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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면전서 직격탄 날린 강경화 "독단적 조치 엄중 우려"

중앙일보 2019.08.02 12:51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2일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에서 기념촬영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오른쪽부터 강 장관, 돈 쁘라맛위나이 태국 외교장관, 왕이 중국 외교부장,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뉴스1]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2일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에서 기념촬영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오른쪽부터 강 장관, 돈 쁘라맛위나이 태국 외교장관, 왕이 중국 외교부장,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뉴스1]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일방적이고 독단적인(unilateral, arbitrary) 방식으로 취해진 이번 조치에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도 참석하는 다자회의에서 양국 외교수장이 정면으로 격돌했다.  

화이트 국가 결정 한 시간 뒤 대면

강 장관의 발언은 이날 오전 태국 방콕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3(한ㆍ중ㆍ일) 외교장관회의에서 나왔다.  그는 아세안 10개국 외교장관이 모두 모인 회의의 모두발언에서 “오늘 아침 우리나라를 수출 우대 조치를 받는 무역 파트너 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한 일본의 결정에 대해 여러분의 관심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며 이처럼 말했다. 강 장관은 “우리는 이를 엄중하게 우려하며(gravely concerned) 이는 전혀 과장이 아니다(to say the least)”라고 말했다. 강 장관의 발언은 현지시간으로 오전 9시 20분쯤(한국시간 오전 11시20분) 나왔다. 일본의 화이트 국가 결정 약 한 시간 뒤다.
이날 회의의 모두발언은 각국의 취재진 수백명이 모인 센타라 그랜드 컨벤션 센터의 미디어센터에 생중계됐다. 의장국인 돈 쁘라맛위나이 태국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먼저 발언한 뒤 강 장관이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수백명 지켜보는 가운데 일본 비판

다자회의나 국제기구에서 ‘엄중한 우려’라는 표현은 매우 높은 수준의 유감을 표명할 때 쓰이곤 한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에선 2017년에야 처음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한다고 언급했는데, 당시는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잇따랐을 때다.  
강 장관이 이날 발언에서 일본을 지목한 것도 이례적이다. 다자무대, 특히 화합을 중시하는 아세안 회의에서 한 국가를 특정해 비판하는 경우는 북한 말고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강 장관은 “우리는 무역의 자유로운 흐름 확대를 통해 우리가 공유하는 파이의 크기를 키워야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런 근본적인 원칙이 우리 지역에서 위협에 처해 있다”며 일본을 비판했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유롭고 공정하고 차별 없는 무역을 확장하기 위한 총체적 노력을 멈추지 말자”고 말했다. 다만 한국의 추가 대응 조치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고노다로 일본 외무상이 2일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있다. [뉴스1]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고노다로 일본 외무상이 2일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있다. [뉴스1]

고노 “왜 불만이냐” 반발

 강 장관 다음으로 발언한 고노 외상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나는 우리의 아세안 친구들로부터 우리의 수출 관리 조치에 대해 어떤 불만도 들어본 적이 없다. 한국은 예전에도 우리의 아세안 친구들과 동등하거나 더 유리한 지위를 누려왔고 앞으로 그럴 것”며 “강 장관의 불만(complaint)의 원인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화이트 리스트 우대는 극소수 국가에만 부여하는 특혜적 지위로, 한국을 제외한 것은 다른 나라와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이지 불이익을 주는 게 아니란 기존의 논리를 되풀이하며 강 장관의 문제 제기를 ‘불만’으로 치부한 것이다. 표현도 수출 규제(export restriction)가 아니라 수출 관리(export management) 조치라고 했다.
그는 이어 “민감 품목과 기술에 대한 효율적 수출 통제를 유지하는 것은 안보 관점에서 일본이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라며 “일본이 수출 통제에 대해 필수불가결하고 합법적인 검토를 하는 것은 WTO 합의와 관련 규정을 포함한 자유 무역 체제와 완전히 양립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아세안으로부터 아무런 문제 제기가 없는 것이고, 앞으로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다.

전날 회담 뒤에도 서로 딴소리

이날 회의에서 강 장관과 고노 외상은 왕 부장을 사이에 두고 각기 왼쪽과 오른쪽에 떨어져 앉았다. 회의 시작 전 기념 촬영을 위해 모든 장관이 무대로 나갈 때도 두 장관은 서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강 장관과 고노 외상은 전날 양자회담도 했지만, 전혀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회담 뒤 양쪽이 각기 딴소리까지 했다. 강 장관은 고노 외상에게 화이트 국가 결정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며 “양국관계에 미칠 엄중한 파장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고 했는데, 고노 외상은 “외무성으로선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가 양국 관계의 가장 큰 문제이니 한국 정부가 제대로 대응해달라고 했다. 수출관리는 경제산업성 문제로, 내가 말할 것은 없다”고 했다. 애초에 수출 규제 문제는 외교장관들이 만나서 할 이야기가 아니라는 식이었다.
이에 따라 향후 양국 외교 당국 간 의미 있는 협의를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 정부는 외교채널을 통한 소통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각기 상반된 입장을 교환하는 데 그칠 우려가 크다.
방콕=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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