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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이 장악한 무기시장, 가격 경쟁력으로 뚫는다

중앙선데이 2019.08.03 00:02 647호 8면 지면보기

수출 효자 방위산업 

한국전쟁이 발발할 당시 국군이 갖춘 장비는 보잘것없었다. 미군이 넘겨준 M1 개런드·카빈 소총에 105㎜ M3 곡사포가 주력이었다. 기갑장비로는 37㎜ 전차포를 단 M8 그레이하운드 장갑차 27대가 전부였다. 소련제 T-34 전차 242대와  SU-76M 경자주포 150대의 기갑전력을 갖추고 122㎜ 중포를 운용하는 북한군의 화력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로부터 60여 년이 지난 현재 국군은 K-1/K-2 등 전차 2400여 대, K-55/K-9 등 자주포 2300여 대, 각종 장갑차 3200여 대 등 세계적인 수준의 기갑전력을 갖춘 강군으로 성장했다. 특히 육군의 기갑 무기는 대부분 국산화에 성공해 자주국방의 토대가 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방산장비의 수출도 급증했다. 2006년 2억5000만 달러에 불과했던 방산 수출은 2017년에는 32억 달러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K-9 자주포, 유럽·중동·인도 수출
독일 PzH2000보다 값싸고 안정적
연평도 포격 계기 500대 이상 팔아

기갑장비, 중·단거리 미사일 등
중국과의 본격적 경쟁 불가피

방산장비 수출 11년 새 12배 이상 늘어
 
기동훈련 중인 K-9 자주포. [중앙포토]

기동훈련 중인 K-9 자주포. [중앙포토]

가장 성공적인 수출품은 K-9 자주포다. K-55 자주포를 면허 생산한 기술을 바탕으로 국방과학연구소와 삼성테크윈(현 한화)이 1999년 개발에 성공했다. 최대 40㎞의 사거리를 가진 155㎜ 구경 곡사포를 장착했다. 자동화된 사격통제체계와 장전장치 등을 갖춰 사격명령을 받으면 30초 이내에 초탄을 발사할 수 있다. 첫 15초 동안 3발의 급속사격 후 3분 동안 분당 6발의 발사속도를 자랑한다. K-9은 1997년 터키에 기술 수출을 시작했다. 터키는 대당 160만 달러의 라이센스비를 내고 T-155 프르트나라는 이름으로 300여 대를 생산했다. 2008년에는 자주포 자체개발에 어려움을 겪던 폴란드에서 K-9 차체 120대를 총 3억1000만 달러에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2017년에는 인도가 러시아산 Msta-S를 제치고 K-9 100대를 6억4600만 달러에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인도 육군은 250대 이상의 자주포를 추가로 도입할 필요가 있어 수출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같은 해 핀란드가 48대, 에스토니아가 12대의 중고 K-9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또 노르웨이도 2억1500만 달러에 K-9 자주포 24대와 K-10 탄약운반차 6대를 도입하기로 계약했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이집트와 호주가 K-9 도입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루마니아·영국 등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K-9의 성공 요인은 우선 가격 경쟁력을 꼽을 수 있다. 호주에서 경쟁할 당시 K-9은 K-10을 합쳐 60억원대인데 비해 독일산 자주포인 PzH2000은 180억원대에 달했다. 둘째는 준수한 성능이다. PzH2000은 사거리와 발사속도, 탄약 적재량 등에서 K-9보다 조금 낫다는 평을 듣지만 두 배를 넘는 가격만큼 큰 차이는 아니다. 실전 경험이 있는 몇 안 되는 현대 자주포라는 점도 있다. 2010년 연평도 포격 사태 당시 적 포탄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빠른 대응 사격에 성공한 것으로 큰 관심을 끈 것이 이후 해외판매로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대량 생산에 따른 유지보수의 용이성이다. PzH2000이 비싼 가격 탓에 생산량은 300대에 불과하지만 K-9은 국내외에 1500여 대가 배치됐고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그만큼 부품 공급과 유지보수, 향후 업그레이드에 유리하다. 실제로 2016년 노르웨이 정부의 동계 필드테스트에서 PzH2000은 참가한 두 대가 모두 고장으로 중도 탈락한 반면 한 대만 참가한 K-9은 너끈히 시험을 통과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런 장점은 다른 기갑장비에도 적용된다. K-9을 이을 것으로 기대되는 장비는 단거리 자주대공포인 비호 복합(K-30 SAM)이다. 탐지거리 17㎞인 레이더와 유효사거리 3㎞의 30㎜ 기관포 두 문을 장비한 비호는 2014년 사정거리 5㎞인 신궁 지대공 미사일 4발을 추가 장착했다. 자주대공포는 초음속 전투기와 사정거리가 10㎞를 넘는 대전차미사일이 난무하는 현대 전장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 드론과 무인항공기가 발전하면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  
 
기갑장비, 중·단거리 미사일서 경쟁력
 
지난해 인도가 러시아산 퉁구스카·판치르와의 경쟁을 거쳐 비호 복합 104대와 미사일 4928발, 탄약 17만 발 등을 3조원에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러시아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비호 제조업체인 한화 관계자는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을 거쳐 최종 계약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국산 보병전투차인 K-21과 중거리 지대공미사일인 천궁 등도 앞으로 수출이 유망한 제품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천궁 도입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LIG넥스원,한화 탈레스, 두산 DST 등이 개발한 천궁은 사정거리 40㎞로 북한 전투기와 순항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2015년 개발한 천궁2는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도 갖췄다.
 
문제는 선진국의 대형 방산업체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 록히드 마틴의 무기 매출은 410억 달러, 영국 BAE는 230억 달러에 달하지만 한국항공우주(KAI)는 17억 달러, 한화는 계열사까지 합쳐도 40억 달러에 불과하다. 한화디펜스 엄효식 상무는 “선두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고성능 항공기와 첨단 레이더 등을 제외하고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기갑장비와 중·단거리 미사일 같은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며 “앞으로 중국과의 본격적인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창우·김홍준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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