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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엔당 1129원…엔 강세, 수입업체·유학생 부담 커진다

중앙일보 2019.08.05 00:02 종합 15면 지면보기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며 한일 간 마찰이 이어진 4일 인천국제공항 한 국내 항공사 카운터가 일본행 항공기 탑승수속시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며 한일 간 마찰이 이어진 4일 인천국제공항 한 국내 항공사 카운터가 일본행 항공기 탑승수속시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원·엔 환율이 3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미·중 무역갈등 격화와 일본의 수출 규제,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 완화 등이 겹쳐지며 엔화가치가 오르고 원화 값이 떨어진 영향이다.
 

7월 58원 치솟아 37개월 만에 최고
‘불매’ 여파 일본관광 더 감소할듯
뉴욕 역외시장선 달러당 1203원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129.43원까지 치솟았다. 2016년 6월28일(1139.67원)이후 약 3년1개월 만에 최고치다. 올 초 이후 지난 2일까지 엔화 값은 100엔당 114.38원이나 올랐다. 
 
일본의 수출 규제 방침이 알려진 지난달 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엔화 값은 100엔당 58.1원 상승했다. 올해 상승분의 절반가량이 지난 한 달간 오른 셈이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업체나 유학생·여행객 등의 부담이 그만큼 커지게 됐다.
 
미국 달러나 중국 위안화와 달리 일본 엔화는 원화와 시장에서 직접 거래되지 않는다. 때문에 재정환율을 사용한다. 재정환율은 시장에서 서로 직거래 되지 않는 통화간 환율을 달러(혹은 다른 통화) 대비 가격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산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0원이고 국제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엔이라면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00원이 되는 식이다. 때문에 원·엔 환율은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엔화 가치가 오르면 원·엔 환율은 급등한다. 최근 외환 시장 흐름이 딱 이렇다. 지난 1월 이후 2일까지 달러대비 엔화가치는 2.29% 올랐지만 원화가치는 6.85% 하락했다.
37개월만에 가장 높게 오른 원·엔 환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37개월만에 가장 높게 오른 원·엔 환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엔화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금융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면 몸값이 오른다. 미·중 무역분쟁 등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엔화 값은 올랐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하 등으로 인해 미 국채 수익률이 떨어지며 엔화 강세는 계속됐다. 
 
특히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부터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히면서 엔화 값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엔화는 내외 금리차에 민감한 통화”라며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 커지며 미 국채 금리가 지난 5월 이후 급락하자 엔화 가치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엔화의 몸값이 올라가는 데 비해 원화가치는 미끄러지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 격화에 일본의 백색국가 배제, 북한의 도발 등이 겹친 영향이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값은 전날보다 9.5원 낮은 달러당 1198원에 거래를 마치며 2년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어 지난 2일(현지시간)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화가치는 달러당 1203.85원까지 내려갔다. 전 거래일보다 9.33원 떨어졌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기준 원화가치가 달러당 1250원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되는 상황에서 엔화 강세가 당분간 이어지며 원·엔 환율은 더 오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미 Fed의 추가 인하 가능성 등으로 인해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원·엔 환율이 안정을 찾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엔화 강세에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보이콧 재팬’ 운동 등이 맞물리며 일본을 찾은 여행객이 줄어들며 시중의 엔화 수요도 줄어들었다. 지난달 4대 시중은행(신한, KB국민, 우리, 하나)의 엔화 환전액(약 2억4100만달러)은 1년 전(2억5800만 달러)보다 약 6.5% 감소했다. 지난달 중순 이후 ‘보이콧 재팬’ 운동이 본격화한 만큼 이번 달 엔화 환전액은 더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하현옥·정용환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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