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올해 자사고 평가 일단락…고교체제 개편 ‘후퇴’ 비판도

중앙일보 2019.08.04 05:00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회원들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 폐지 규탄 및 유은혜 교육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회원들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 폐지 규탄 및 유은혜 교육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올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평가가 일단락된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고교체제 개편이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상산고(전북)·민사고(강원)·하나고(서울) 등 실제 우수한 학생이 선호하는 전국단위 자사고가 모두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이들을 포함해 올해 시·도교육청 평가를 통과한 자사고 13곳은 내년부터 2024년까지 자사고로 운영된다. 또 내년도 평가에서 재지정 되는 학교들은 2021년부터 5년간 지위를 유지한다. 현 정부가 2025년부터 전면도입 예정인 고교학점제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4일 교육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현재 총 3단계로 고교체제 개편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말부터 시·도교육청별로 실시한 재지정평가는 이 중 2단계에 해당된다. 공정하고 엄정한 운영성과 평가를 통해 자사고를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고, 이들 학교를 행·재정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1단계(2017∼2019년)는 고교 입시제도 개선, 3단계(2020년 이후)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고교 체제 개편이다.
 
하지만 1·2단계 모두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1단계에서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 외고·자사고와 일반고의 입시시기를 일원화하고, 이중지원을 못 하게 했다. 이들 학교에서 우수학생을 먼저 선발해 일반고가 황폐화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4월 헌법재판소가 ‘이중지원 금지’ 조항에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정책 추진에 차질이 빚어졌다.
전국 자사고 지정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전국 자사고 지정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평가를 통한 단계적 전환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상위권 학생의 진학률이 높은 전국 자사고가 모두 지위를 유지하게 돼서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과 교육단체는 “교육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를 일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한 전환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내년 하반기 사회적 합의를 통한 고교 체제 개편도 결실을 볼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교육부는 당초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이후 고교 체제 개편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명시된 자사고의 법적 근거를 삭제할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해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가 사회적 갈등만 키우고 사실상 실패하면서 이런 방식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많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정부가 계획했던 3단계 고교체제 개편은 사실상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정부가 교육정책의 목표와 방향을 확실히 세우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서울과 부산 지역 자사고 10곳의 지정취소에 동의한다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서울과 부산 지역 자사고 10곳의 지정취소에 동의한다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정부의 고교교육 혁신이 동력을 잃었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가 특목·자사고와 일반고로 분리된 현 체제를 정비하려고 했던 가장 큰 이유는 고교학점제 때문이다. 2025년 고교 1학년부터 도입되는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수업을 선택해 듣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전과목 내신을 절대평가 하기 때문에 현재처럼 고교 유형이 분리된 상태에서는 운영이 어렵다. 상대평가로 인한 불이익 사라져 외고·자사고로 학생이 쏠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정부의 교육정책 개편이 큰 그림 없이 제각각 이뤄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의 한 사립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 서열화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고교 체제만 개편해서는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대입과 고교 정책을 함께 아우르는 종합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