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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물이라더니 '맹물 아파트'…승강기 3년간 800건 고장도

중앙선데이 2019.08.03 00:21 647호 14면 지면보기
2017년 3월 부산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에 아파트형 명품 테라스하우스가 들어선다는 분양 공고가 떴다. 16개 모든 동이 4층의 저층으로 들어서며, 마감재 등은 최고급 품질로 시공한다는 광고로 눈길을 끌었다. 222가구 모집에 1만9000명(86대 1)이 몰려 높은 청약률로 화제가 됐다. 분양 당시 전용면적 84㎡ 기준 4억원이 넘는 높은 분양가를 기록했음에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부동산 경기 침체라는 시장 상황에도 조기 분양됐다.
 

‘하자’로 몸살 앓는 아파트공화국
곳곳서 물 뚝뚝, 총체적 부실 의혹
계약금 수천만원 날리고 입주 포기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도 갈등
집값 떨어질까 쉬쉬하는 분위기

작년 접수 3800건, 1700건만 인정
판정 기준 모호하고 처벌 솜방망이

하지만 지난해 10월 초 입주 예정자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누수가 발생해 곰팡이가 피고 문틀과 바닥의 수평조차 맞지 않는 등 각종 하자가 사전 점검 때 발견됐다. 한 입주민은 “공을 놔두면 저절로 움직일 정도였다”고 말했다. 지하주차장과 건물 외벽 일부의 균열로 인한 누수도 확인됐다. 옥상 조경 부분에서 방수처리가 잘 안 된 탓인지 물이 샜다는 것이다. 엘리베이터 바닥에는 물이 고였는데, 수분이 증발하자 흰색 가루가 남았다. 성분 검사를 해 보니 염화나트륨 성분(소금기)이 나왔다고 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전국이 아파트 천지이다 보니 하자 보수를 놓고 주민들과 시공사 간 갈등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주민과 시공사 간 갈등이 커짐에 따라 조정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하는 사례가 매년 3000~4000여건 정도다. 지난 5년 동안 1만7700여 건에 달한다.
 
부산 아파트의 입주예정자 중 상당수는 총체적 부실시공이라고 판단해 분양 계약을 취소했다. 한 입주민은 “계약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152가구가 4000만~5000만원에 이르는 계약금을 손해 보고 입주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입주자들은 부실시공을 한 건설사의 책임뿐 아니라 사용 승인을 내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을 성토하고 있다. 사전 점검 때 발견된 하자가 다 보수되지 않았는데도 서둘러 승인했다는 것이 불만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정한 아파트표준공급계약 약관에 따르면 입주예정일로부터 3개월을 초과해 입주가 지연되면 입주예정자들이 손해 없이 분양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돼 있다. 주민들은 경제자유구역청이 시공사를 배려해 하자보수가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준공 승인을 했다고 주장한다. 입주민들은 건설사를 상대로 하자 보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한 입주민은 “오죽 하자가 심했으면 수 천만원을 날리면서까지 입주를 포기했겠느냐”며 “명품 아파트라는 건설사의 선전에 울화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입주한 서울 강남권의 최고급 아파트 단지에서도 최근 하자 문제로 입주민과 건설사 간 갈등이 불거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아파트 단지 전문에는 ‘공사비는 최고, 품질은 최하’ ‘알고 보니 부실공사’ 등의 문구가 새겨진 대형 현수막이 나붙었다. 대기업 건설사가 시공한 아파트 단지인데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25억 원대로 거래된다. 아파트 단지를 찾은 취재진에게 입주민들은 선뜻 아파트 하자에 관해 얘기하기를 꺼리는 분위기였다. 어렵게 한 입주민이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강남에 있는 최고급 아파트인데 하자가 많다는 얘기가 시중에 퍼져봤자 집값만 내려가고 이미지만 안 좋아질 게 뻔해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또 얼마 전 언론 등에서 우리 아파트 부실 공사 문제를 크게 다룬 후 시공사 측이 뒤늦게 보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더라.”
 
시공사 측은 “입주민들이 제기한 하자 보수는 98% 이상 완료한 상태”라며 “향후에도 하자 문제는 적극적으로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부실시공을 성토하는 현수막은 철거한 상태다. 입주민들은 “시공사 측 대응이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해당 현수막을 다시 내걸 생각도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그나마 강남 한복판에서 대기업 건설사가 시공한 최고급 브랜드 아파트 정도 되다 보니 발 빠르게 하자 보수가 이뤄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반면 경기도 하남 위례신도시에 있는 한 아파트는 입주한 지 만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하자보수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이 아파트에서는 11개 동에서 총 800여 건의 엘리베이터 고장이 발생했다. 사람이 갇히는 사고만 해도 40건이 넘었다. 엘리베이터 점검을 한 지 불과 10분 후에 고장이 난 경우도 있었다.
 
지난 6월 중순 입주민 강동현(34)씨 등 3명은 지하 3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버튼이 작동하지 않았다. 10분 정도 갇혀 있던 강씨 등은 엘리베이터가 순식간에 24층까지 올라간 후 몇 차례 출렁이자 공포에 떨었다. 강씨는 “엘리베이터 관리 업체 측이 긴급 출동해 빠져나오기 전까지 추락할까 봐 벌벌 떨어야 했다”고 말했다. 주민 강은수(59)씨는 “혼자서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한다”며 “폐쇄공포증이 생겨 가슴이 갑갑하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주민 김미라(49)씨는 “아이가 엘리베이터가 자주 흔들린다고 이야기해 겁이 난다”고 했다.
 
고장 원인은 아직도 파악 중이다. 지난달 말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 긴급 점검을 했고 이에 앞서 7월 초에 시공사 측은 고장 빈도가 잦은 엘리베이터 두 대의 부품을 교체했다. 주민들은 “긴급점검을 앞두고 시공사 측이 뒤늦게 수리를 한 것”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공단의 점검 결과는 8월 중순께 나온다고 한다. 한편 주민들은 국토부 하자심사 분쟁 조정위원회에 이 문제에 대한 조정 신청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조정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한 접수 건수 3800여 건 중 최종 하자 판정을 받은 건수는 1700여 건이었다. 아파트 하자로 인한 분쟁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지난 6월 대책을 발표했다. 입주자 사전 방문제도를 법제화하고 부실시공 업체에 대한 감리를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다. 하지만 입주민, 시공사, 행정 관청마다 하자에 대한 기준이 조금씩 다른 데다, 부실시공에 대한 강력한 행정 조치가 모호해 실효성이 적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성표 기자, 정미리 인턴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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