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현종 "가마우지 경제 탈피해야"…박정희 김대중 동시 언급

중앙일보 2019.08.02 19:47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일 오후 춘추관을 찾았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 긴급 국무회의가 종료된 지 1시간 반 만이다. 그는 12분간 4000자에 걸쳐 일본과 무역보복 장기전에 대비한 정부 대책과 각오를 밝혔다. 김 차장은 왼쪽 가슴엔 태극기 배지를 달고 나왔다.
 
2일 춘추관에서 김현종국가 안보실 2차장이 브리핑을 하기위해 들어오고있다. 김2차장은 일본정부의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법령 개정안을 끝내 의결한것은 G20 오사카정상회의시 일본이 스스로 언급한 자유무역주의의 언칙에 위배 된다며 브리핑 하고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일 춘추관에서 김현종국가 안보실 2차장이 브리핑을 하기위해 들어오고있다. 김2차장은 일본정부의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법령 개정안을 끝내 의결한것은 G20 오사카정상회의시 일본이 스스로 언급한 자유무역주의의 언칙에 위배 된다며 브리핑 하고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장기전 각오”

 
김 차장은 우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키로 한 일본 정부 결정에 대해 “한국의 미래 성장을 저해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실망스럽다”며 “양국의 미래 관계를 생각했을 때 진심으로 안타깝고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의 수출이 증가하면 할수록 일본으로부터 핵심 소재와 부품 수입이 동시에 증가하는 가마우지 경제체제로부터 이제는 탈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마우지 경제체제는 가마우지라는 새의 목 아랫부분을 끈으로 묶어 가마우지가 잡은 물고기를 삼키지 못하게 한 후 가로채는 낚시법에 빗대 우리 경제의 대일(對日) 의존성을 설명하는 표현이다. 김 차장이 1980년대말 일본의 경제평론가 고무로 나오키가 『한국의 붕괴』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한 '가마우지'라는 단어까지 인용한 것은 이번 기회에 일본으로부터 기술 독립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는 “관련 정책에 관여하는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방지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정책감사를 면제해야 한다”며 “우리 기업들이 해외 기술기업에 대한 M&A(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는 적극 지원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청와대 참모진들은 “장기전도 각오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핵심 부품 소재 국산화에 시일이 걸린다는 점에서 장기전으로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다. 청와대 관계자는 “앞으로 일본에 경제적으로 휘둘리지 않게 준비해 나가는 것 자체가 장기적인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일본의 근거가 모호하고 계속해서 말이 바뀐다”며 “그런 불확실성 때문에 장기전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말했다.  
 
2일 춘추관에서 김현종국가 안보실 2차장이 브리핑을 하기위해 들어오고있다. 김2차장은 일본정부의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법령 개정안을 끝내 의결한것은 G20 오사카정상회의시 일본이 스스로 언급한 자유무역주의의 언칙에 위배 된다며 브리핑 하고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일 춘추관에서 김현종국가 안보실 2차장이 브리핑을 하기위해 들어오고있다. 김2차장은 일본정부의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법령 개정안을 끝내 의결한것은 G20 오사카정상회의시 일본이 스스로 언급한 자유무역주의의 언칙에 위배 된다며 브리핑 하고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미국 현상동결합의 제안, 일본이 거부” 

 
김 차장은 7월에 두 차례 고위 인사를 일본에 파견한 사실도 공개했다. 김 차장은 “많은 분이 왜 우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특사 파견을 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며 “우리측 요청에 따라 고위 인사가 일본을 방문하여 일본 측 고위인사를 만났다”고 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두 명이 각각 다른 시기에 방문한 것이라고 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누가 갔는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상대방한테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밝힐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당시 우리측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우리 입장을 제안하는 데 왜 8개월이나 걸려야 했는지에 대해 소상히 설명했다”며 “일본 측이 요구하는 제안을 포함하여 모든 사안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이 제안한 현상동결합의(standstill agreement)를 일본 측이 거부한 사실도 분명히 했다. 김 차장은 “우리 측은 긍정적인 입장을 가졌지만 일본 측이 즉각 거부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미국이 지난달 29일 한ㆍ일간 갈등이 지속하는데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일시적으로 현 상황을 동결하고 그 기간에 양측이 외교적인 합의를 도출해서 협상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며 “한국 정부는 미국 측이 한·일 양측에 제안한 기초로 다음날(30일) 오후에 일본 측에 양국 간 고위급 협의를 제안했는데 일본 측이 몇 시간 후 우리 제안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박정희·김대중 동시 등장

 
김 차장은 “우리는 이미 박정희 대통령의 ‘중화학 공업화 정책선언’으로 많은 제조업 분야에서 일본의 절대우위를 극복했다”며 “김대중 대통령의 ‘소재 부품 산업 육성 전략’으로 부품산업 발전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했다. 김 차장이 보수·진보 정권의 대표적 지도자를 나란히 언급한 것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정파를 가리지 않고 국민적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서란 분석이다.

 
 김 차장은 동시에 일제강점기 시절 임오군란부터 갑신정변, 청일전쟁, 아관파천, 카쓰라-태프트 밀약, 을사늑약, 한일강제병합 등을 나열하며 극일 의지를 강조했다. 김 차장은 “이런 어려운 상황들을 극복하고 이제 우리는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과 역동적인 민주주의를 동시에 실현한 세계 최초의 국가로 우뚝 섰다”며 “오늘 우리가 직면한 위기도 충분히 극복해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