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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업 급성장 무서웠나···수출로 먹고사는 일본의 자충수

중앙일보 2019.08.03 12:50
일본 정부가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대상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이런 일본의 수출 규제 확대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산업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주말 PICK]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ㆍ일 양국의 상호 무역규모는 지난 1965년 수교를 맺을 당시 2억달러에서 2018년 851억달러로 연평균 12.1% 성장했다. 한국의 대일(對日) 수출은 1965년 4000만 달러에서 2018년 305억달러로 연평균 13.1% 증가했으며, 대일 수입은 1965년 1억7000만 달러에서 2018년 546억달러로 연평균 11.3% 늘었다. 
대일 연도별 수출입 실적.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대일 연도별 수출입 실적.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 같은 가파른 무역 규모 증가세 속에서 양국은 서로에 중요한 교역국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을 기준으로 볼 때 일본은 지난해 기준으로 제5위 수출국이며 제3위 수입국이다. 일본을 기준으로 볼 때도 한국은 일본의 제3위 수출국이자 제5위 수입국이다. 특히 일본은 수교 이후 한국과의 무역에서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이 기간 일본의 한국에 대한 무역흑자 누적액은 총 6045억 달러에 이른다.
 
현재 일본의 대외교역 상황도 그다지 좋지 않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5월 일본의 수출은 9.4% 하락했다. 제조업지수인 구매관리자지수(PMI. 50 미만이면 경기가 위축 국면임을 뜻함)는 49.6으로 기준선인 50에 못 미쳤다.  
 
이 점을 고려하면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일본은 핵심 수출국과의 관계를 악화하는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역시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상당수의 제품을 한국으로 보내고 있는 만큼 한국 수출길이 막히면 일본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의 주요 언론들이 “일본 기업이 받을 부작용이 커서 장기적으로 볼 때 불이익이 크다”, “한국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는 일본 기업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이런 점에서 일본의 이번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는 각종 산업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한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19년 이후는 IMF의 예측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019년 이후는 IMF의 예측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000년대 우리 기업의 정보기술(IT)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삼성ㆍLG전자의 반도체ㆍ디스플레이ㆍTVㆍ휴대전화 등은 일본을 앞선다. 일본기업의 ‘제자’ 정도로 취급받던 포스코ㆍ현대중공업 등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철강ㆍ조선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차와 SK 등도 자동차ㆍ석유화학 분야에서 일본이 얕잡아볼 수 없는 글로벌 메이커가 됐다. 산업 전체로 보면 우리가 일본을 추월한 분야보다는 여전히 따라잡아야 할 분야가 더 많긴 하지만, 해당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들은 핵심 역량을 키우며 일본을 위협하고 있다.
 
평균적인 경제 규모와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인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도 한국은 일본을 추격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일본의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넘은 1981년, 한국은 1870달러로 일본의 18%에 불과했다. 1986년에는 이 비율이 16.4%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이후 한국은 꾸준히 격차를 좁혀나가더니 2000년대 들어 이 비율은 50%를 넘어섰고, 지난해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1346 달러로 일본(3만9306달러)의 79.7%까지 따라왔다.
 
올해는 한국이 3만1937달러, 일본이 4만1021달러로 이 비율이 77.9%로 낮아진 뒤 당분간 하락세가 예상된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의 4분의 1에도 못 미쳤던 점을 감안하면, 일본으로서는 한국의 성장이 '눈엣가시'가 될 수밖에 없다.
 
하태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원장은 지난 1일 ‘글로벌 산업 패권 전쟁과 한국의 기술주도권 강화방안’ 세미나에서 일본이 무역 제재를 촉발한 원인이 ‘경쟁국에 대한 전방위적 견제’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국가경쟁력 평가 순위에서 올해 한국이 세계 28위로, 일본(30위)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한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GDP의 경우 2000년에는 일본이 우리의 3배 이상이었지만 작년에는 격차가 8000달러 수준으로 좁혀졌다”며 “첨단기술 분야 수출액은 2017년 한국이 일본보다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 부원장은 이어 “일본은 한일 간 국가경쟁력 격차 수렴을 차단하기 위해 장기적ㆍ전략적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 이번 한일 갈등은 첨단 산업의 주도권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산업이 비메모리 산업 육성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면 일본은 물론 미국마저도 국내 반도체 산업을 견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러한 측면에서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향후 반도체 사업에서 한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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