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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잠’ 깨운 김정은 도발…대미 협상력 강화 노림수

중앙선데이 2019.08.03 00:21 647호 11면 지면보기
북한이 2일 또다시 동해 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두 발을 발사했다. 이번엔 오전 2시 59분과 3시 23분쯤 함경남도 영흥 인근에서였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단거리 발사체 고도는 약 25㎞, 최대 비행속도는 마하 6.9, 추정 비행거리는 220여㎞로 탐지됐다”고 공개했다. 이번 발사는 올해 들어 다섯 번째로 지난 6월 30일 북·미 정상의 판문점 전격 회동 이후로는 세 번째다.
 

북한 최근 일주일 새 세 번째 발사
청와대,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북, 신형 무기 체계 완성 목적도
트럼프 “단거리는 아무 문제 없다”

이번 발사로 지난해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약속은 깨졌다. 당시 김 위원장은 “우리 때문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하시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대통령께서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내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발사 소식을 국가위기관리센터를 통해 새벽에 즉각 보고받았고 관계 부처 장관회의 직후에도 상세한 사항을 보고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청와대는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1시간 30분 동안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관계 부처 장관회의를 열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제원 분석 결과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며 “한·미 당국은 이번 발사체가 지난달 31일 발사한 것과 유사한 비행 특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지난달 31일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를 발사했다며 사진까지 공개했지만,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란 기존의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 군 당국자도 이날 “정확한 정보를 탐지해 평가 결과를 국민에게 알려왔다”며 “군의 발표를 신뢰해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어떤 형태의 탄도미사일 발사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임에도 불구하고 한·미는 일단 대북 협상 기조를 재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발사 소식이 알려진 뒤 “단거리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약 일주일새 세 번째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김 위원장이 당신을 시험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나는 상황이 잘 관리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단거리 미사일을 결코 논의한 적이 없으며 핵을 논의했다. 수많은 다른 나라들도 그런 종류의 미사일을 시험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뒤에도 “다들 하는 작은 것들(smaller ones)을 시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 대변인도 “관계 장관들은 북한이 또다시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며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런 행위를 중단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고만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이 끝날 때까지는 미국과 (실무) 협상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이 기간에 신형 무기를 선보이면서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중앙SUNDAY에 “협상력 강화를 위한 대미·대남 도발일 수 있지만, 신형 무기 체계를 완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연이어 시험 발사하는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정용수·이철재 기자,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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