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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보험만 리모델링? 부부관계도 새롭게 바꿀 수 있어요

중앙일보 2019.08.02 13:00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54)

 
보험과 관련한 방송을 진행하다 보면 보험 리모델링에 관한 말이 꼭 등장합니다. 만약을 위해 보험 한두개쯤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지금 내가 가입한 보험상품이 가입 당시에는 가장 좋은 상품이었을 수 있지만 세상이 빠르게 변하다 보니 보험상품도 상황에 맞춰 점검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죠. 리모델링을 통해 같은 금액이지만 더 좋은 혜택을 받게 되기도 하고, 같은 혜택을 받으면서도 더 저렴하게 보험금을 내게 되기도 합니다.
 
건물이 오래되면 적당한 때 손을 보는 리모델링이 필요해진다. 관계도 마찬가지다. [중앙포토]

건물이 오래되면 적당한 때 손을 보는 리모델링이 필요해진다. 관계도 마찬가지다. [중앙포토]

 
30~40년쯤 지난 주택은 어떤가요? 외관도 외관이지만 수도관 같은 시설이 낡아 정비해야 할 곳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적당한 때 손을 보면 시간이 좀 지나도 쾌적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리모델링 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간 주택은 어느 순간 흉물스럽게 변합니다.
 
얼마 전에도 방송을 진행하며 오랜 세월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내게 되는 부부관계에도 적당한 시점에서의 리모델링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 뉴스 프로그램에서 결혼한 지 8년 차 된 부부를 대상으로 결혼 후 결혼 행복도는 어느 정도인지, 이혼의 위험은 없는지를 설문에 대답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진행 결과 부부가 느끼는 위기도는 아주 달랐습니다. 힘들다고 생각한 포인트가 전혀 다르게 나타났죠. 매일 얼굴을 보고 살아왔지만, 부부는 결과지를 받아 들고는 당황해합니다. 다행히 더 늦지 않게 관계 개선, 즉 리모델링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을 겁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부사장까지 지냈던 유장근 씨와 그의 아내 이윤순 씨는 결혼 생활 30년이 지난 시점, 더 이상의 설렘도 새로움도 없던 그때 무작정 길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진정한 부부의 의미를 깨닫고 소울메이트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여행을 다녀온 후 한 인터뷰 기사에서 부부는 말합니다.
 
“설렘으로 시작했던 결혼생활은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함으로 변하고, 항상 같이할 수 있다는 편안함은 어느새 무관심으로 변하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부부관계에도 리모델링이 필요한 시점이 있습니다.” 부부는 그렇게 두 달간 함께 걸은 800여㎞에 달하는 스페인 산티아고에서의 여정을 『산티아고 길의 소울메이트』라는 제목의 책에 담아내기도 했습니다. 남편은 글을 쓰고 아내는 사진을 찍었죠.
 
부부는 퇴직 후 스페인 산티아고로 떠났다. 두 달간의 여정을 담은 책도 출판했다. [사진 pxhere]

부부는 퇴직 후 스페인 산티아고로 떠났다. 두 달간의 여정을 담은 책도 출판했다. [사진 pxhere]

 
“퇴직한 뒤 얼마 안 됐을 땐데 아내가 산티아고에 가자는 거예요. ‘뭐? 800㎞를 걸어? 미쳤어?’라고 버럭 화를 냈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30년을 같이 살면서 제대로 된 여행 한 번 다녀온 적이 없더라고요. 순전히 미안한 마음 때문에 길을 나섰어요.” 남편은 체구가 작은 아내의 배낭까지 둘러메고 걸었습니다.
 
“아내가 한마디 하더군요. ‘괜찮아요?’라고요. 그런데 그 순간 아내의 사랑이 느껴지고 행복감이 밀려오는 거예요. 괜찮아요? 이 사소한 한마디 안에 그렇게 큰 힘이 있을 줄 몰랐어요. 50대에 하루 세끼를 집에서 해결하려는 남편은 간 큰 남자라는 우스개가 말하듯, 50대의 많은 부부는 함께 있는 것보다 따로따로의 자유를 더 원하는 것 같아요. 한데 우리 부부는 ‘함께’ 설렘을 되찾았어요.”
 
아내 역시 여행에서 돌아온 남편이 실제로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남편이 여행을 다녀온 후 ‘사랑은 행동할 때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지 행동하지 않는 사랑은 의미가 없다’며 잠자리의 이불을 펴고 개 주더라고요. 30년 동안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거든요. 남들이 보기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우리 부부 사이엔 분명히 변화가 시작된 거예요.”
 
남편 유씨가 그 말에 답합니다. “물론 지금의 좋은 관계가 앞으로도 지속하리라는 보장은 없지요. 부부 사이에는 갈등 요인이 잠재돼 있잖습니까. 중요한 건 우리 부부가 사소한 일에서부터 서로가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그 사실을 알았다는 겁니다.”
 
남편 유 씨는 이후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을 찾습니다. 몸이 아파서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병원 봉사를 해온 아내와 함께 말기 암 환자들의 통증을 완화해주는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죠. 아내와 함께하는 좋은 방법을 하나씩 찾아가며 리모델링한 관계를 더 탄탄히 하는 중입니다.
 

“설렘은 작은 것에도 감동하게 하고, 감사하게 합니다. 오래된 부부는 지금이라도 여행을 떠나보세요. 그곳에서 설렘을 찾아 돌아오세요.”

 
이 부부는 함께 길을 떠나 서로를 의지하고 걸으며 관계를 리모델링한 셈입니다. 
 
부부치료의 권위자이며 실제 부부 사이인 조벽 교수, 최성애 박사는 부부관계의 리모델링을 위해 다음과 같이 조언합니다.
 
1. 부부싸움을 할 때는 4가지를 피하라
2. 감정의 홍수를 피하라
3. 풀리지 않는 갈등도 있음을 알자
 
부부싸움을 할 때는 4가지를 피해야 한다. 비난, 방어, 경멸과 담쌓기. [사진 photoAC]

부부싸움을 할 때는 4가지를 피해야 한다. 비난, 방어, 경멸과 담쌓기. [사진 photoAC]

 
먼저 부부싸움을 할 때 피해야 할 4가지는 이미 여러 차례 들어본 기억이 있을 겁니다. 먼저 공격적인 말투로 상대를 지적하는 ‘비난’, 비난의 말을 던진 상대에게 그러는 당신도 만만치 않다며 치고 나가는 ‘방어’를 기억할 겁니다. 비난에서 방어로 이어지면서 부부싸움은 시작이 되죠. 여기서 잘 관리가 되면 부부싸움은 크게 번지지 않고 마무리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당신이 그러면 그렇지” 혹은 “도대체 당신은 애초에 틀려먹었어” 등의 ‘경멸’로 이어지게 되면 마지막 단계인 ‘담쌓기’로 이어지는 것이죠. 그래서 비난 대신 부드러운 ‘요청’을, 방어 대신 약간의 ‘인정’을, 경멸 대신 ‘호감과 존중을 5배 이상’, 그리고 담쌓기 대신 ‘서로가 진정한 후 대화’를 이어갈 것을 이야기합니다.
 
서로 간의 감정의 홍수가 일어나 싸움이 될 때 기억해야 할 3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내는) 목소리를 낮추고, (남편은) 아내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며, (공통으로) 일단 진정한 후에 대화하라는 것입니다. 아내는 나도 모르게 올라가는 짜증스럽고, 앙칼진 목소리에 신경을 쓰고 남편은 독단적이 되지 말고 상대의 말을 받아들이라는 것이죠. 그랬을 때 서로가 진정한 후 다시 대화하기가 가능해질 겁니다.
 
마지막으로 언급한 풀리지 않는 갈등도 있음을 알자는 것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자는 말과 같아 보입니다. 조벽, 최성애 박사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존 가트맨 박사는 연구를 통해 이 세상의 모든 부부가 69%는 서로 맞지 않는 상태로 산다고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짝이 나와 맞지 않는 것 같아 이혼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똑같이 69%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양보와 타협의 정확한 기준이 필요한데 절대 안 되는 것, 즉 각자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요구사항을 적어보는 겁니다. 곰곰이 생각해 그 사항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겠죠.
 
그다음 양보와 타협이 가능한 것은 무엇인지 이번에는 최대한 많이 적어봅니다. 이것을 양보와 타협의 2차원 연습이라고 합니다. 가능한 것은 이해하고 해보지 않았던 것이라도 이제부터 타협하고 같이 해보려 노력해 보는 겁니다.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 그 부분은 다름을 받아들이고 양보해 주는 거죠.
 
집마다 리모델링의 시기가 다르듯 부부마다 리모델링의 시기도 방법도 같지 않을 겁니다. 아직 골조가 흔들리지 않고 있다면 얼마든지 리모델링 후 더 좋은 집을 만들어 가는 것은 가능합니다.
 
박혜은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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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은 박혜은 굿 커뮤니케이션 대표 필진

[박혜은의 님과 남] 은퇴 후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낼 집에서 자주 함께할 상대는 누구인가요? 그 상대와의 관계는 지금 안녕하신가요? 가장 가까운 듯하지만, 어느 순간 가장 멀어졌을지 모를 나의 남편, 나의 아내와 관계 향상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강의와 코칭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고민을 바탕으로, 닿을 듯 닿지 않는 서로의 심리적 거리의 간격을 좁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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