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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국가 제외됐지만, 日 전략물자 수입 ‘전면 불가’는 아니다

중앙일보 2019.08.02 11:00
일본 백색국가(화이트 국가) 리스트,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일본 백색국가(화이트 국가) 리스트,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1300여곳 일본 기업 '수출 프리패스' 보유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 국가’(안보 상 우호 국가)에서 제외했지만, 국내 기업이 일본 내 전략물자(1120개 품목)를 수입할 방법이 전부 막힌 건 아니다. 일본 내 소재ㆍ화학 업체들이 기존처럼 포괄 허가 방식으로 수출할 수 있는 ‘자율규제’ 제도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2일 전략물자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은 비(非) 백색국가 수출 시에도 백색 국가와 사실상 동일한 수준의 혜택을 부여하는 ‘CP(Compliance Programㆍ자율준수기업)’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CP 기업이 전략 물자를 수출할 때에는 통상 90일 걸리는 심사 기간이 1주 정도로 단축된다. 한 차례 심사만 받으면 백색 국가 때와 마찬가지로 3년간 수출이 자유롭다. 일종의 ‘수출 프리패스’ 제도다.

 

자율규제 인증 받은 일 기업, 한국 수출 여전히 가능  

현재 총 632개 업체가 일본 경제산업성 홈페이지에 전략물자 CP 기업으로 등록돼 있는데, 이 가운데에는 도레이ㆍJSRㆍ스미토모ㆍ쇼와덴코 등 일본의 주요 소재ㆍ화학 업체도 포함돼 있다. 경제산업성 홈페이지에 등재가 안 된 기업까지 합치면 1300여 곳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일본 경제산업성 홈페이지. '대한민국에 대한 수출규제 운용 재검토'(빨간색 사각형)란 항목이 '주요 워드' 항목으로 분류돼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 홈페이지. '대한민국에 대한 수출규제 운용 재검토'(빨간색 사각형)란 항목이 '주요 워드' 항목으로 분류돼 있다.

도레이는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분리막, 현대차 수소전기차에 들어가는 탄소섬유를 생산하고 있다. 듀폰과도 합작업체를 세워 폴리이미드 필름을 비롯한 각종 첨단 소재를 만들고 있다.
 
JSR은 극자외선(EUV) 공정에 들어가는 포토레지스트(감광액ㆍPR)를 생산하고 있다. 일본 이외에 벨기에에서도 현지 연구기관과 합작 회사를 세워 PR을 생산하고 있어 한국 반도체 기업의 우회 수입처로 주목받고 있다. 
 
스미토모화학은 삼성 폴더블 폰 ‘갤럭시 폴드’에 들어가는 화면 보호막 소재인 투명 폴리이미드(PI)를 만든다. SK와도 국내에 합작업체를 세운 쇼와덴코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전 세계 1위 업체다.
 

일 정부가 막으면, 수출 프리패스도 소용 없어 

다만 CP 인증을 받은 기업이라도 일본 자민당 내각이 행정력을 동원한다면, 수출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앞서 수출 규제 대상에 오른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을 놓고서도 일본 정부는 통상적인 개별 수출 품목(3종) 대비 더욱 까다로운 서류 절차(7종)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기업의 전략물자 수출 시 포괄허가, 개별허가 규정. 자료=전략물자연구원

일본기업의 전략물자 수출 시 포괄허가, 개별허가 규정. 자료=전략물자연구원

자국 소재 기업을 상대로 실제 제품을 사용할 업체로부터 ‘수요자 서약서’를 별도로 받도록 하고, 지역 사무소가 아닌 도쿄(東京)에 있는 경제산업성 본성에만 수출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는 식이다. 이런 절차 때문에 수출 규제 조치가 실시된 이후 지금까지 일본의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 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종이 국내에 수입된 경우는 전무하다.
 

일본 정부, 비백색 국가 중국에도 포괄수출 허가  

한국에 대한 강경 일변도 자세와 달리 일본 정부는 비백색 국가인 중국·대만·홍콩·싱가포르 등에 대해선 사실상의 포괄 수출 허가제도를 내주고 있다. 20㎏ 이하 물량에 대해선 3년간 별도 허가 없이 불화수소 등 전략물자 수출이 가능하다.
 

경색된 한ㆍ일 관계 속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어떤 품목이 추가 규제대상에 들어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일본 기업을 대체할 협력업체 확보에 주력해 중국ㆍ대만 등 중화권뿐 아니라 독일ㆍ네덜란드에서도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다. 
 
EUV 노광장비를 만드는 ASML이 있는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에는 각종 첨단 장비 개발업체가 밀집해 있다.
 

삼성전자, 블랭크마스크 물량 추가 확보에 성공 

추가 규제 대상으로 거론되는 첨단 소재에 대해선 선제 대응하는 경우도 있다.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필름인 블랭크 마스크의 경우, 호야ㆍ아사히글라스 등 일본 업체로부터 내년 초까지 사용할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ㆍ일 갈등이 불거지기 전에 물량을 사전 주문한 덕분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회선을 그리는 데 쓰이는 원재료인 웨이퍼를 자매회사인 SK실트론을 통해 얻고 있다. SK실트론은 전 세계 웨이퍼 시장에서 9%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 스마트폰과 가전, TV 협력업체들도 오는 15일까지 최대한의 일본산 부품을 확보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이들 업체에 공문을 보내 추가 비용은 삼성이 댈테니 부품 재고를 확보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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