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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해변, 2억짜리 축구장 조명 켜자 쓰레기 사라졌다

중앙일보 2019.08.05 00:03 종합 12면 지면보기
강원도 속초시 속초해수욕장이 강원 동해안 최초로 야간 개장했다. 대형 조명시설이 생기면서 야간 수영이 가능해지자 지난달 30일 오후 8시가 넘은 시간까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강원도 속초시 속초해수욕장이 강원 동해안 최초로 야간 개장했다. 대형 조명시설이 생기면서 야간 수영이 가능해지자 지난달 30일 오후 8시가 넘은 시간까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축구장에서 쓰는 대형 조명시설을 해변에 설치하니 피서철마다 모래사장을 뒤덮던 쓰레기가 싹 사라졌습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강원도 속초해수욕장에서 만난 박찬욱(44·서울 신길동)씨는 “해변을 환하게 비추는 조명 덕분에 늦은 시간까지 수영할 수 있어 좋다”며 이렇게 말했다.
 

첫 야간 개장, 새벽까지 불밝혀
음주·흡연 피서객도 크게 줄어

이날 속초해수욕장은 해가 저물고 주변이 어두워졌지만 수많은 피서객이 바다에 들어가 물놀이를 즐겼다. 해변 앞을 지나는 유람선에서 쏘아 올린 폭죽이 터지자 곳곳에서 탄성이 나왔다.
 
속초해수욕장이 야간 개장했다. 야간 개장은 강원도 동해안 92개 해수욕장 가운데 처음이다. 운영 기간은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10일까지다. 야간 수영 가능 시간은 오후 9시다. 속초해수욕장에서 야간 수영이 가능해진 건 고성능 LED 조명시설 덕분이다. 속초시는 지난 5월 13개의 LED 조명이 설치된 조명탑 2기를 해변 중심부에 설치했다. 1기당 가격은 1억원이다.
 
일각에선 넓은 바다에서 야간에 수영이 가능해진 만큼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속초시는 야간 수영 허용구역을 150m 구간으로 정했다. 모래사장에서 30m를 수영경계선으로 정한 뒤 야광으로 된 안전 부표를 설치하고 안전요원 50여 명을 배치했다. 해양경찰 구조정 1대와 수상 오토바이도 수영경계선 인근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노성호 속초시 해양레저관광계장은 “축구장이나 야구장에서 쓰는 조명시설을 설치하면서 모래사장부터 바닷가까지 150m 구간이 환해졌고 안전사고는 아직 한건도 없었다”며 “해변이 밝아지니 쓰레기와 음주·흡연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동해안 해수욕장은 피서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몸살을 앓아왔다. 속초해수욕장 역시 지난해 개장 기간(45일)에 155t의 쓰레기가 발생했다. 하루 평균 3.4t이다. 하지만 올해는 개장한 지난달 5일부터 30일까지 26일간 발생량이 44t에 불과하다. 하루 평균 1.7t으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다. 속초시는 조명을 새벽까지 켜놓은 것이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속초시는 해수욕장 개장 이후 오전 4시까지 조명을 켜놓고 있다.
 
조명 설치 후 자정이 가까운 시간 속초해수욕장에서는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피서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부분 가족 단위 피서객들이 사진을 찍으며 즐겁게 지냈다. 모래사장에서 쓰레기를 보기도 어려웠다. 야간 개장 소식에 경남 거제시에서 가족과 함께 피서를 온 구현수(47)씨는 “밤에 바닷가에 나오면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게 할 때가 많았는데 조명이 큰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8년가량 해변 청소를 해온 홍영복(67·여)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아침에 청소하러 나오면 해변에 소주병·맥주캔 등이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올해는 소주병은 한두개 보이는 것이 전부다”라고 말했다.
 
속초=글·사진 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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