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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갈등 언제까지] 한 발짝도 안 물러난 日···3월 '보복' 강타

중앙일보 2019.08.02 13:00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1일 오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1일 오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2일 화이트 국가(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리스트 제외라는 강타를 한국에 날리기까지 일본은 국내외 반발 여론에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짜인 각본대로 치밀하고 정교하게 한국을 압박했다. 국제사회를 상대로 펼친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논리 또한 변함없었다. '일본이 이러다 말겠지'라는 낙관적인 전망은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한국 정부에 대해 초지일관 강공으로 밀어붙인 일본의 태세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비롯한 고위 관료의 발언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 이후 일본은 발언 수위를 차츰 높여왔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는 올해 3월 "한국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 기업 자산 압류 등으로 피해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에 대해 송금 중단 및 비자 발급 중지 등 여러 보복 조치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의 서막을 알린 것이었다.

3월 "보복조치" 언급 후 치밀하게 압박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2일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자를 지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2일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자를 지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후 일본은 총리 관저와 경제산업성을 콘트롤타워 삼아, 정부와 자민당 요직들이 역할분담에 들어갔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준비한 뒤, 7월 1일 공식 발표했다. 안보를 수출 규제의 근거로 들었다. 한국 반도체 산업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기습적이면서 뼈 아픈 한방'이었다.
 
수출 규제 발표와 함께 일본 정부 각 부처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수출규제는) 수출관리에서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했기 때문"(니시무라 야스토시 관방부장관, 1일 정례 기자회견) "(한국이 강제징용 배상과 관련해) 만족할만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아 양국 간 신뢰관계가 심각히 손상됐다"(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2일 정례 브리핑) 등 일본 정부 나팔수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화이트리스트 제외까지 일본 발언.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화이트리스트 제외까지 일본 발언.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아베 총리는 2일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가 간 신뢰관계로 한 조치를 재검토한 것으로 WTO(세계무역기구) 규칙에 맞다"고 밝힌 데 이어, 4일 NHK 인터뷰에선 "지금 볼(공)은 한국 쪽에 있다. 국제법 상식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출 규제라는 돌직구를 던진 데 이어, WTO 규칙과 국제법 등 다양한 의제로 파상 공세를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은 '북한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간사장 대행은 4일 "한국으로 수출된 화학물질 중 군사전용 가능한 물품이 북한으로 흘러갈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며,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 제안 트위터로 일축…위안부 합의까지 거론

일본 정부가 자국이 한국에 제안한 '제3국 중재위원회'의 설치 시한(18일)까지 한국이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지난달 19일 일본 외무성에 초치된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오른쪽)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자국이 한국에 제안한 '제3국 중재위원회'의 설치 시한(18일)까지 한국이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지난달 19일 일본 외무성에 초치된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오른쪽)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이후 외교적 해결을 주장하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외무성도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논리로 국제사회 여론전을 펼치며 한국 압박에 가세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19일 남관표 주일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자리에서 남 대사의 말을 자르고 '무례'라는 표현까지 쓰는 등 외교 관행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례도 불사했다. 16일 "국제기구 검증을 받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을 세코 경제산업상이 트위터를 통해 일축한 것 또한 외교적 결례였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이 지난달 16일 새벽에 올린 트위터 글. 문재인 대통령의 전날 발언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이 지난달 16일 새벽에 올린 트위터 글. 문재인 대통령의 전날 발언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위안부 합의까지 거론하며, 발언 수위를 더욱 높였다. 그는 22일 "위안부 합의를 비롯해 양 국가 간의 국제약속을 한국이 일방적으로 깨뜨린 만큼 우리(일본)로선 먼저 약속을 지켜주기를 바란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한일 관계 악화의 원인이 한국 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韓 불매운동·日 지식인 성명에도 변화 없어

경기평화나비네트워크와 경기청소년평화나비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노 재팬 포 퓨처(No Japan for Future) 광화문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 [뉴시스]

경기평화나비네트워크와 경기청소년평화나비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노 재팬 포 퓨처(No Japan for Future) 광화문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의 수출규제 발표 이후 국내에선 유니클로·일본산 맥주 등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퍼지고, 반일 감정 또한 악화했다. 일본여행 취소와 신규예약 감소가 잇따르면서, 일본 지역경제의 피해가 가시화됐다. 일본 지식인 77명이 '한국은 적인가'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여기에 수천 명의 일본 시민이 서명에 동참하는 등 일본 내에서도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 유명 학자와 변호사, 시민단체 활동가 등 총 75명이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즉각 철회하라"는 주장을 담은 성명서 발표와 함께 온라인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사이트(https://peace3appeal.jimdo.com). ‘한국은 적인가’라는 제목이 달려 있다. [사진 사이트 캡처]

일본 유명 학자와 변호사, 시민단체 활동가 등 총 75명이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즉각 철회하라"는 주장을 담은 성명서 발표와 함께 온라인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사이트(https://peace3appeal.jimdo.com). ‘한국은 적인가’라는 제목이 달려 있다. [사진 사이트 캡처]

국제사회의 시선 또한 곱지 않다. 이코노미스트·월스트리트 저널·BBC 등 세계 유수 언론들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양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고, 미국은 '일본은 추가 수출규제 조치를 중단하고, 한국은 압류한 일본기업 자산을 매각하지 말라'는 골자의 중재안을 내놨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1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한일 외무장관 회담에서도 일본의 고노 외무상은 일본 측 조치가 안보를 목적으로 한 정당한 조치라며 한국이 강제징용 문제의 제대로 된 해법을 가져와 국제법 위반 상황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는 2일 일본이 화이트 리스트 제외라는 '2차 보복'을 결정한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신뢰하며 대화가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은 한국의 책임"이라며 "한국이 (지난달 12일) 발표의 정정을 포함해 성의 있는 대응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일 수교 원하는 아베, 배상 판결 안 물러날 것"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 정부는 7월 1일 조치 이후 줄곧 강경한 자세를 유지해왔다"며 "한일관계 악화로 인한 일본 기업과 국민 피해가 크지 않으리란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북일 수교에도 힘쓰고 있는 아베 총리로선, 한국의 강제징용 판결을 인정하면 북한도 배상을 크게 요구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한국 강제징용 판결 건에 대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려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현목·이승호 기자 gojhm@joongang.co.kr
 
일본, 한국 백색국가 제외.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일본, 한국 백색국가 제외.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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