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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뭐 했나, 나이는? …고리타분한 대화 이제그만

중앙일보 2019.08.02 09:00

[더,오래]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39)

은퇴한 사람에게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사진 pxhere]

은퇴한 사람에게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사진 pxhere]

 
오랜만에 동창회에 갔더니 한 친구가 이런 얘기를 한다. 은퇴한 사람에게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첫째 옛날의 금잔디 노래하듯 자신이 살아왔던 그 고리타분한 소리를 반복해서 하고,
둘째 모자를 눌러쓰고 완전히 늙은이 행세를 한다든가,
셋째 남의 배려하는 마음 없이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친구들이 공감을 표하자 그는 몇 마디를 추가했다. 은퇴 후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다면 돈을 벌지는 않더라도 할 일은 많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를 위한 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일, 먹고 산다고 소홀히 했던 취미를 다시 시작하는 일 등등. 어쨌든 무의미하게 하루를 보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요지였다.
 

은퇴 후에도 위계 따져   

그 후 어느 기관에서 마련한 은퇴자 모임에 다녀왔는데, 그의 말처럼 지나간 얘기만 할 뿐 지금 하는 일이나 미래에 대한 소개는 드물었다. 그리고 은연중에 서열을 정하고자 했다. 과거에 어떤 직에 있었는지 알아보거나 나이를 묻는 것이다. 우리 사회 저변에 깔린 장유유서의 사상 때문일까. 은퇴 후에까지 위계를 따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여자들의 경우는 좀 다르다. 나이가 몇 살이며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하지 않다. 나이가 많으면 그냥 언니라고 부르고 과거보다는 현재 가진 생각이나 취향에 더 관심이 많다. 머리를 잘하는 미장원을 서로 소개하기도 한다. 남자들이 볼 때는 도저히 화제가 될 수 없는 것도 재미있게 잘 나눈다.
 
은퇴 후에는 여성들의 사교 방법을 좀 배울 필요가 있다. 공연히 서열이나 따지고 거드름을 피우기보다 먼저 다가가 서로의 취향을 알아보는 것이다. 가치관이나 관심사가 같으면 되지 나이가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는 나이 차가 25세에 이르지만, 그들은 서로 친구라고 여긴다. 바로 가치관과 관심사가 같기 때문이다.
 
아름다운인생학교에서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서로 자기소개를 하며 본인의 꿈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어색해하며 하나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사진 백만기]

아름다운인생학교에서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서로 자기소개를 하며 본인의 꿈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어색해하며 하나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사진 백만기]

 
아름다운인생학교에서 새로운 강좌를 시작할 때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서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석한 수강생들에게 과거 경력보다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라는 본인의 꿈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익숙하지 않은 요청에 학생들은 서로 얼굴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이 이런 꿈을 갖고 있다고 하자 몇몇 사람이 그러냐며 자기 꿈도 그와 같다고 동조를 했다. 이 들 학생은 오랜 지기를 만난 듯 가까워졌다. 꿈이 자신과 같은 사람을 만난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가?
 
이런 기회를 마련한 것은 여러 번의 은퇴자 모임에 참석한 후 생각한 것이다. 우리 사회 시니어들은 과거 자신의 이력을 자랑스레 소개하는데, 지금 무엇을 하고 있으며 장래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냐고 물어보면 묵묵부답이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서로 가까워질 만한 소재를 찾기가 어렵다.
 

과거보단 꿈을 이야기하라  

그러므로 평소 준비하고 있는 일과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정리해 두어야 한다. 그런 꿈을 지니고 있어야만 본인도 발전할 수 있다. 아래는 영국의 경영 전문 작가 찰스 핸디의 책에 나오는 글이다. 그동안 꿈이 없었다면 이번 기회에 자신의 꿈을 한번 그려보기를 권한다.
 
“얼마 전 나는 이웃에게 우리 둘 다 아는 65세의 중년이 과거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분을 부를 때 직함을 붙이기 위함이었다. 이웃이 대답했다. “전혀 모릅니다. 중요한 것 같지도 않고요.”
 
이들에게 과거 무엇을 했냐고 물어보면 가벼운 어깨 짓으로 흘려버린다. 한때는 중요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더는 자신을 규정할 수 없는 과거일 뿐이니까. 지금의 새로운 일이 중요하니까. 직장 등의 제약이 없어졌으므로 지금 하는 일에 성공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백만기 아름다운인생학교 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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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기 백만기 아름다운인생학교 교장 필진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 누구나 한번은 겪게 되는 죽음. 죽어가는 사람의 소원은 무엇일까. 의외로 돈 많이 벌거나 높은 지위 오르거나 하는 세속적인 것이 아니다. 생을 살며 ‘조금만 더’ 하며 미뤘던 작은 것을 이루는 것이라고. 은퇴 후 인생 2막에서 여가, 봉사 등 의미 있는 삶을 산 사람이 죽음도 편하다고 한다. 노후준비엔 죽음에 대비하는 과정도 포함해야 하는 이유다. 은퇴전문가가 죽음에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방법과 알찬 은퇴 삶을 사는 노하우를 알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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