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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불법화 탓에 성범죄 증가" 정부 학술지 논문 논란

중앙일보 2019.08.04 10:05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인 2005년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위치한 이른바 '미아리 텍사스촌' 일대를 순찰하고 있는 경찰. [중앙포토]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인 2005년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위치한 이른바 '미아리 텍사스촌' 일대를 순찰하고 있는 경찰. [중앙포토]

한국형사정책연구원(형정원)에서 발간하는 학술지에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인한 성매매의 불법화로 성폭력 발생률이 높아졌다”는 내용의 논문이 실려 논란이 일고 있다. 여성계 등은 잘못된 인과관계를 전제로 한 연구논문이 정부기관 학술지에 게재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신고율 증가 변수 고려 안했다" 반박

 

"성욕 해소 어려워져 성범죄 늘었다" 주장

4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정원이 지난달 25일 발간한 학술지 ‘형사정책연구’ 여름호에 ‘성폭력 원인에 대한 사회·경제적 분석’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실렸다. 김상권 한라대 경영학과 교수가 ‘인간은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성욕을 해소한다’는 가정을 세우고 이를 통계적으로 입증하려고 한 논문이다.

 
이 논문에서 분석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성폭력 발생건수는 2004년 이후부터 빠르게 증가한다. 2004년은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해다. 1998년 5976건이었던 성폭력 발생건수는 2004년 6937건으로 늘어 6년간 16.1%의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2010년의 성폭력 발생건수는 1만1908건에 달해 2004년 이후 6년간 71.7%가 증가했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의 성폭력 범죄 증가 속도가 이전보다 약 4배가량 빠른 셈이다. 
 

논문 작성자 "진화론으로 접근해야 문제 해결돼"

김 교수는 또 배우자가 있는 남성의 비율과 성폭력 범죄 발생 건수를 지역별로 비교했다. 그는 논문을 통해 “통계적으로 배우자가 있는 남성이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성폭력이 상대적으로 적게 발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배우자가 있으면 그 관계를 통해 성욕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진화심리학적으로 인간에게는 아직 동물적 습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남성은 본능적 욕구에 따라 행동한다”며 “성매매가 금지되면서 쉬운 방법으로 욕구를 해소할 방법이 없어지자 성폭력 범죄율이 늘어난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 김 교수는 “성범죄가 가부장적 문화 때문이라는 여성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있겠지만 현실을 인정해야 성폭력 증가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일러스트 김회룡]

[일러스트 김회룡]

여성계 "국책 연구기관에 실릴 논문 아냐" 

형정원은 범죄 및 형사정책 분야에 있어 유일한 국책연구기관이다. 정부 출연금으로 운영되며 분기마다 학술지를 발간하고 있다. 논문이 투고되면 내부 위원회에서 관련 분야의 전문가 3명을 골라 심사를 의뢰하고 의견을 듣는다. 그 후에 외부 전문가들의 심사 결과에 대해 내부 논의를 거쳐 게재 여부를 결정한다. 김 교수가 작성한 논문 역시 이러한 절차를 통과했다.
 
여성계는 김 교수의 논문에 대해 “통계를 끼워 맞춰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성폭력 범죄 건수가 증가한 데에는 사회적 환경의 변화 등 수치로 측정하기 어려운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고 본다. 실제 2004년부터 성폭력 건수의 증가 추세가 가파르다고 해도 성매매 금지와는 관계없다는 것이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폭력의 원인이 남성의 성욕 때문이라는 인과관계 자체가 분명하지 않은데도 남성의 성욕을 통계적 수치로 포장해 정당화하려고 한 연구다”며 “국책연구기관인 형정원이 이런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했다는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고 비판했다. 
 

"신고율 등 변수 고려 안 했기 때문에 오류"

박선영 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성폭력 피해를 신고하는 여성이 늘면서 통계로 드러나는 성폭력 범죄 건수가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성폭력의 특성상 과거에는 신고가 이뤄지지 않아 드러나지 않은 범죄가 많았을 것이라는 의미다.

 
장다혜 형정원 부연구위원은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고 2,3년 정도만 단속이 제대로 이뤄졌고 그 이후에는 다시 성매매가 늘어났다”며 “단순히 성매매 금지가 아니라 단속이 얼마나 이뤄졌는지를 산출한 뒤 성폭력 건수와 비교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이어 그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통제해야 하는 수많은 변수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결과다”고 덧붙였다.

 
한편 성폭행 관련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여성이 성폭행 피해를 봤다고 인식하는 범위가 1990년대 중반부터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며 “피해자의 신고율이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범죄 통계만을 가지고 분석한다면 잘못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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