월 베이징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 사진을 다음달인 4월에 게재하면서 활발한 게시판 외교를 시작했다. 7월에는 6월에 열린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사진으로 교체했다. 이어 북·미 실무 협의가 진척을 보이지 못하자 9월 남북 평양 정상회담 사진으로 바꿨다. 1월에는 베이징 북·중 회담 직후 곧장 시 주석과 회담 사진으로 교체했다. 2월 말 하노이 북·미 회담이 노딜로 결렬되자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을 뺀 북·베트남 정상회담 사진만 게재하며 미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5월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사진을 게시하며 사회주의 연대를 과시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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