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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방 “중거리 미사일 아시아 배치”, 국무 "동의하에 할 것"

중앙일보 2019.08.05 00:12 종합 1면 지면보기
마크 에스퍼

마크 에스퍼

마크 에스퍼(사진) 미국 국방부 장관이 3일(이하 현지시간) “신형 정밀유도 중거리 미사일을 아시아 동맹국에 배치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에 추진 땐 제2 사드 가능성
폼페이오 "주권존중, 동의받을 것"
미사일 닿지만 중국 공격범위 밖,
일본 오키나와, 필리핀 가능성도

에스퍼 장관은 이날 호주로 가는 기내에서 “우리는 INF(중거리 핵전력)조약(사거리 5500㎞ 이하 미사일 폐기)을 끝낼 때를 대비해 효과적인 사거리로 확대할 준비를 해 왔다. 유럽 전역(theater)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전역도 우리가 방어해야 하므로 장거리 정밀 발사 전력을 하루빨리 개발해 배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이 한국을 배치 지역으로 검토 중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이에 중국과 북한의 강한 반발로, 제2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에스퍼 장관의 발언에 앞서 지난 1일 뉴욕타임스는 개리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을 인용해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중거리 미사일을 반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INF조약에서 탈퇴한 이유 중 하나로 “중국이 조약에서 빠졌기 때문”이라 지적한 만큼 중국의 참가를 압박하기 위해선 한국에 중거리 미사일을 갖다 놔야 한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날 에스퍼 장관의 언급은 미국이 INF 조약에서 공식 탈퇴한 다음날 나왔다.  
 

“중거리 미사일 한국 배치 운만 띄워도 중국엔 부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새벽 대구경조종 방사포 시험 사격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왼쪽)이 궤도형 발사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노동신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새벽 대구경조종 방사포 시험 사격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왼쪽)이 궤도형 발사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노동신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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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발사 단거리·중거리 탄도미사일과 크루즈 미사일의 생산·배치를 금지한 INF 조약을 러시아와 체결한 지 31년 만에 그 틀을 깨고, 중국부터 겨냥한 셈이다.  
 
그는 “미래 일정 시점에 지대지 중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러고 싶다”며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재래식 무기를 얘기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시점은 현재 논의 중”이라며 “나는 수개월 내를 바라지만 크루즈 미사일이나 장거리 미사일의 최신 개발 일정을 모르고, 이런 일은 언제나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고 했다.
 
미 정부 고위 관리는 2일 브리핑에서 “수주 내 지상 발사형 크루즈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11월엔 신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할 것”이라며 “배치까진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달 내 시험할 크루즈 미사일은 함대지 토마호크의 이동식 지대지 미사일 개량형으로 사거리 1000㎞로 알려졌다. 11월엔 사거리 3000~4000㎞ 지대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한다. INF 조약에 따라 1991년 폐기하기 전까지 사거리 2500㎞ 그리핀 크루즈 미사일을 보유한 적이 있다.
 
에스퍼 장관은 “배치 장소는 동맹국과도 논의해야 하고, 다른 검토할 요소가 많아 앞서가지 않겠다”며 “우선은 미사일 개발과 올바른 시스템을 갖추는 데 주력 중”이라고만 했다. 대신 배치할 미사일이 “INF 사거리”라고 분명히 해 북한 전역 정밀 타격은 물론 중국을 겨냥할 수 있는 중장거리(1000~5500㎞) 지대지 미사일을 아시아 동맹국에 배치할 것임을 시사했다.“중국이 반발하지 않겠느냐”에는 “그들이 보유한 미사일의 80% 이상이 INF 사거리인데 우리가 가벼운 전력을 갖겠다는 게 중국이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호주 외무, 다윈 배치 가능성에 "적대적 경쟁 누구의 이익도 아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당장 호주에서도 중국 상하이와 5000㎞ 떨어진 북부 다윈에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렀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4일 호주·미국 장관급 회의에서 이 같은 질문에 "우리는 전 세계 동맹·우방국과 함께 이 시스템을 사용할 때는 그들의 동의하에 할 것이며 각국의 주권을 존중하면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설계·개발·시험을 마치고 궁극적으로 시스템을 배치할 수 있다면 유럽이든, 아태평양이든 동맹·우방과 협의아래 배치한 지역에 분쟁을 막는 억지 태세를 제공할 것"이라며 배치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이에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은 "우리는 중국을 호주의 극도로 중요한 파트너로 보고 있고 인도·태평양이 보다 경쟁적이고 적대적이 되는 건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가장 강력한 동맹국인 미국과 핵심 파트너인 중국과 함께 협력해 안정과 안보, 번영을 추구할 것"이라고 했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한국 또는 일본에 대한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검토하느냐는 중앙일보 질의에 “배치 국가가 어디가 될지 등 미래 가능성을 추측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밝혔다. 국무부 관계자는 북핵 협상에 대한 영향을 묻는 말에 “우리는 북한의 최종적,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 달성을 위해 동맹국과 긴밀히 공조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는 “이런 움직임은 국경 가까운 어디든 미국의 무기 배치에 오랫동안 반대한 중국과 북한을 화내게 할 것”이라며 “미국이 새로운 군비경쟁을 향해 위험하게 방향을 전환한 데 동맹국들이 기겁할 가능성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한국이 사드 체계 배치 때보다 더 크게 반발할 것이고, 중국은 물론 북한도 자극한다. 따라서 북한과 핵 협상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승인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배치 가능성의 운만 띄워도 중국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에 실제 배치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얘기다.
 
미국의 전략예산평가센터(CSBA)는 최근 ‘중국을 압박하려면’이라는 보고서에서 “해안으로부터 250해리(463㎞) 안에 모여 있는 중국의 핵심 목표를 타격하려면 사거리 3000㎞의 미사일이 필요하다. (중국의 공격 범위 밖에 있지만 미사일 사정권에 드는) 일본의 규슈·오키나와, 필리핀의 루손·민다나오·팔라완에 배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이철재·박성훈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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