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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파묻은 아내…마성의 심리스릴러

중앙선데이 2019.08.03 00:21 647호 20면 지면보기
썸씽 인 더 워터

썸씽 인 더 워터

썸씽 인 더 워터
캐서린 스테드먼 지음
전행선 옮김
아르테
 
누구든 해본 적 있을 것이다. 검은돈이 든 가방을 주워 부자가 되는 상상을. 물론 복권 당첨자들의 불행한 사연 열전을 떠올리며 ‘신포도’에 입맛만 다시는 게 고작이다. 그런데 이 상상을 보다 발칙하게 확장시킨 신간 『썸씽 인 더 워터』는 ‘신포도’에서 ‘꿀잼’이 흐른다.
 
영화 ‘어바웃 타임’의 배우 캐서린 스테드먼이 써서 지난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했다. 남편의 시체를 암매장하는 삽질의 고통을 생생히 묘사하며 시작하는 이 책이 더욱 흥미로운 이유는 올여름 매일같이 가십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전남편 토막살해범 고유정 탓이다. 평범해 보이는 여자가 태연하게 범죄 은폐 행각을 벌일 수 있는 심리가 퍽 궁금하던 차다.
 
500쪽 두툼한 분량을 일단 손에 잡으면 놓기 힘든 마성의 심리 스릴러다. 신혼여행에서 갓 돌아온 젊은 아내 에린이 사랑하는 남편 마크를 숲속에 파묻고 알리바이를 조작하는 자신을 합리화하기까지, 스스로의 의지로 취한 행동과 그로 인한 불안심리에 대한 깨알 묘사의 향연 중에 어느새 에린의 심리에 완전몰입해 페이지를 계속 넘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취한 행동이 너무도 누구나 그럴 법하다. 결혼 직전 새신랑이 갑자기 실직하고, 경제불황 탓에 재취업도 요원한 상태에서 눈앞에 나타난 검은돈. 태어날 아이와 평온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조금씩 욕심을 낸 선택의 연속이었을 뿐인 것이다.
 
100만 달러의 현금과 한 줌의 다이아몬드, 정체불명의 암호로 가득 찬 USB 거래까지, 그녀가 적당한 선에서 욕심과 호기심을 멈췄다면 어땠을까 안타깝기까지 하다. 하긴 나라도 눈앞에 놓인 판도라의 상자를 외면하긴 힘들었겠다.
 
에린을 쫓아가다 보면 열대야를 견디기 좋다. 바다 한복판에서 돈 가방을 건져 올린 행위를 은폐한다는 것이 상상 이상으로 힘든 일이라는 사실에 뒷목이 서늘해진다. 물샐틈없이 디지털화된 세상 탓만 할 수 있을까. 애초에 나를 디지털정보의 바다에 빠트린 건 내 안의 욕망이었을 테니.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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