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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폼페이오·고노에 지소미아 재검토 가능성 전달"

중앙일보 2019.08.03 12:00
일본의 화이트 국가 결정 직후 태국 방콕에서 이뤄진 한ㆍ미ㆍ일 외교장관회담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한ㆍ일 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재검토 가능성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에게 전달했다고 2일 외교부 고위 당국자가 전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 “폼페이오, 즉답 안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현지시간)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외교장관회담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스1]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현지시간)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외교장관회담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스1]

고위 당국자는 이날 오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열린 3국 외교장관회담에서 강 장관이 “지소미아는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로서는 모든 것을 테이블에 올리고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이야기한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각의 결정을 내린지6시30분만에 열린 회담에서 미국과 일본 측에 직접 지소미아와 관련된 정부 입장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폼페이오 장관의 반응을 묻자 이 당국자는 “무언이라고 하면 상당히 엄중한 반응으로 해석이 되느냐. 그에 대해서 폼페이오 장관의 즉답은 없었다”고 소개했다. 미국은 그간 한ㆍ일 갈등 국면에서도 지소미아는 연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8월24일이 결정 시한인데, 정부는 일본이 안보를 이유로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한 만큼 안보 협력의 실질적 수단인 지소미아를 유지할지 여부도 신중하게 볼 수밖에 없어졌다는 입장이다.

“美, 日 결정 막으려 전날 밤까지 분주히 움직여”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 미국도 국무부 장관뿐 아니라 장관 밑의 당국자들, 백악관 안보실 등 여러 사람이 움직이는 외교 전선이다. 이번에 미국이 일본의 화이트 국가 결정 전날 밤까지 (이를 막기 위해)분주하게움직였다”고도 전했다. 또 “(일본의)결정이 내려지면 한ㆍ일관계가 더 어려워진다는 생각에 미국도 정말 열심히 움직였다. 한ㆍ미가 긴밀히 협의하면서 미국이 일본에 하는 이야기도 잘 전해듣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강 장관은 일본의 결정 전날 밤 갈라 환영 만찬에 참석해 선 채로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와 20분 가량 대화를 나눴는데, 이와 관련한 논의였다고 한다. 강 장관이 한ㆍ미ㆍ일 외교장관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끝까지 대화로 문제를 풀자는 이야기를 전했고, 미국도 같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상황이 이렇게 돼 정말 유갑스럽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日 “美 우려 없었다” 부인에 “우려 안 했다면 오히려 이상”  

강 장관이 한ㆍ미ㆍ일 외교장관회담 뒤 “미국도 이런 상황에 대해 많은 우려를 갖고 있다”고 한 것을 일본 외무성이 “폼페이오 장관은 양국이 협력해서 앞으로 나아갈 것을 촉구한다고 했을 뿐, 우려를 표명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한 데 대해 고위 당국자는 “일본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우려 표명이 없었다고 하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명시적으로 이렇게 겉으로 나타나게 중재를 한다는 건 미국으로서 상당히 부담스럽지만, 일본의 결정으로 서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미국이 뭘 할 수 있는지 할 수 있는 바를 다 하겠다는 이야기였다”면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맨 뒷줄 오른쪽 두번째)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맨 앞줄 왼쪽 두번째), 고노 다로 일본 외상(둘째줄 왼쪽 두번째) 등이 2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기념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맨 뒷줄 오른쪽 두번째)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맨 앞줄 왼쪽 두번째), 고노 다로 일본 외상(둘째줄 왼쪽 두번째) 등이 2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기념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휴전 합의(standstill agreement) 제안을 일본 측이 거부한 배경을 고노 외상이 설명했느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고노 외상은 ‘이것은 경제산업성의 일이지 외무성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만 했다. 그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이 갈라 만찬장으로 이동하던 중 고노 외상과 긴한 이야기를 하는 듯한 장면이 포착된 데 대해 고위 당국자는 “귓속말은 귓속말이다”라고 웃어넘기며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강 장관은 고노 외상이 혹시 외무성 본부로부터 화이트 국가 결정과 관련해 새로운 훈령을 받은 것이 있는지, 교감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수시로 그에게 다가가 이를 확인했다고 한다.
이 당국자는 “이미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이 비우호적인 보복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몇 배 더 증가했고, 냉각기가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내부적으로 전략적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北, 실무협상 전 미사일 완성도 높이려는 듯”

 이번 ARF에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불참하고, 북한이 단거리 탄도 미사일 도발을 하며 북ㆍ미 간 실무협상이 시작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이 당국자는 “결국은 북한이 준비가 안 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일단 회담에 나오면 시험발사를 하기 어려우니 그 전에 해서 신형 단거리 미사일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려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주 쿨하게 생각하면 그런 해석도 가능할 거 같다. 하지만 정상 간에 실무회담에 합의한 만큼 조만간 북한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낙관했다.
방콕=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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