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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최악의 한일갈등, 한국의 병도(兵道)는

중앙선데이 2019.08.02 17:24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2일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단호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이날 오전 한국을 화이트국가 리스트(전략물자 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국)에서 제외하기로 하자 급히 열린 국무회의에서 나온 말입니다. 
 
“대단히 무모한 결정이고, 이기적 민폐 행위다”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큰소리치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 “일본은 부당조치 철회하고 대화의 길로 나와야 한다” “어려움 있어도 굴복하면 역사는 반복하고, 멈춰 서면 영원히 산을 못 넘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에서 일본의 추가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래하고있다. 청와대사진 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에서 일본의 추가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래하고있다. 청와대사진 기자단

대한해협을 사이에 두고 한일 두 나라가 최악의 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일본의 의도와 잘못을 굳이 더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일본은 정치적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을 경제 제재 카드를 앞세워 갈등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습니다. 자유 무역을 주창하던 국가가 보호 무역 성격이 강한 치졸한 수단을 동원했습니다. 이율배반적인 행동입니다. 하지만 이런 일본을 비판만 한다고 해법이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우리가, 우리의 힘으로 난국을 헤쳐나가야 합니다. 칼을 뽑은 그들이 칼자루를 쥐었다면 한국은 칼끝을 잡은 꼴입니다. 칼자루를 쥔 쪽은 칼을 자유롭게 휘두를 수 있지만, 칼끝을 쥔 측은 칼을 마음껏 흔들 수도 없고 까딱하면 손이 베어 피 흘릴 수 있습니다. 
 
일본은 치밀하게 준비해 치고 들어오는 형국입니다. 여기에 맞서 우리는 준비가 돼 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문 대통령은 결연한 모습과 말로 국민의 애국심에 호소했습니다. 곳곳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일본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울립니다. 
 
[그래픽] 일본 의존도 높은 수입 상위 10개 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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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떻게 일본의 공세를 넘어서 한국의 기업과 국민이 피해를 보지 않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전략이 확실하지 않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고,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지만  ‘일본의 경제 보복에 상응하는 단호한 조치’와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손자병법 제1편 시계를 보면 군주는 5가지 사안에서 적과 아군을 분석하고 비교해 승부의 흐름을 짚어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5가지 사안 중 첫째가 병도(兵道)입니다. 병도란 백성이 군주와 한마음이 돼 생사를 함께 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게 돼야 백성은 군주를 위해 죽을 수도 있고, 살 수도 있으며, 어떤 위험도 두려워하지 않을 겁니다.  
 
군주가 백성과 운명을 함께 한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면 백성은 두려워합니다. 지금이 군주시대는 아니지만, 지도자가 난국에 맞설 때는 오직 한 곳만 바라봐야 합니다. 나라와 국민이 고통받지 않고 번영을 누리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당의 싱크탱크를 책임진 분은 한일 갈등이 총선에 유리하다며 불붙은 데 부채질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번 갈등을 여권이 다음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합니다.
 
지금은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이 지혜는 지도층의 헌신을 통해 두터워집니다. 국민은 나라의 미래를 개척하는 정치가(statesman)를 원하지 다음 선거와 자리만 집착하는 정치꾼(politician)을 고대하지 않습니다. 이 난국에 정치 공학이 끼어든다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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