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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옥수수 수염차 마시고 싶어”

중앙일보 2019.08.05 00:02 종합 18면 지면보기
지난 2일 실종 열흘 만에 무심천 발원지에서 920m 떨어진 충북 보은군 회인면의 한 야산에서 구조된 조은누리(14)양이 들것에 실려 충북대병원 응급실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지난 2일 실종 열흘 만에 무심천 발원지에서 920m 떨어진 충북 보은군 회인면의 한 야산에서 구조된 조은누리(14)양이 들것에 실려 충북대병원 응급실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아빠, 옥수수 수염차가 마시고 싶어요.”
 

기적 생환 조은누리 빠르게 회복
가족 보자마자 마실것부터 찾아
조양 발견 군견 , 특진 요청 쇄도

지난 2일 실종 열흘 만에 기적적으로 생환한 조은누리(14)양이 충북대병원 응급실에서 가족을 만나 처음으로 한 얘기다. 조양의 아버지 조한신(49)씨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은누리가 탈수 증상이 심했는지 가족을 보자마자 옥수수 수염차를 마시고 싶다고 말했다”며 “평소 물이나 음료를 마시는 걸 즐기는 아이인데 산속에서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해서 탈수 증상이 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양은 실종 11일째인 2일 오후 2시40분쯤 충북 보은군 회인면 신문리 산 35번지에서 발견됐다. 조양은 발견 당시 수색대가 건네준 500ml 생수 5병을 한꺼번에 마셨다고 한다. 조양을 발견한 32사단 기동대대 소속 박상진(44) 원사는 “은누리가 마른 계곡의 바위틈에서 몸을 피하고 있었고, 이름을 부르며 어깨를 두드리자 ‘네’하고 대답을 했다”며 “조양의 이 사이에 흙이 잔뜩 끼어있어 손으로 닦아줬다. 땅에 흐르는 물을 마시려고 애를 쓴 흔적 같아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충북대병원 일반병실로 옮긴 조양은 가족들과 대화할 정도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조양의 아버지는 “주사를 맞을 때 아프다고 엄살도 부리고 대화도 가능한 상태”라며 “경찰 등 수색대를 비롯한 지역사회 모든 구성원이 도와줬기 때문에 찾을 수 있었다. 딸을 건강하고 예쁘게 잘 키우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조양이 산 중에서 열흘 동안 버틸 수 있었던 요인으로 지형적 요인과 장맛비, 평소 꾸준한 체력관리 등을 꼽았다.  
 
신희웅 청주 상당경찰서장은 “주변에 계곡이 있고, 다행히 많은 비가 내리면서 수시로 수분이 공급돼 생존이 가능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박연수 전 충북산악구조대장은 “조양이 바위틈에 머물면서 비를 피하고 주변에 있던 낙엽을 덮어 저체온증을 이겨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양은 소년장애인체전 수영 200m 종목에서 2위를 할 만큼 운동을 잘하고 건강이 좋았다고 한다.
 
군견 ‘달관’. [연합뉴스]

군견 ‘달관’. [연합뉴스]

이번 수색작업에서 조양을 맨 처음 발견한 일등공신은 군견 ‘달관’이다. 달관이는 7년생 셰퍼드로 육군 32사단 기동대대 소속이다.
 
박 원사는 “달관이는 정찰견으로 은거 중인 적을 식별해내는 역할을 한다”며 “굉장히 똑똑한 군견”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달관이는 2014년 2월 강원도 육군부대로 이송되던 중 실종돼 중부고속도로 증평나들목 인근 야산에서 하루 만에 생포된 ‘탈영견’ 전력이 있기도 하다.
 
인터넷에선 조양을 찾아낸 공로를 인정해 달관이를 일계급 특진시켜달라는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군견은 계급이 없어 달관이의 일계급 특진은 불가능하다는 게 군 당국 입장이다.  
 
달관이가 훈장을 받을 가능성도 작다. 그간 무공훈장을 받은 군견은 1968년 북한 무장공비들이 청와대 습격을 시도한 1·21 사태 때 공을 세운 ‘린틴’과 1990년 제4땅굴 작전 때 대원 생명을 구한 ‘헌트’ 두 마리뿐이다.  
 
다만 표창장이나 사료 보상을 받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 32사단 관계자는 “달관이의 공적을 높이 평가하고 포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특식을 주는 방안은 제한적이다. 박 원사는 “군견은 하루에 아침, 저녁 두끼 700g의 전용 사료만 먹는다. 그 이상 먹으면 살이 쪄서 임무 수행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청주=최종권·신진호·박진호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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