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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대형사건 직접지휘"···일선 검사들은 즉각 반발

중앙일보 2019.08.02 14:41
진주 방화·흉기 난동 피의자 안인득(42)이 지난 4월 25일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주 방화·흉기 난동 피의자 안인득(42)이 지난 4월 25일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직후 경찰이 고유정과 안인득 등 대형 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 지휘 방침을 밝히자 일선 검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경찰 "검찰, 수사권조정 합의안에 충실해야"
대검 "개별 사안에 입장 밝히는 것 부적절"

수사권 조정 법안이 아직 통과되지도 않았는데 경찰이 벌써 수사 종결권을 가진 듯 행동한다는 것이다. 경찰이 윤 총장 임명 뒤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우위에 서려 선제 조처를 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경찰은 "검찰이 대검에서 수사지휘를 하듯 경찰청에서도 일선청의 수사를 지휘하고 보완하는 것"이라며 "국민 편익을 위한 방침에 검사들이 괜한 트집을 잡고 있다"고 반박했다. 윤 총장은 전임자인 문무일 전 검찰총장과 달리 취임 후 경찰청을 찾지 않았다. 
 

경찰 "대형사건 초기부터 개입"

경찰청은 지난달 30일 '중요사건 초기 위기관리 종합대응팀 운영지침'을 전국 각 지방청과 경찰서에 배포했다. 
 
지난 6월 1일 긴급체포 당시 고유정. [경찰이 촬영한 영상 캡처=연합뉴스]

지난 6월 1일 긴급체포 당시 고유정. [경찰이 촬영한 영상 캡처=연합뉴스]

고유정이나 안인득 사건에서 부실수사 논란이 있었던 만큼 주요 사건은 초기 단계부터 경찰청이 개입해 일선 수사를 지휘·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지침에 따르면 사건 중요도에 따라 경찰서와 지방청, 경찰청에 종합대응팀이 구성돼 수사를 지휘한다.
 
종합대응팀은 수사와 사이버(포렌식), 법무, 피해자보호(청문) 부서 등이 포함되며 언론의 주목을 받는 대형 사건은 경찰청의 종합대응팀이 일선청을 지휘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는 기존과 같이 현장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다만 일선에서 놓치는 것은 없는지 경찰청이 조언을 해주는 것"이라 말했다. 이 과정에서 단순 구두 지휘뿐 아니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을 통한 서면 지휘도 가능하다는 것이 경찰청 입장이다.
 

검사들 "수사권조정 합의안과도 배치되는 정책"

하지만 일선 검사들은 이번 경찰청 발표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찰 수사 지휘는 검사의 고유 업무인데 경찰청이 공개적으로 수사 지휘 방침을 밝힌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윤 총장은 전임자인 문무일 전 검찰총장과 달리 경찰청을 찾지 않았다. [연합뉴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윤 총장은 전임자인 문무일 전 검찰총장과 달리 경찰청을 찾지 않았다. [연합뉴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경찰이 벌써 수사권 조정 법안이 통과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경찰은 검찰의 수사 지휘로 수사의 책임감과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했는데 스스로 자신들의 주장을 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재경지검의 부장검사는 "경찰은 수사권 조정의 전제조건으로 사법·행정 경찰의 분리와 개혁을 강조해왔다"며 "이번 경찰 발표는 행정경찰이 사법경찰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라 기존 경찰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경찰개혁위원회 위원 출신인 양홍석 변호사는 "경찰 역시도 검찰만큼 정치권력에 취약하다"며 "경찰청의 이번 조치가 일선 수사의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살인사건 등 강력사건은 경찰청의 개입이 일선 수사에 도움을 줄 수도 있겠지만 정치권력에 개입된 공안사건은 경찰청의 개입이 수사 독립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권조정 업무를 맡은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청이 일선 수사에 대해 보고를 받고 부족한 점을 살펴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업무"라고 반박했다.
 
24일 오전 충북지방경찰청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변재철 강력계장(오른쪽)이 '고유정 의붓아들 의문사' 사건 수사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충북지방경찰청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변재철 강력계장(오른쪽)이 '고유정 의붓아들 의문사' 사건 수사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 위한 조치" vs "여론용 대책일 수도"

일선 경찰서에선 경찰청의 종합대응팀 운영지침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경찰청이 직접 수사에 나선다면 수사 결과에 대한 책임도 경찰청이 져야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수도권 경찰서의 팀장급 경찰 간부(경감)는 "과거에도 경찰청에서 구두로 수사 지휘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일선에서 서면 지휘를 요청하면 윗선에서 책임을 지는 것이 부담스러워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여론용 대책인지 아니면 경찰청이 본격적으로 수사지휘를 하겠다는 것인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또다른 수도권의 경찰관(경위)은 "경찰청이 수사지휘를 할 경우 경찰청과 검찰에 수사 지휘를 동시에 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수의 경찰청 관계자는 "대형 사건이 터지면 모든 측면에서 신속하게 사건을 바라보고 대응하겠다는 것"이라며 "최근 국민에게 비판받았던 경찰의 부족한 모습을 개선하려는 것이지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대검 관계자도 "검경 수사권 조정이란 큰 틀에서 국민의 권익이 훼손되지 않는 방향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경찰청이 발표한 개별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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