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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데 29도라며 폭염주의보 안 내리는 기상청

중앙일보 2019.08.02 12:04
폭염 경보가 내려진 1일 오후 충남 논산 양지서당에서 훈장님들이 수업을 마친 뒤 마당에서 제자들에게 시원한 등목을 시켜주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폭염 경보가 내려진 1일 오후 충남 논산 양지서당에서 훈장님들이 수업을 마친 뒤 마당에서 제자들에게 시원한 등목을 시켜주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일 오전 10시 30분에 이미 강릉 34.2도, 포항 33.5도, 청주 31.5도 등 전국 곳곳이 30도를 넘겼다. 전국에서 9곳을 제외하고 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지고, 주말까지도 타는 듯한 더위가 예상된다.
 

'온도' 기준 폭염특보 말고, 실제 영향은 '열지수'

현재 기상청의 폭염특보는 ‘온도’ 기준으로 발령된다.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할것으로 예상할 때, 폭염 경보는 일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할것으로 예상할 때 내려진다.
8월 1일 기준 기상청 더위체감지수. [자료 기상청]

8월 1일 기준 기상청 더위체감지수. [자료 기상청]

그러나 전날인 1일 서울은 30도가 넘지 않는데도 푹푹 찌는 더위를 보였다.
더위가 사람에게 실제로 미치는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는 ‘열지수’다.
미국 기상청에서 개발해 기상 정보와 함께 발표하는 지표로, 우리나라 기상청 홈페이지에서도 온도와 습도를 입력하면 산출된다.(https://www.kma.go.kr/HELP/basic/help_01_04.jsp)

1일 오후 2시, 핸드폰 기본 날씨 어플리케이션에선 서울 중구는 29도, 습도 76%에 체감온도 36도라고 표시됐다. 김정연 기자

1일 오후 2시, 핸드폰 기본 날씨 어플리케이션에선 서울 중구는 29도, 습도 76%에 체감온도 36도라고 표시됐다. 김정연 기자

1일 오후 2시 기준, 서울 중구에서 온도 29도, 습도 76%를 입력하니 열지수 33.9가 도출됐다.
열지수 단계 중 ‘보통’ 수준으로, 보통사람이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신체활동 시 열사병‧열경련‧열피폐 등 온열질환의 가능성이 있는 환경이다. 심지어 이 지수는 ‘그늘지고 약한 바람이 부는 환경’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직사광선 아래서 실제 열지수는 더 클 수 있다.

1일의 폭염 특보 현황. 더위체감지수보다는 적은 구역이 표시돼있다. [자료 기상청]

1일의 폭염 특보 현황. 더위체감지수보다는 적은 구역이 표시돼있다. [자료 기상청]

 

어린이, 야외 노동자… 더위에 약한사람 반영한 '더위체감지수'

2일 더위체감지수 지도. 위에서부터 노인, 어린이, 일반인 순이다. 어린이가 특히 더 취약한 것을 볼 수 있다. [자료 기상청]

2일 더위체감지수 지도. 위에서부터 노인, 어린이, 일반인 순이다. 어린이가 특히 더 취약한 것을 볼 수 있다. [자료 기상청]

더위가 실제 생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를 계산해놓은 각종 지수가 더 있다.
기상청 홈페이지의 ‘생활기상정보’ 중 생활기상지수 항목에는 ‘더위체감지수’가 있다.
노인과 어린이, 비닐하우스·조선소·건설현장 노동자 등 폭염 취약자에 맞춘 폭염영향을 반영한 지수다.
 
온도가 별로 높지 않아도 습도가 높으면 체감온도가 더 높게 느껴지는 것을 반영했기 때문에 열지수와 비슷한 지도가 산출된다. (http://www.weather.go.kr/weather/lifenindustry/heat_jisu_A20.jsp)

 
한국 기상청도 한때 예보‧경보에 ‘열지수’를 포함해 알린 적이 있었다.
그러나 ‘27도밖에 안되는데 왜 폭염경보가 나지?’라며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기상청 윤기한 사무관은 “온도와 습도를 더해 체감으로는 ‘너무 덥다’라고 느껴도, 막상 기온이 별로 높지 않으면 폭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습도, 열지수까지 반영해 폭염경보를 내리면 보통 사람들은 헷갈려하는 경우도 있어서 열지수 예보를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기온에 더해 '생활기상지수'까지 보면 최선

윤 사무관은 “현재 나가는 일기예보를 봐도 좋지만, 생활기상지수까지 보면 실생활에 바로 활용할 수 있어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비닐하우스’ 지수가 따로 있는 이유에 대해 윤 사무관은 “농촌의 경우, 햇볕이 뜨거운 날은 야외작업은 다들 안나가지만, ‘아침 일찍 비닐하우스는 괜찮겠지’하고 작업을 하다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비닐하우스 내 기온이 천천히 올라가면서 온도가 올라가는 줄도 모르고 ‘조금만 더 하자’며 고온에서 작업을 계속하다가 쓰러질 위험이 있다고 했다.  
서울시내의 한 공사장에서 근로자가 물을 마시고 있다. [뉴스1]

서울시내의 한 공사장에서 근로자가 물을 마시고 있다. [뉴스1]

조선소의 경우 전도율이 높은 철이 곳곳에 놓여있기 때문에 야외작업 및 화상에 주의해야하고, 도로‧건설현장에서 작업할 경우 그늘이 없고 아스팔트가 열을 흡수해 내뿜기 때문에 위험도가 높아 별도로 지수를 산출한다.
 
‘취약거주환경’에 해당하는 지수도 따로 있다. 윤 사무관은 “냉방시설 등이 잘 갖춰지지 않은 곳의 위험도를 측정하는 것”이라며 “같은 더위라도 냉방이 안되고 바람이 통하기 어려운 주거밀집지역 등은 폭염에 더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윤 사무관은 “지역 보건소나 지자체 등에서 단순 기온이나 폭염특보 뿐만 아니라, 더위체감지수 참고해 안내를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들어 온열질환자 수는 지난달 30일까지 570명, 사망자는 1명이다.
기상청은 폭염영향예보에서 "경고단계 지역에서는 농사일 등 야외작업을 가급적 자제하고, 폭염으로 인한 집중력 저하가 예상되므로 야외작업 시 낙상 등 안전사고에 유의하라"고 안내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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